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는 어떻게 '디펜더'라고 불리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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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는 어떻게 '디펜더'라고 불리게 됐을까?
  • 스티브 크로폴리 (Steve Cropley)
  • 승인 2015.10.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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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는 어떻게 ‘디펜더’(Defender)라는 이름을 얻게 됐을까? 당시 랜드로버의 수석 엔지니어 빌 모리스가 디펜더의 탄생비화를 털어놨다 
 

빌 모리스는 마치 랜드로버 디펜더의 운전대를 잡고 태어난 사람 같다. 그를 만난 곳은 랜드로버의 본고장 솔리헐. 그곳에 있는 유명한 랜드 트랙의 최대 고난이도 구간 ‘더 스테어케이스’ 꼭대기를 찾았다. 모리스는 최신 모델인 랜드로버 디펜더 110(원텐)의 운전석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디펜더의 드라이버들이 늘 그렇듯 창문턱에 팔을 올렸다. 

V8 3.5L 휘발유 엔진은 무엇에 취한 듯 조용히 공회전했다. 그리고 그가 기다란 레버로 1단을 넣자 깊이 덜컹거리며 강렬한 개성을 뽐냈다. 엔진 노트가 살짝 올라갔고 모리스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가속페달을 밟았다. 

모리스는 디펜더가 처음 나왔을 당시 랜드로버의 수석 엔지니어였다. 따라서 우리는 디펜더의 삶이 시작되는 솔리헐에 찾아와, 생산라인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나온 랜드로버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다. 언제 어떻게 그들이 디펜더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를 캐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은 1948년 윌크스 형제가 만든 오리지널 형태의 랜드로버를 모두 디펜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디펜더라는 이름은 그 이후 거의 40년이 지나서야 공식화됐다. 게다가 1990년에 와서야 랜드로버의 차체에 실제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만들어진 차에도 ‘디펜더’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디펜더의 시작은 정확히 90 & 110이라는 모델명이 생기고, 더불어 레인지로버가 넘겨준 신형 코일스프링 서스펜션을 채택한 뒤부터다. 

“이야기는 1970년대에 시작됐다.” 모리스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랜드로버 시리즈 Ⅲ의 책임 엔지니어였다. 때문에 랜드로버를 개선하라는 브리티시 릴랜드 이사진의 압력을 받고 있었다. 양산 개시 후 거의 30년이 지났기에 다시 검토해야 할 때가 됐었다.” 

랜드로버는 모리스를 비롯한 기술진을 여러 차례 전 세계에 내보냈다. 고객들을 만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될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모리스에 따르면 랜드로버에 필요한 것은 더욱 크고 강력한 엔진이었다. 당시 토요타와 닛산 등 일본의 라이벌들이 한층 강력한 엔진으로 무장하고 주요 수출시장에서 랜드로버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리스의 설명을 들어보자. 
 

“당시 우리에게 쓸 만한 것은 로버 세단에서 나온 V8 3.5L 엔진 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랜드로버를 몇 단계에 걸쳐 개선하기로 했다. 1단계에서는 롱 휠베이스 모델에 V8 엔진을 넣고 상시 네바퀴굴림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그게 110이다. 2단계로 레인지로버의 코일스프링 시스템을 가져다 서스펜션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3단계는 새로운 보디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3단계는 실행되지 못했다. 지금도 디펜더 스타일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대로 둬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초에 모리스는 랜드로버 서스펜션을 리프 스프링에서 코일로 바꿀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댐퍼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프 스프링은 나름대로 댐핑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일 스프링일 경우 바퀴가 더 자주, 더 깊게 상하운동을 하기 때문에 행정이 더 길고 더 좋은 댐퍼가 필요하다. 아울러 리프 서스펜션은 전반적으로 내구성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일 스프링은 안락성이 훨씬 뛰어났다. 따라서 우리의 추측은 적중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해 코일 스프링을 적용했다.” 
 

1983년 랜드로버는 코일 스프링을 적용한 110(솔리헐에서 태어났다)을 만들었다. 1년 뒤에는 레드버리 부근의 이스트너 카슬 단지에서 보다 짧은 90 모델(실제로는 휠베이스가 92.9인치, 약 2359.7mm)이 베일을 벗었다. 오늘날 만들고 있는 모델과 별로 차이가 없다(그 뒤 신형 엔진이 더해졌을 뿐이다). 

디펜더라는 이름은 메이커에 큰 이익을 안겨줬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모리스의 말을 들어보자. “랜드로버와 레인지로버를 함께 판매했던 탓에 혼란이 일어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1978년 랜드로버가 로버에서 떨어져나오자 고객들 사이에는 혼란이 일어났다. 일반 소비자들 중에서는 레인지로버가 랜드로버였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커졌다. 더불어 레인지로버를 판매했던 회사에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내놓자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레인지로버와 새로 나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어째서 브랜드가 다를까? 두 모델의 내부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아는 고객들에게는 유난히 신경이 쓰이는 의문이었다. 회사의 고위인사는 작명 문제에 대해 “성스럽지 못한 혼란”이라고 하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디펜더(Defender)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한 주인공은 제품기획이사 앨런 이디스였다. 그는 철저한 작명 과정을 거친 뒤 디펜더를 골랐다. 논리는 단순했다. 랜드로버는 영국에서 방위(defence)산업의 대기업이었고, 따라서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랜드로버의 아이콘으로(당시 레인지로버는 소량 판매에 그쳤고, 신형 디스커버리는 고객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4×4의 세계에서 쌓은 지위를 지켜야(defend) 할 임무를 띠고 있었다. 따라서 ‘디펜더’(Defender)라는 이름은 이상적이었고, 1990년부터 채택하게 됐다. 

디펜더는 오늘날에도 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앞으로 랜드로버 모델은 레인지로버, 디펜더, 디스커버리의 3개 라인업으로 짜여질 전망이다. 아울러 각 모델 라인업은 보닛의 앞머리에 보기 쉬운 입체적인 글씨로 차별화하게 된다. 

글 · 스티브 크로폴리 (Steve Cropley)
사진 · 루크 레이시 (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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