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탈 수 있는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디젤
상태바
편하게 탈 수 있는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디젤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0.28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젤 엔진에 맞춘 세팅으로 운전 재미를 향상시키다

쉐보레의 소형 SUV, 트랙스가 디젤 엔진을 얹어 새롭게 거듭났다. 작게 보면 엔진 하나를 바꾼 것뿐이지만, 영향은 크다. 디젤 선호도가 강한 국내시장에 꼭 필요한 엔진일뿐더러, 국산 경쟁 모델보다 앞서는 성능을 갖췄기 때문. 트랙스의 구성이 맘에 들었지만, 휘발유 엔진 앞에 선택을 망설였다면, 트랙스 디젤은 딱 알맞은 선택일 것이다. 

처음부터 디젤 엔진을 얹었다면 좀 더 빠르게 소형 SUV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지 않았겠느냔 질문을 던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랙스 출시는 시장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었고, 이후 디젤 엔진 얹은 소형 SUV의 강세 현상에 맞춰 유로 6 디젤 엔진을 얹기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엔진 빼고 바뀐 것을 찾아 트랙스 디젤을 꼼꼼히 살펴봤다. 디자인 변경은 없고, 실내 구성의 변경도 최소에 그쳤다. 하지만 바뀐 것은 구동계와 서스펜션, 핸들링 세팅 등 주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손봐야 할 부분만 정확히 손댔다. 실내의 차이점은 디젤 엔진에 맞춰 타코미터의 숫자가 낮아졌다는 것 정도. LTZ 등급의 시승차는 전용의 브라운 인조가죽 시트를 달아 실내를 장식했다. 대시보드와 시트, 도어트림 모두 갈색과 검정의 대조로 맞춤했다. 실내의 색상 구성은 튀는 맛이 있지만, 아쉬운 것은 플라스틱의 질감. 너무 플라스틱을 많이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실내의 크기는 차급을 감안했을 때 평균 정도. 트랙스의 크기는 르노삼성 QM3이나 쌍용 티볼리보다 크지만, 휠베이스는 더 짧다. 대신 트렁크 공간이 좀 더 여유롭다. 앞좌석은 주행 자세를 잡기 쉽고, 다양한 수납공간을 두루 갖췄다. 뒷좌석의 쿠션은 적당하고, 착좌 위치가 높아 다리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센터터널 뒤쪽의 230V 콘센트는 반가운 요소. 엔터테인먼트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크게는 노트북이 담당하는 시대다. 그만큼 빨리 닳아 없어지는 배터리를 채울 수 있으니 안심이다.
 

트랙스 디젤의 엔진은 독일 오펠에서 공급받는다. 직렬 4기통 1.6L 엔진은 최고출력 135마력을 4,000rpm에서, 최대토크 32.8kg·m을 2,250rpm에서 낸다. 토크를 내는 구간이 상당히 넓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지엠은 1,500rpm부터 30kg·m이 넘는 토크를 내며, 경쟁 모델 이상의 힘을 줄곧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쉐보레 트랙스와 자매차인 오펠 모카에는 110마력과 135마력의 두 가지 엔진이 얹히는데, 이중 운전 재미와 성능이 앞서는 고성능 135마력 엔진을 얹었다고. 더불어 국내시장에 맞춰 한국지엠과 오펠 엔지니어가 공동으로 소리를 조율해 소음을 낮췄다. 

초반부터 굵직한 토크를 내주기에 가속이 가벼웠다. 좋은 부분은 힘의 전달이 아주 균일하다는 것.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확하게 힘을 내주기에 다루기 쉬웠다. 반응성은 평균 수준.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편안함이 돋보인다. 어디 하나 모난 부분이 없다. 회전수를 높이지 않는 한 조용하게 달린다. 디젤 특유의 소리는 나지만, 차급을 감안하면 방음성은 뛰어난 편이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는 약 1,900rpm.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또한 잘 막아냈다.
 

순간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터보 랙의 존재는 미미하다. 어디까지나 편하게 탈 수 있는 세팅이다. 응답성을 높이기 위해 작은 터보차저를 단 것으로 보인다. 저회전부터 균일하게 솟아오른 힘은 4,000rpm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넘기면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회전한계는 4,500rpm이지만, 중간 회전수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더 낫겠다. 발목을 잡던 변속기도 새것으로 바뀌었다. GM의 앞바퀴굴림 전용 변속기의 3세대 버전이다. 미끄러지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 없이, 정확하게 맞물려 힘을 전달한다. 변속 속도는 평균 정도다. 자동변속기 펌프를 베인 타입으로 바꿔 효율을 20% 개선하고, 변속제어 시스템도 최적화했다고. 내리막 경사로에서 가속을 방지하는 기능도 더했다. 

승차감은 약간 단단한 편. 서스펜션의 반응이 좋다. 충격을 잘 받아내고, 2차 진동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불편한 잔 진동이 없다. 단단한 차체와 지오메트리 설계 또한 영향을 줬다는 생각이다. 코너에서 기울일 때는 단단하게 버틴다. 스티어링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지만, 스티어링을 돌리는 것과 방향 전환은 정확히 일치한다. 주행의 감각을 잘 전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움직인다는 신뢰를 갖기에는 충분하다. 알고 보니 휘발유 트랙스와는 약간 세팅이 다르다고. 디젤 엔진의 특성에 맞춰 서스펜션 댐핑, 마운트를 튜닝하고, 스티어링 감각을 더 스포티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전동 시스템을 손봤다고 했다.
 

소형 SUV 시장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가격 대비 가치다. 트랙스 디젤의 가격은 2천156만원부터 2천465만원. 시승차인 LTZ 등급의 가격은 2천450만원이다.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와 대결하기에는 충분히 적절한 가격 구성이라고 본다. 가격대가 비슷함에도 트랙스 디젤은 그중 가장 힘 좋고 운전이 편하다. 트랙스 디젤의 강력한 이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등장할 크루즈와 올란도 디젤 모델에도 이 구동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지엠에 트랙스 디젤의 판매 비율을 물었다. 마크 코모 부사장은 휘발유 6, 디젤 4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디젤 선호도가 높기에 5대 5가 나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쉐보레 라인업 전체 시승차를 2천대 준비해 공격적인 시승 마케팅도 펼칠 예정이라고. 자체 조사에 따르면 48.5%의 소비자가 시승 한 번 없이 차를 산단다. 이들에게 트랙스 디젤을 타보게 해 호감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종합적으로 쉐보레 트랙스 디젤을 살펴본다면, 잘 만든 소형 SUV란 생각이다. 일상적인 유용함과, 다루기 쉬운 순응성이 돋보였다.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꼭 소형 SUV가 필요한지 말이다. 오프로드 주행이 별로 없고, 가족을 위한 이동수단이 필요하다면 소형 SUV 외에도 좋은 선택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용 MPV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쉐보레 올란도만 해도, 트랙스 디젤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차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오랫동안 타려면 가족을 위한 올란도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젊은 감각의 트랙스 디젤이 더 끌리니 말이다. 작다는 것은 운전하기 더 편하고 운전의 재미가 크다는 것. 아무래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운전한다는 것을 변명 삼아야겠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