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와 숲속 산책, 렉스턴 & 코란도 투리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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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와 숲속 산책, 렉스턴 & 코란도 투리스모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0.3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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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얹은 두 대의 쌍용차를 타고 경기도 가평의 숲길을 거닐었다. 오프로드 명문 기업의 본질이 슬쩍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어떤 차를 고를까? 

가평의 숲속을 달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쌍용차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만 같다. 오프로드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기 때문. 새로운 구동계를 얹은 렉스턴과 코란도 투리스모를 가평의 오프로드 코스에서 달릴 기회가 생겼다. 

쌍용은 현재 모델 라인업에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을 빠르게 적용 중이다. 유로 6을 충족하는 신형 엔진은 저회전부터 강력한 성능을 내는 것이 특징. 코란도 C LET에는 자동 6단 변속기를 맞물려 먼저 선보였지만, 렉스턴과 코란도 투리스모는 자동 7단 변속기를 얹어 차별화했다. 기존의 2.0L 엔진에 비해 배기량이 0.2L 늘어났기에 자동차세가 늘어나는 단점은 있지만, 늘어난 성능의 차이가 확연해 아쉬움은 없다. 최고출력 178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내는데, 이는 기존 엔진에 비해 각각 14.8%, 11.2% 증가한 것이다. 
 

초반부터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저회전 토크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1,000rpm에서 20kg·m의 토크를 내는데 이는 기존에 비해 18% 늘어난 것. 불과 400rpm 차이인 1,400rpm부터 최대토크를 내고 이를 2,800rpm까지 유지한다. 주행 중 대부분을 최대 토크로 달릴 수 있는 셈. 특히 초반 기어비를 짧게 세팅한 자동 7단 변속기 덕분에 출발이 가볍다. 벤츠에서 가져왔다고. 다단화 변속기의 특징인 촘촘한 기어비 구성 덕분에 언제든 가속이 빠르다. 

시승 코스는 오프로드 위주. 렉스턴으로는 칼봉산을, 코란도 투리스모로는 방하리 오프로드 코스를 가기로 했다. 칼봉산은 난코스이기 때문에 렉스턴으로 간다고 했다. 살짝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렉스턴이야 SUV라지만, 코란도 투리스모는 가족용 MPV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데, 과연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어서다. 
 

먼저 코란도 투리스모를 탔다. 디자인이나 세부 사항의 변화는 없다. 변경된 신형 엔진에 집중하기로 했다. 초기 가속이 상당히 가볍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가속되는 느낌이, 최근에 시승한 티볼리 디젤의 세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반응이 빠르고, 굵직한 힘을 내준다는 점에서 두 세팅의 비슷한 부분을 찾는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온로드 주행성능은 무난한 편이다.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에 약간의 유격이 있다. 여유롭게 달릴 때면 적당한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속도를 높여 거세게 달릴 때면 즉각적인 핸들링 대처가 어렵다. 엔진 세팅처럼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으며 여유롭게 달리는 주행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오프로드 코스에 도착했다. 경사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쾌하게 산길을 오른다. 저회전부터 힘이 좋은데다 1단 기어비가 짧아 더욱 그렇다. 굴림 방식을 4H로 바꿨다. 전자식 버튼 하나로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을 넘나들 수 있다. 주행 중에는 2H, 4H의 변환이 가능하고, 4L을 고르려면 멈춰서 기어레버를 중립으로 바꾼 상태에서 가능하다. 

방하리 오프로드 코스는 험준하진 않았다. 시속 30km 정도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산길 따라 굽이지는 길을 달리는 것이 은근한 재미를 부른다. 돌, 흙, 모래, 진흙 등으로 바뀌는 노면 상태에서도 적극적으로 달렸다. 살짝 미끄러지다가도 곧바로 자세를 잡아주는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바퀴굴림이 미끄러짐을 완전히 막아주진 않는다. 하지만 접지력을 빨리 되찾는 것은 분명하다.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슬쩍슬쩍 차체를 흘려도 봤다. 살짝 밀려나가다가도 가속페달 한 번에 방향을 잡고 가속하는 차체의 움직임을 만끽했다. 게다가 노면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스티어링 또한 산길에선 한몫했다. 
 

렉스턴으로 갈아타고 칼봉산을 향했다. 같은 엔진을 썼다지만 코란도 투리스모에 비해 움직임이 좀 더 진중하다. 분명 충분한 힘을 내고 있지만, 그 힘을 좀 더 여유롭게 분출하는 느낌. 기존 모델에 비해 더 빠른 가속이 돋보인다. 스티어링의 세팅도 코란도 투리스모보다 우위에 있다. 스티어링에 분명 약간의 유격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폭이 좁고, 속도를 올려도 대처하기 충분했다.

칼봉산은 좀 더 험준한 코스. 초입부터 험한 돌길을 올랐다. 산을 꽤 오르다보면 중간에 캠핑장이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차로 접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차고 높은 차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길이 움푹 패고 흔들리는 곳이 많았다. 돌무더기를 밟고 오르는 구간도 꽤 됐다. 구덩이를 피하려 해도 길이 좁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차를 믿고 그대로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 안에서 풋레스트를 꽉 밟고 버텼다. 불쑥 튀어나온 돌무더기를 밟을 때마다 핸들이 살짝살짝 흔들렸다.
 

우거진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쌍용차의 특징이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약간의 유격을 허용한 핸들은 수시로 장애물이 등장하는 오프로드에서 안락했고, 저회전부터 강한 힘을 전하는 구동계는 힘들이지 않고도 쉽게 언덕을 올랐다. 긴 움직임 자랑하는 서스펜션과 단단한 차체는 수시로 바뀌는 험로 지형에 맞춰 대응할 여유를 줬다. 오프로드 지향의 철학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도심형 SUV의 시대인 지금. 쌍용차 또한 그 순리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쌍용은 우직하게 SUV의 본질을 외치고 있다. 험로 주행만이 SUV의 본질은 아니지만, 적어도 험로를 달릴 수 있는 SUV가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직하게 오프로드 상황을 고려한 쌍용의 차 만들기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아직은 살짝 더운 햇볕을 맞으며 산을 올라도, 시원한 차 안은 더없이 쾌적했다. 등산을 하며 경치를 즐기되 몸은 조금도 힘들지 않은 모순적인 상황이다. 결국 좋은 것만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을 원한다면 코란도 투리스모를 고르겠지만, 마음은 좀 더 오프로드를 향한다. 일상을 벗어난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렉스턴에 대한 호감이 좀 더 커졌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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