죽음의 계곡, 데스벨리에서 태어난 신형 스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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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데스벨리에서 태어난 신형 스포티지
  • 리차드 브렘너 (Richard Bremner)
  • 승인 2015.10.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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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데스밸리의 이글거리는 열기 속에서 차를 고문하는 것은 테스트 기술진의 핵심 작업. 기아의 테스트 팀이 50℃의 폭염 속에서 출시 전 신형 스포티지를 담금질하는 현장을 찾았다
 

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죽음의 골짜기 데스밸리.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퍼니스 크리크를 현대 투싼 2대와 혼다 CR-V 1대, 그리고 시커먼 위장을 뒤집어쓴 SUV 3대가 달리는 중이다. 그 순간, 무전을 통해 명령이 떨어졌다. “정차 준비. 3, 2, 1, 스톱!” 38℃의 이글거리는 열기 속에 6대는 일제히 정차했다. 그리고 기어를 D에 놓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건 다음, 2분간의 공회전에 들어갔다.

2분이 지나고, 다시 무전이 들려왔다. “준비. 3, 2, 1, 출발!” SUV 6대가 일제히 출발했고, 이후로도 똑같은 출발-정차가 여덟 번 반복됐다. 우연히 옆을 지나는 사람이 봤다면 아주 생뚱맞은 장면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 폭염 속에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곳은 기아가 신형 스포티지의 폭염 테스트를 진행하는 장소다. 유럽에서 기아에 눈부신 성과를 안겨준 멋진 SUV의 후속 모델이 혹독한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아직 완성과는 거리가 있는 프로토타입이지만, 우리는 신형 스포티지의 고온 테스트에 직접 가담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

기아는 신형 스포티지의 냉각시스템을 최종 시험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에는 드라이브 트레인과 하부 시스템의 냉각 기능, 그리고 실내의 냉각 능력에 대한 테스트가 포함되었다. 전날에는 장시간에 걸쳐 엄청난 하중을 끌고 긴 비탈을 오르는 시험을 거쳤다.
 

오늘은 검은 위장을 뒤집어쓴 3대의 신형 스포티지가 정확히 계획된 주행시험을 하도록 되어 있다. 찜통 속에 있는 듯한 더위에서 여러 테스트가 진행됐다.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다가 이따금 공회전 상태로 가만히 서 있었고, 사막의 열기 속에 그냥 세워두기도 했다.

물론 이 고온 시험에는 엄격한 기준이 따른다. 이번 테스트를 총괄하고 있는 리 포스터는 작업장으로 돌아와 실상을 설명했다. 우선 스토브파이프 웰스에서 수집한 스톱/스타트 데이터에 대해 말했다. 테스트는 “2분 주행과 2분 공회전을 여러 번 반복한 뒤, 10분의 공회전에 들어가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바람이 앞에서 불어올 때는 열기를 다시 엔진룸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게하면 라디에이터의 기능이 순식간에 떨어지게 된다고.
 

포스터와 8명의 기술진은(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내부고압으로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철저하게 찾고자 했다. “에어컨이 중단되지 않도록 내부압력을 낮게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포스터의 설명. 한계 압력은 430psi이고, 이때 압력을 줄이는 릴리프 밸브가 열리게 된다. 포스터는 데이터를 자세히 살핀 뒤, 복잡한 그래프가 떠 있는 모니터를 보고 말했다. “내가 바라는 수준 이상의 차가 2대 있다.”

프로토타입 스포티지와 현행 모델, 그리고 투싼과 CR-V가 남긴 거미줄 같은 그래프가 떴다. 그리고 포스터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이 있다. 테스트 결과 신형 스포티지는 구형보다 냉각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 그의 말대로 스토브파이프 테스트 중 신형 스포티지의 엔진 냉각 성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온도는 100℃를 상당히 밑돌았다. “아주 좋다”고 포스터가 덧붙였다.
 

이들 모두를 측정하는 작업은 단지 온도계를 뚫어지게 들여다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써모커플은 각 차의 60개 데이터 채널에 온도 데이터를 제공한다. 더불어 해당 차량의 네트워크로부터 선택한 15 CAN(컨트롤러 에리어 네트워크)의 입력 자료를 골라낸다. 그리고 이런 신호들 가운데 상당량을 8천500파운드(약 1천543만원)의 대형 박스가 수신한다. 트렁크에 들어 있는 이 박스는 기상관측장비 전문업체 캠벨 사이언티픽이 만든 것이다.

