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일상의 합리적 세단, 볼보 S60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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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일상의 합리적 세단, 볼보 S60 D3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9.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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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엔진으로 경제성을 더한 볼보 S60 D3은 볼보 특유의 가치를 좀 더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볼보 S60은 D4 엔진을 얹은 모델로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D3 엔진을 얹은 모델이기에 색다른 기대를 걸었다. D4보다 합리적인 자동차란 생각에서다. 성능은 살짝 줄었지만 볼보만의 감각, 안전 장비, 높은 연비는 그대로다. 회색 슈트 같은 디자인에 홀려 절로 문을 열었다. 북유럽 가구를 떠올리게 하는 기능적인 실내가 펼쳐진다. 건축가들이 볼보를 주로 탄다는 실없는 농담이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곡선과 직선을 골고루 맞물리는 선들이 만들어내는 기능적인 실내의 구조가 독특해서다. 
 

D3 엔진은 볼보의 드라이브-E 구동계의 새로운 버전. 기존에 선보였던 D4 엔진과 구조를 공유한다. 좋은 엔진 하나를 만들어 대부분의 구조를 공유, 출력을 나눠 사용하는 것으로 볼보가 방향을 잡았기 때문. 그래서 직렬 4기통, 1,969cc의 구조와 배기량은 D4 엔진과 같지만, 최고출력이 3,750rpm에서 150마력이 나온다는 것이 다르다. 최대토크는 32.6kg·m으로 1,750~3,000rpm 구간에서 나온다. 싱글 터빈 구조임에도 저회전부터 강력한 힘을 끌어낸다. 고회전을 돌려 얻는 성능보다는 경제성과 효율을 우선한 세팅을 적용했다는 판단이다. 
 

변속기는 자동 6단으로 기어비가 넓다. D4의 8단 변속기에 비해 2단이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경제성으로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낮아진 가격을 생각하면 반가울 정도. 기능 또한 여전히 뛰어나다. 변속은 빠르고 동력 전달 효율이 좋다. 이를 위해 낮은 회전수에서도 엔진과 변속기를 꽉 맞물려 동력 전달 효율을 높이는 록업 기능을 적용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댐퍼를 이용해 낮은 회전수에서 생길 수 있는 구동계의 진동을 막는다. 회전수를 최소로 조절하면 약간의 진동은 생기는 편이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다. 
 

순항 시 가속페달을 떼면, 변속기와 엔진을 분리해 타력 주행으로 멀리 갈 수 있는 코스팅 기능이 작동한다. 에코 플러스 모드를 활성화 시킬 때 적용된다. 항속 주행 시 코스팅 기능이 적용되면 상당히 조용해진다. 엔진의 존재를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끄러지듯 달린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다시 엔진과 변속기를 맞물려 엔진 브레이크를 건다. 시속 90~120km 사이로 달릴 때는 저회전부터 강한 토크를 내주기에 회전수를 높일 필요가 크게 없었다. 한껏 속도를 낸다고 한들, 실용영역을 넘어가면 가속의 질감이 약해진다. 회전대를 맞춰 달릴 때 운전의 재미가 크다. 여유롭게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 제 성능을 내주는 엔진이다. 혹사하며 달릴 필요는 없다. 약 800km를 달리는 동안 18.5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조금 더 차분하게 달린다면 더 뛰어난 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련미와 안정감을 중시한 승차감은 상위권에 든다. 둔하지도 않고, 예리하지도 않은 딱 적절한 수준에 맞췄다. 노면의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하면서, 살짝 단단하게 차체를 떠받친다. 거칠게 일그러진 노면을 달릴 때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론 어떤 노면을 지나고 있다는 정보는 충실하게 전달해준다. 단단한 차체도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S60 D3의 섀시는 기존 대비 차체 강성이 최대 50%까지 늘어난 다이내믹 섀시다. 무게중심을 낮춰 반응과 안정감이 좋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에도 쾌적하다. 풍절음을 잘 막았고, 하부 소음도 잘 틀어막았다. 브레이크는 제동력의 증가가 균일하다. 부드럽게 차를 제어할 때 용이한 부분이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S60 D3을 보니 대견해졌다. 특별한 자극은 없다. 하지만 어떤 모난 부분도 없이 충직하게 주인을 모시는 자동차랄까. 안전장비를 잘 갖췄음에도 D4보다 저렴한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적이란 생각도 든다. 리모컨의 문 열림 버튼을 누르니 갑자기 차가 통풍기를 작동시킨다. 클린 존 인테리어 패키지란 기술 때문이다. 문 열림 버튼을 누르면 1분 안에 내부의 공기를 외부로 자동 배출시키는 시스템이다. 불쾌한 냄새, 그 외 이물질들을 내보내기 위해서다. 이런 섬세한 배려를 보니 느긋한 삶을 같이 할 수 있는 차로 꼽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시 올라선 도로에는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어두운 여름밤인데다 사이드미러까지 물이 흠뻑 튀겨 쉽게 보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왠지 안심이 됐다. 이 차는 볼보니까. 밤에도 헤드램프를 꺼놓고 달리는 이들이 있다고 한들, 레이더로 비춰 사고를 막아준다. 안전장비의 감도를 높이니 시티 브레이크는 앞을 살피며 브레이크를 언제든 밟으려 대기했고, 사각지대 감시 장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차들까지 살펴경고해줬다. 게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차를 살펴주는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까지 있다. 차 바깥의 모든 환경을 살펴 운전자를 지켜주는 셈이다. 행여나 빗길에 바퀴가 미끄러질까봐 걱정할 이유는 없다. 언더스티어를 막아주는 코너 트랙션 컨트롤, 바퀴의 미끄러짐을 감지해 구동력을 배분하는 스태빌리티 컨트롤 등이 운전자의 실수를 감싸기 위해 항시 대기 중이다.
 

선루프를 두들겨대는 빗소리와 함께, 레너드 카푸콘의 바이올린 피아노 협주곡을 들었다. 기본형 오디오임에도 불구하고, 저음과 고음을 잡아주는 해상력이 좋다. 중음이 살짝 모자란 부분은 있지만, 순정임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소리를 낸다. 멈춰선 김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속속들이 살폈다. 스티어링의 무게감 등 자동차의 설정을 전자식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설정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좋다. 특이한 점은 핸드폰의 블루투스, 테더링 기능을 이용해, 대시보드 가운데 스크린으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다만 스마트폰만큼 좋진 않다.
 

시승을 마치면 사고 싶은 차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시승차를 받기 전까진 S60 D4를 원했다. 볼보의 모든 것을 담아낸 수작 중 하나이기 때문. 하지만, 시승 내내 D3 쪽으로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다. 볼보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구성을 조절해 더 낮은 가격을 맞췄기 때문. 조금 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으면서도 핵심 가치는 그대로라는 것이 S60 D3의 매력일 것이다. 자꾸 떠나고 싶게 만드는 뛰어난 연비도 놓쳐선 안 될 부분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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