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마력 배틀, 미니 JCW vs 아우디 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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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마력 배틀, 미니 JCW vs 아우디 S1
  • 닉 캐킷 (Nic Cackett)
  • 승인 2015.08.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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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신형 존 쿠퍼 웍스가 런던 시내에서 아우디 S1을 뒤쫓는다. 닉 캐킷(Nic Cackett)이 462마력 배틀의 심판으로 나섰다

퇴근 시간이 되면 런던의 금융 중심가인 스퀘어 마일(Square Mile)은 활기로 가득하다. 해는 이미 네 시간 전에 졌고, 비가 계속 내렸다. 그러나 야근 중독자들에겐 아직 근무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후줄근한 노스페이스 점퍼 차림의 우리 넷도 마찬가지. 비숍스게이트(Bishopsgate)의 인파 속에 있는 우리는 마치 분홍색 플라밍고 무리 속의 까마귀 떼만큼이나 눈에 잘 뜨일 정도다. 

우리가 한밤에 런던 시내에 나선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최신형 미니 존 쿠퍼 웍스가 속도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인 아우디 S1에 새로운 도전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이전 세대의 미니 JCW는 런던 시내를 스카이 콩콩으로 뛰어다니는 것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고성능 슈퍼미니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기에 런던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네 시간 전만 해도 두 차의 출력을 합친 462마력은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영국 수도의 러시아워에는 네 바퀴 차보다 두 바퀴 차가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이 조금 더 어두워지면 이층 버스, 택시,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우버 하이브리드 차, 경찰관이 꾸준히 밀려올 정도로 금세 교통량이 줄어든다. 이제 작고 기민하며, 날랜 것으로 관심을 돌릴 때다. 

두 차 모두 나름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런던 리든홀 마켓(Leadenhall Market) 시장이 지닌 배경처럼 미니에게도 전통이 있다. 존 쿠퍼가 알렉 이시고니스가 만든 미니로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살인적인 스모그가 런던을 덮친 직후였다. 30년 후에 새로운 후견인이 미니를 완전히 탈바꿈했지만 그의 이름과 이상은 잊히지 않았다. 이제 3세대에 접어든 신형 미니 JCW는 지금까지 BMW가 만든 미니 중 가장 강력한 양산 모델이다. 2.0L 터보차저 엔진에서 나오는 231마력의 최고출력은 JCW를 S1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마치 단순한 요구에 대한 기술 과잉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는 로이드 빌딩(Lloyds Building)의 밤 모습 같다. 18세기식 식당은 없지만 말이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나서, 우리는 용감하게 거친 거리를 향해 움직였다. 우선 미니 JCW의 차례. 아쉽지만 좋지 않은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미니에 익숙해지려면 먼저 골치 아픈 실내에 관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행히도, JCW 모델 고유의 특징은 썩 괜찮은 버킷 시트와 값싼 스티커처럼 보이는 평범한 계기뿐이다. 다만 우리가 시승한 차는 자동변속기 버전이어서 기어 레버를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변속 패들이 있기는 하지만, 오이 모양으로 생긴 거킨 빌딩에 양동이를 걸어놓은 것처럼 어색하다.

예전에는 자동변속기를 단 JCW를 타고 런던 밤길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퇴근 후 바에 가서 한잔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형 JCW는 굳이 코너를 돌면서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신형은 훨씬 더 강화된 스프링과 튼튼한 스태빌라이저를 달았으면서도 믿음직한 스타일로 달린다. 이전처럼 승차감이 단단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흔들리기는 하지만, 이전 모델들의 우스꽝스러운 경박함이 교묘하게 길들여졌다. 3중 구조 스트럿 마운트를 통해 댐퍼와 차체를 분리한 것과 시승차에 쓰인 240파운드(약 42만원)짜리 가변 댐퍼 제어장치 덕분이다. 
 

알파인 스키 선수처럼 맨홀 뚜껑 주변을 굽이굽이 돌아보려는 생각을 줄이면, JCW의 특성(달리 말하면 호감도)은 단번에 달라진다. 심지어 토크 컨버터 방식 스텝트로닉 변속기조차 좋게 느껴질 정도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의 부드러움과 빈틈없는 변속,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러운 동력전달은 32.6kg·m의 최대토크를 거의 올곧게 활용하는 차로 만든다. 

신형 JCW가 상당히 성숙한 것처럼 들린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실제로 그런 차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미니 라인업에 새로 나온 모든 모델이 그렇듯, JCW는 나름의 견고함에 집중한 감각이 엿보인다. 모든 면에서 BMW 3 시리즈만큼 잘 조립된 느낌이다. 치밀함을 타고난 구동계와의 결합이 빚어내는 결과는 인상적이다. 스프링에서 마운트를 거쳐 차체에서 대시보드를 넘어 스티어링 휠에서 손바닥에 이르기까지, 칭찬을 놓칠 구석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S1이 적당한 매력으로 신형 JCW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당연히 승기를 잡아야 마땅한 부분에서조차 발목을 잡힌다. 미니의 탄탄한 특성과 비교하면 아우디는 좀 엉성한 느낌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회전 보조력이 너무 강한 스티어링과 너무 헐렁하게 움직이는 6단 수동 기어 레버다. 