신형 스포티지의 실내에는 수많은 전선과 센서가 깔려 있었다. 그중 일부는 공기의 속도를 재기 위해 배기구에 솟아 있었고, 승객 머리 위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센서는 실내 습도를 측정했다. 태양열을 기록하는 파이로너미터도 실려 있었다. 포스터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똑같은 코스를 달린다. 똑같은 태양열을 받는 조건에서 일관성 있는 시험을 하기 위해서다.”
 

이날 실시한 온도 시험 이외에도 신형 스포티지의 프로토타입은 가파른 오르막에서 트레일러를 끌고 오르는 테스트를 수행했다. 동시에 태양열에 의한 부하 테스트를 치르며 사막의 이글거리는 코스를 들락거렸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시험이다.” 포스터가 직사광선에 달아오르는 실내온도를 끌어내리는 작업에 대해 언급했다. “요즘 차는 유리 면적이 아주 넓기 때문이다.”

이날 우리는 고열을 뿜어내는 스톱-스타트를 반복했다. 4대의 신형 스포티지 프로토타입을 비롯해 11대의 차량이 작업장을 떠났다. 데스밸리로 내려가자 온도는 38℃로 뛰었고, 죽음의 계곡이라는 끔찍한 이름의 지형은 험악하고 황량했다. 그 황량한 풍경 속을 지나가는 것은 소금 덩어리와 우리의 테스트 차량들뿐이다.
 

우리는 배드워터 베이신이라는 소금벌판을 향했다. 그곳에서는 관광객들이 빈번하게 찾아온 덕에 2차 시험에 들어가기 전 엔진룸이 이글거리는 스포티지를 15분이나 세워두어야 했다. 그 다음 퍼니스 크리크로 차머리를 돌렸다. 포스터의 요구에 따라 “에어컨의 부하를 측정하기 위해 가능한 한 천천히” 달렸다. 처음에는 시속 55km로 시작하여 65km를 거쳐 80km로 올라갔고, 각 과정에서 실내의 온도를 무전으로 알렸다. 동시에 세분된 단계에 따라 안락한 수준을 평가했다.

퍼니스 크리크는 작은 관광도시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스포티지를 식당 앞에 세웠다. 그때의 기온은 42℃를 넘어서고 있었고, 실내온도는 그보다 훨씬 뜨거웠다. 한 시간 뒤 식당을 나와 차의 실내 온도를 측정하자 온도계는 60℃를 가리켰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무전으로 온도를 알렸다. 땀구멍이 벌어지는 걸 느낄 정도였다. 시동을 걸자, 조금 뒤 자동모드의 에어컨이 실내온도를 23℃까지 끌어내렸다.
 

실내가 상쾌한 상태가 되는 것에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시작된 테스트가 모두 끝나자 포스터는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모았다고 말했다. 전날 시험에서 약간 온도가 높았던 두 대를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원인은 앞 부분 디자인의 차이에 있었다. 한쪽은 단일 흡기 그릴이었고, 다른 차는 한 쌍의 그릴을 달았다. 2중 그릴 디자인이 냉각효과를 끌어올린 것이다.

포스터는 우선 단일 그릴 형태에서 냉각팬 속도를 조금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NVH(소음+진동+충격)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포스터의 설명. 냉각시스템 개발에는 이러한 난제들이 고비마다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포스터와 그의 기술진은 빈틈없이 작업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13년간 쌓아올린 데이터베이스가 그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적절한 해법을 찾아낼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현대·기아의 비밀 캘리포니아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지금 우리의 테스트 장면을 우연히 마주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 이곳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북동부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넓이 1,740만㎢의 현대·기아 프루빙 그라운드 안이니까 말이다. 더불어 이곳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져 있다.

이 시설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들과 비슷하다. 다만 40~50℃의 햇볕에 정기적으로 노출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고속 서킷, 핸들링 서킷, 오프로드 구간, 스키드팬과 자갈 코스가 들어 있다. 나아가 ‘특별 노면’이라는 이름 지어진 스타일의 도로와 누더기가 된 콘크리트 도로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곳의 테스트는 모두 신차의 품질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필수적으로 거치는 테스트들이 기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 · 리차드 브렘너 (Richard Brem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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