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스포티해진 성격, BMW 320d M 스포츠
상태바
더욱 스포티해진 성격, BMW 320d M 스포츠
  • 존 호웰 (John Howell)
  • 승인 2015.10.29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시리즈가 스포티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번 모델은 충분히 스포티하다

만약 당신이 BMW 엔지니어라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상부로부터 “3시리즈를 훨씬 좋게 개선하라”라는 명령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엄청난 강도의 압박감일 것이다. 3시리즈는 BMW 전체 판매량의 25%나 차지하며, 회사를 지탱하는 효자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 콤팩트 이그제큐티브 세단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BMW는 이번 부분변경에서 외형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았다. 앞면 공기 흡입구가 조금 더 커졌고, 헤드라이트 정도가 다듬어졌다. 헤드라이트는 LED로도 선택 가능하다. 후면도 BMW 특유의 L자 미등이 전부 LED로 전환되면서 한층 더 깔끔해졌을 뿐이다. 내부에도 큰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광 검정색 마감 재질과 금속 하이라이트 부분이 약간 가미된 정도다. 
 

반면,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 기술이 결합된 신형 2.0L 디젤 엔진의 향상된 성능과 연비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최근 재규어 XE와 신형 아우디 A4의 도전장을 두고 본다면 말이다. 3시리즈의 최고출력은 6마력 상승했고, 토크도 이전 모델보다 2.1kg·m나 높아졌다. 요즘 매우 중요해진 CO₂ 배출량은 111g/km까지 줄였으며, 연비도 23.8km/L다. (모든 제원은 영국 기준) 

성능 상으로는 변화가 미미해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3시리즈의 디젤은 이미 강력했고, 이제는 더 우람해졌다. 그리고 숫자에 상관 없이 실제로 드래그 레이스를 해보면 3시리즈가 XE를 짓밟을 것이다. 특히, 수동변속기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을 0.1초 줄여주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있다면, 그저 1,500rpm에 바늘이 놓이게 놔두기만 하면 된다. 충분한 가속력이 언제든지 뒤따를 것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정숙성. 사실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정숙함을 기대했다. 재규어 XE의 인제니움 엔진과 비슷하고, 덜덜거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C220 블루텍보다는 훨씬 더 조용하지만. 그래도 5시리즈에서는 동일한 엔진이 소곤거리듯 차분한 사실을 생각해봤을 때, 왜 3시리즈에는 소음을 남겨뒀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재규어 XE를 시승한 뒤, 3시리즈가 동급에서 가장 핸들링이 뛰어난 차라는 통상적인 관점이 약간 흔들리긴 했다. 하지만 BMW는 이번에 스티어링 감성을 개선했고 서스펜션도 더 견고하게 조였다. 더불어 우리가 시승한 M 스포트 모델은 서스펜션이 10mm 더 낮고 강성도 높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어댑티브 댐퍼와 19인치 휠까지 부착됐다. 
 

컴포트 세팅에서도 탄탄하게 느껴지는 서스펜션은 항상 단단하지만 매우 잘 조정된다. 사냥감을 조준하는 한 마리의 매처럼 노면을 아무런 튕김 없이 달려낸다. 코너에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안정감을 유지한다. 딱딱하게 조율된 자동차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을 견뎌내는 충격 흡입력도 만족할 만하다. 다만 대다수의 불규칙한 도로에서는 편안함을 유지해주겠지만, 움푹 파인 구멍을 지나칠 때엔 그 과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이다. 투어링을 위한 차에 앉기는 싫지만 투어링을 하는 느낌을 즐긴다면, 더 작은 휠이 장착된 SE 모델이 나을 것이다. 

축축한 트랙에서는 시승차가 그립을 살짝 잃는 듯했지만, 그건 타이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밸런스는 빼어났다. 3시리즈를 타다 보면, 특히 BMW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50대50 무게 배분이 그저 마케팅용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이건 스마트한 엔지니어링의 결과다. 
 

향상되었다는 스티어링에는 호불호가 갈릴 듯싶다. 속도에 맞춰 자동 조정되는 서보트로닉(Servotronic) 기술은 고속으로 달릴 때 무게감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너무 많은 저항을 보였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더 심해진다. 옵션인 서보트로닉을 피하고 기본 스티어링을 택한다면 매우 뛰어난 기어비와 정확한 주행 감성을 얻을 것이다. 

옵션인 M 스포츠 브레이크는 제동 능력이 굉장히 탁월하지만, 느낌이 썩 좋지는 않다. 살짝 밟았을 땐 괜찮지만, 조금씩 더 누르기 시작하면 어느 시점부터 페달의 감촉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아울러 큰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한 여느 차나 마찬가지겠지만, 고속에서는 상당한 소음이 전해진다. 비슷한 성능의 재규어 XE가 이 부분에서는 더 나을지 모르겠다. 이전 3시리즈의 문제점이었던 사이드미러 부근의 바람소리도 아직 존재한다. 
 

조금씩 업그레이드된 인테리어는 만족스럽다. 유광 검정색의 마감 재질과 금속 디테일은 프리미엄 세단의 느낌을 한창 고무시킨다. 촉촉하게 기름칠을 한 듯이 부드럽게 작동하는 버튼들과 iDrive의 멀티미디어 컨트롤러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들을 보면, 동급에서 왜 3시리즈가 최상급인지에 대해 반박할 여지가 없어진다. 

다른 부분들은 이전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약간 옆으로 장착된 페달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운전석의 포지션과 느낌은 좋다. 4명의 성인을 태우기에 내부 공간은 충분하고, 트렁크도 C클래스나 XE의 것보다 넉넉하다. 
 

3시리즈가 스포티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뒷담화가 있지만, 이번 M 스포츠 모델은 충분히 스포티하다는 점은 의심조차 할 수 없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이 가져온 변화들은 각각 별개로 봤을 땐 사소하지만, 모두 합쳐보면 신형 3시리즈를 모든 영역에서 확실하게 더 나은 차로 느껴지게 한다. 

그렇다면, 다시 3시리즈를 최고의 콤팩트 이그제큐티브 세단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번 디젤 모델의 시승 결과로는 그렇다. 하지만, 예전만큼 큰 차이로 그 위치를 고수하는 건 아니다. 최근 경쟁자들의 위세가 높아졌고, 신형 아우디 A4가 선보일 시점엔 다시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 · 존 호웰 (John Howe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