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5, 혁신 대신 완성을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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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5, 혁신 대신 완성을 쫓다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0.0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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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폭은 보기보다 크다. 기존 모델의 약점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혁신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티브 잡스 생전에 내놓은 아이폰의 충격이 너무 강했던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기존과 다른 것을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신형 K5가 나올 때도 그런 기대를 살짝 했다. 피터 슈라이어가 이번에는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할까 싶었다. 

하지만 그는 역사와 전통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이제부터 기아차의 전통을 만들겠다는 것. 새로운 디자인이지만 성공적이었던 기존 K5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새로운 분위기다. 매 세대마다 이름만 그대로 두고 디자인을 확 바꾸던 국산차에서는 거의 볼 수 없던 사례다. 
 

두 개의 디자인 전략도 그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기아차는 신형 K5의 앞 범퍼 디자인을 달리해 모던(MX)과 스포티(SX)라는 테마를 적용했다. 이는 디자인을 중요시여기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아차는 MX 대 SX의 예상 판매비율을 4:6으로 보고 있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쏘나타를 중후한 이미지로, K5를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해 차별화를 꾀하는 효과도 있다. 

신형 K5의 크기는 4,855×1,860×1,465mm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길이 10mm, 너비 25mm, 높이 10mm가 늘었다. 길이가 늘어난 것은 휠베이스를 10mm 늘려 2,805mm로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형차의 휠베이스가 2,800mm를 넘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수치상으로 보면 작은 변화지만, 종합적으로 주는 영향은 그보다 클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장점인 넓은 실내공간 만들기에 들인 노력은 칭찬할 부분이다. 
 

실내는 은근 차분한 분위기 만들기에 힘썼다. 기존 모델 대비 가장 발전한 부분. 최신 모델에 연이어 시험한 새로운 디자인 기조가 돋보인다. 테를 두르듯 도드라지는 층을 통해 운전자를 감싸는 랩어라운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대시보드는 간결한 맛을 살린 가로형 배치. 스티치 문양을 살린 합성소재를 더해 살짝 멋을 냈다. 센터페시아 모양은 현대 쏘나타의 것과 비슷한 마름모꼴. 그러나 쏘나타의 것이 운전석과 조수석을 나누는 역할을 하는 반면, K5는 그렇지 않다. 뒷좌석 공간은 키 180cm 성인 기준으로도 다리 공간이 충분하다. 뒷좌석 창문에는 손으로 올려 거는 차양막도 달았다. 뒷좌석의 편의에도 부쩍 신경을 쓴 모습이다. 

신형 K5의 구동계는 다섯 종류. 2.0L 휘발유, 1.6L 터보, 2.0L 터보, 1.7L 디젤, 2.0L LPG로 나뉜다. 앞으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추가되면 일곱 종류가 된다. 하이브리드는 하반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016년 상반기를 목표로 두고 있다. 기존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등장할 때까지 계속 판매한다고. 다양한 구동계를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당장 많이 팔리는 모델만 두고 이익 최대화를 노리는 것보다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야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중 라인업의 중심을 맡을 2.0L 휘발유 모델과 1.7L 디젤 모델을 시승했다. 
 

2.0L 휘발유 모델의 첫인상은 뛰어난 정숙성. 확인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렸는지도 모를 만큼 조용했다. 기존 모델에 비해 확실히 나아졌다. 직렬 4기통 2.0L 휘발유 엔진의 최고출력은 168마력으로 6,500rpm에서 나온다. 기존 모델에 비해 4마력이 줄고, 최고출력 발생 구간도 200rpm 낮아졌다. 최대토크는 20.5kg·m로 그대로다. 4,800rpm에서 나온다. 저속 구간을 보완하고 소음과 진동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했다. 소리 유입을 방지하는 설계, 소리가 들어올 곳을 틀어막는 방음재를 넉넉히 덧댔다. 그 결과 기존 모델 대비 공차중량이 약 45kg 늘어난 부분은 아쉽지만,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스포티한 디자인에 비해 가속의 질감은 조금 느긋하다. 특히 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는 시내 주행에서 그렇다. 절대적 가속성능은 충분한 편이지만, 늘어난 안정감에 비해 가속감이 옅다. 3,000rpm 정도로 회전수를 높이면 엔진음이 작게 들린다. 저회전을 고수한다면 조용하고 여유로운 차로 다가올 것이다.
 

고회전으로 달릴 때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탄력적인 엔진은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데, 기존 모델 대비 높아진 고속 안정성이 돋보이기 때문. 강성을 더한 차체 설계 덕분이다. 차체의 51% 이상에 인장강도 60kg/㎟ 이상의 고장력 강판을 사용했고, 하체 곳곳에는 인장강도 100kg/㎟급을 사용해 비틀림을 막았다. 접지력 및 고속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앞 서스펜션의 강성을 높이고, 뒤 서스펜션에는 듀얼 로어암을 적용했다. 

2.0L 휘발유 엔진을 얹은 모델이 정숙성과 편안함으로 어필한다면, 1.7L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은 스포티한 성능과 경제성으로 어필한다. 최고출력 141마력을 4,000rpm에서, 최대토크 34.7kg.m을 1,750~2,500rpm에서 내기에 출발 가속이 가볍다. 최고출력은 2.0L 휘발유 엔진보다 낮을지라도 일반적인 주행에 있어서는 더 호쾌한 느낌이다. 물론 디젤 특유의 진동, 엔진음은 휘발유 모델보다 더 많이 들이치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적당한 수준으로 걸러낸 정도. 시내에서는 약간 의식될 수 있겠지만, 항속주행을 할 때는 아주 쾌적하다.
 

브레이크의 답력은 초반에 제동력을 많이 거는 타입이 아니다. 기존 모델의 타입에 비해 약간 개선을 더한 것인지 또는 길들이기가 되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제동성능을 초기에 급격하게 끌어내지 않는다는 부분이 좋다. 서스펜션 세팅은 약간 탄탄한 승차감을 목표로 매만진 쪽이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은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것으로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데, 연속되는 충격을 짧게 끊어내는 것 또한 많이 개선됐다는 판단이다. 

혁신과 완성, 두 가지 갈림길에서 신형 K5는 완성을 택했다. 기존의 부족한 부분을 충실히 개선한 점은 분명 칭찬할 점이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고, 반영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림별 편의장비의 구성 및 옵션 구성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 연관성 없는 장비를 한데 묶어 옵션으로 내놓는 것과,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장비를 각 트림에 분산시켜놓고, 옵션으로 구매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긴급제동 보조, 차선이탈 경고, 후측방 경보 등의 능동형 안전장비를 최고급 트림에서야 옵션으로 선택하게 만든 것 또한 입맛이 쓰다. 반론의 여지가 있다면, 경쟁자들은 약점을 명확하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고, 신형 K5가 가격 대비 구성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집중적인 개선을 통해 얻은 신형의 완성도 또한 마찬가지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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