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는 디노의 영광된 부활을 일궈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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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디노의 영광된 부활을 일궈낼까?
  •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 승인 2015.09.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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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40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그들의 아이콘 ‘디노’(Dino)를 부활시키는 모험에 뛰어들었다

페라리가 신형 디노의 개발을 발표했다. 몇십 년을 건너 들려온 짜릿한 희소식이자, 세르지오 마르치오가 회장에 취임한 뒤 내린 영단이다. 그는 페라리 마니아를 사로잡을 고혹적인 영혼의 부활을 전 세계에 알렸다. 물론 페라리가 과거의 이름을 되살릴 때 언제나 빛나는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다(테스타로사와 몬디알을 보라). 하지만 이번만은 예감이 다르다. 그렇다면 신형 디노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오리지널 디노를 타고 도로에 나가 그 정체를 파헤치기로 했다. 

레이스에서 담금질된 2.4L 4캠 엔진에 시동을 걸기도 전부터 우리는 디노의 여러가지 비밀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디노는 당시 가장 개성이 빼어난 V6 엔진을 심장으로 받아들였다. V12 엔진을 얹지 않은 페라리의 첫 로드카였고, 따라서 디노를 저렴한 값싼 페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디노는 새로운 미드십 스포츠카 라인업의 선두주자였다. 따라서 디노는 기존 페라리의 어느 제품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 피스톤헤드에 들어가 검색해보면 가장 저렴한 디노 246 GT의 가격이 28만 파운드(약 5억원) 정도다. 요즘 중고 슈퍼카 시장에서 디노의 값이 치솟는 까닭이 무엇일까? 오리지널 디노 이후 그보다 아름다운 모델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그러나 디노의 가치는 아름다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모로나 디노는 페라리 철학의 정수를 모았다. 마라넬로의 정수를 향수병에 담은 것만큼이나 고귀하다. 

디노의 실내에 들어가자 페라리의 상징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합금 스포크 스티어링부터 노출된 기어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너클에는 계기가 가득 찼다. 먼저 회전계가 눈에 들어왔고, 레드라인 7,800rpm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오래된 모델 치고는 대단한 수치다. 
 

물론 운전 위치는 끔찍하다. 하지만 시야가 이처럼 좋은데 무슨 상관일까? 잔잔히 솟아오르는 프론트윙은 롤스로이스의 황홀한 여인상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전방위 시야는 경이적으로 좋고, 뒤 윈드실드는 끝자락이 각기 90°로 휘어졌다. 그걸 대체하기 위해 비용이 얼마나 들까를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키를 돌렸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 같은 차는 시동을 걸자마자 당장 튀어나가면 곤란하다. 디노는 약간 정성을 들여야 하는 차다. 나는 우선 오른발로 트윈초크 웨버 카뷰레터 트리오에 연료를 약간 뿜어 넣었다(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인가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2~3개 기통이 불붙는 소리가 들렸으나 곧 6개가 모두 합세했다. 엔진 사운드는 풍요롭고 복잡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1단을 넣었다. 1단은 게이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가장 적게 쓰는 기어이기 때문. 과거 페라리의 5단 F1 머신이나 스포츠 레이서도 똑같은 구조다. 클러치는 날렵할까? 불과 22.9kg·m의 토크를 전달하는 데 지나지 않지만 너무 무거웠다. 더불어 그에 못지않게 무거운 브레이크 탓에 시승을 마칠 무렵 내 사지는 지칠 대로 지쳤다.

나는 곧 2단을 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시 페라리의 변속기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으면 2단에 들어가기를 싫어했다. 그래서 모퉁이를 돌아 3단을 넣었다. 엔진은 기침을 하며 칙폭거렸으나 불평 없이 달려갔고 오일 온도계 바늘이 올라간 뒤부터 모든 기어를 오르내릴 수 있었다. 

스티어링 감각은 약간 뚱하고, 승차감은 조금 뻣뻣하다. 지금까지 디노에 대한 숱한 기사를 읽은 뒤라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계속 밀어붙이자 댐퍼가 달아오르고 얄팍한 205/70 미쉐린 XVX 타이어에 스피드가 붙었다. 꼬마 디노는 힘차게 살아났다.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스티어링은 마치 뱀처럼 손안에서 몸을 비틀었다. 오늘날 최고의 파워 시스템도 이 앞에서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디노는 스티어링 림과 얇은 버킷시트를 통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왼쪽 귀 뒤에서 들려오는 엔진 사운드는 세계 오페라의 성전 라스칼라의 청중에게도 어울릴 장쾌한 음악이었다.

디노는 밸런스마저 내 넋을 빼앗았다. 도대체 페라리는 어째서 이 모두를 잊어버리고 지나치게 까다로운 308, 328, 348 같은 미드십 모델을 줄줄이 내놨을까? 오리지널 디노는 드라이버의 가장 좋은 친구다. 어디를 가든 참신한 모험을 꾸며낸다. 따라서 새로운 디노도 그래야 한다. 랩타임은 무시하고, 모든 세팅은 페이스가 아니라 감각을 좀 더 살리도록 조율돼야 한다. 물론 수동 변속기도 필요하다. 
 

페라리가 그런 차를 만들 능력이 있을까? 물론이다. 488 GTB 엔진에서 2개 기통을 잘라내면 3.0L 500마력을 살짝 밑도는 366 GTB(기통당 배기량을 바탕으로)가 나올 수 있고, 디노의 완벽한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0→시속 97km 가속을 4.0초 이하로 끊고, 최고시속은 300km에 이른다. 

페라리는 터보래그가 없는 엔진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각 단마다 자연흡기 엔진과 같은 수준의 토크를 전달하게 된다. 다만 디노다운 사운드를 살릴 수 있으리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그 문제를 제대로 푼다면 페라리가 오리지널과 대등한 디노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글 ·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사진 · 토니 베이커 (Tony B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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