둘 다 모두 지나치게 가볍고(1단에 넣으려고 하면 후진에 들어가기 쉽다) 너무 애매하게 움직인다(3단에 넣으려고 하면 중간에 걸린다). 더 짜증나는 부분은 S1을 조작할 때의 가벼움이 쉬운 운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니의 스티어링은 더 무거울지언정 반응은 더 빠르다. 아우디는 처음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차체 앞쪽이 알맞게 반응하지도 않거니와, 종종 돌리고 풀 때에 좀 더 머뭇거리곤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S1은 더욱 빠른 속도를 낸다. 미니보다 최대토크가 5.1kg·m 높은 4기통 2.0L 터보 엔진과 젖은 노면에 더 잘 어울리는 네바퀴굴림 시스템 덕분에 정말 빠른 느낌이 든다. JCW를 포함해 동급의 다른 모든 차들과 차별화되는 0→시속 100km 가속 5.8초의 성능은 몸이 시트에 꽂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게 발휘된다. 

이런 특성은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지만, 하룻밤 동안 시내를 돌아다니고 나면 더 균형 잡힌 미니를 넘어서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승차감은 아주 재치 있지도, 세련되지도 않다. 내비게이션이 포함된 1천495파운드(약 260만원)짜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한 세대 이전 것이다. 실내는 편안하지만 엔진처럼 임기응변이 능하지 않다. 첫 라운드에서는 미니가 승리를 거두었다. 

두 번째 라운드는 다행히도 한낮에 이루어졌다. 서리 힐즈(Surrey Hills)를 출발해 메이든헤드(Maidenhead)에 있는 주유소에서 차를 바꿔 타고 돌아오기까지, 두 곳을 잇는 모든 국도를 달리며 직선구간 가속을 시험했다.
 

해가 떠 있으면 거리는 오랜 친구의 얼굴만큼이나 친숙한 모습이다. 이런 경우는 대개 날쌘 아우디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S1에게는 뭔가 특이하게 마음을 끄는 면이 있다. 분명히 날카로움에는 중독성이 있고, 출력을 낮춘 EA888 엔진은 고르면서도 후련하게 힘을 낸다.

우리는 앞서 S1이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고 비난했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이야기다. 실제로는 어디서든 100%의 힘을 발휘해 달리기가 망설여질 정도일 뿐이다. S1은 아주 작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부담스럽지도, 특별히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큰 비용을 들여 새로 만든 뒤 차축은 S1의 재기발랄함을 제대로 느껴지게 만들 만큼 토크를 잘 배분한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끊임없는 가속은 희미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그 원인은 차체가 튀지 않으면서 중속 코너의 요철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S1의 서스펜션 움직임이 충분하지 않은 데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에는 브레이크를 거의 밟지 않게 된다.
 

바탕이 된 A1을 자꾸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A1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과 더불어, A1이 근본적으로 너무 비싸고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S1은 아우디가 늘 만들었던 훌륭한 상품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어마어마한 콰트로 군단 속에서 유별난 반쪽짜리 차로 생각하는 것이 낫다. 더불어 S1의 뒷좌석에 앉아 돌아올 때는 겨우 10분 만에 불쾌한 자극을 느낄 수 있었다.

JCW는 어디서든 실력을 발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동변속기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 무게는 첨단 장비가 가득한 아우디보다 가볍지만, 감각적으로는 더 묵직하다. 똑같이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았을 때, S1은 앞 차축에 적절한 차동제한 디퍼렌셜이 없다는 것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고 계기판에는 구동력 제어장치 경고등이 켜진다. JCW는 앞쪽 프로펠러 샤프트의 양쪽 길이가 같아서 스티어링 감각이 더 일관되지만, 그것만으로는 토크가 지나치게 많이 실릴 때마다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지는 특성을 막을 수 없다. 
 

더 강하게 몰아붙이기보다는 더 잘 다루는 것이 당연한 해법이다. 미니는 S1과 똑같이 거칠게 운전할 차가 아니다. 오히려 JCW의 넘치는 능력이 흐름을 탈 때까지 차분히 다뤄야 한다. 아주 민감한 스티어링에 익숙해지고, 고회전으로 가면 넉넉해지는 4기통 엔진에 맞춰 기어를 수동으로 바꾸고, 본능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이용한 무게 이동을 제어하면, 섀시는 경쟁차가 지니지 못한 풍부한 감각으로 반응할 것이다.

아울러 JCW는 뾰족한 장애물을 잘 넘어가는 능력을 새롭게 갖췄는데, 그 역시 턴인 때의 예리한 핸들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방향 전환은 헐렁한 S1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다루기 좋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물론 S1의 특이한 매력을 완전히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초소형 콰트로 모델을 5년 동안 탈 생각으로 중고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비교 시승에서 운동 성능이 더욱 강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했지만, JCW도 기본형 쿠퍼 S보다 5천 파운드(약 860만원) 가까이 높은 가격을 완전히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미니의 재빠른 펀치가 목표에 제대로 맞았다. 덕분에 JCW는 대배기량 엔진을 얹은 가장 빠른 슈퍼미니는 아닐지라도, 아직까지는 가장 높은 완성도를 지닌 차라고 할 수 있다. (가격 및 제원은 영국 기준)

글 · 닉 캐킷 (Nic Cackett)
사진 · 루크 레이시(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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