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완성도, 쌍용 티볼리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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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완성도, 쌍용 티볼리 디젤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8.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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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직한 만듦새의 티볼리, 힘찬 디젤 엔진을 얹어 매력을 끌어올리다

2015년 1월, 쌍용차는 휘발유 엔진을 얹은 티볼리를 선보였다. 당시 디젤은 없었다. 디젤 엔진의 인기가 높은 국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들이기에 조금 의아했다. 출시와 함께 쌍용차는 6개월 후에 디젤 엔진 얹은 티볼리를 출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7월, 티볼리 디젤을 내놓으며 약속을 지켰다. 휘발유보다 힘세고 연비 좋은 디젤 모델을 기다리던 이들에겐 희소식일 것이다. 

디젤 모델이라고 디자인이 다르지는 않다. 사실 티볼리라는 모델 안에서 엔진 하나만 바뀌었을 뿐이다. 굳이 차이를 꼽는다면 디젤 엔진을 나타내는 배지를 달았다는 것. 실내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 부분은 계기판뿐, 회전수 적게 쓰는 디젤 엔진에 맞췄다. 등급별 비교를 해봐도 휘발유 모델과 디젤 모델의 편의 장비 구성 또한 거의 같다. 결국 선택은 어떤 취향의 엔진을 고르느냐로 나뉠 것이다. 
 

티볼리 디젤에 얹힌 직렬 4기통 1.6L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30.6kg·m을 낸다. 아이신에서 만드는 자동 6단 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네바퀴굴림 구동계는 현재로는 휘발유 모델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디젤용 네바퀴굴림 구동계도 개발을 완료했고, 본격적인 투입을 준비 중이다. 디젤에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맞추고 싶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출력 경쟁에 나서지 않은 것은 조금 의아하다. 쌍용이 처음으로 만든 신형 소형 디젤 엔진이기에 앞으로 오랜 시간 쓸 것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 물었다. 쌍용의 대답은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초반부터 힘을 끌어내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이는 쌍용차 디젤 엔진의 특징이다. 저회전부터 강한 토크를 끌어낸다는 ‘LET’(Low-End Torque) 엔진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티볼리의 디젤 엔진은 1,000rpm에서 토크의 55%를 낸다. 
 

최대토크 구간은 1,500rpm부터 시작해 2,500rpm까지 이어지고, 2,500rpm에서는 이미 최고출력의 86%인 약 100마력의 힘을 낸다. 최고출력 115마력은 3,400~4,000rpm까지 균일하게 이어진다. 엔진을 돌리는 내내 힘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세팅이다. 하지만 출력을 더 끌어올릴 여유가 충분하단 생각이 들어 쌍용차에 물었다. 쌍용차 또한 앞으로 등장할 신형 모델인 XAV(2015년 서울모터쇼에서 콘셉트 모델로 등장했다)에도 이 엔진의 고성능 버전을 시험 결과에 따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2세대 6단 변속기다. 다이렉트 컨트롤 솔레노이드 밸브를 적용해 변속 속도를 높였고, 경쟁 대상인 국산 DCT 적용 모델에 비해 반응 시간이 빠르다고 쌍용차는 밝혔다. 더불어 힘 있는 디젤 엔진에 맞춰 기어비를 넓히고, 변속기와 엔진이 꽉 맞물리는 록업 구간을 넓혔다. 연비를 끌어내기 위한 비책이다. 이로써 저회전에서 생길 수 있는 구동계 진동은 댐퍼를 통해 막았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실내는 꽤 조용하다. 물론 디젤 특유의 엔진음과 진동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엔진음이 들이치는 쪽으로 방음재를 꽤 쓴 티가 난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대략 실내 소음은 45~47dB를 자리 따라 오르내린다. 회전수를 줄이며 달리면 느긋하게 달리지만, 고회전에서는 엔진음이 크게 들린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정도다. 

출발이 아주 가벼웠다. 가속페달에 발만 올려둬도 움직인다. 지금까지의 쌍용차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다. 기존과 전혀 다른 세팅이다. 살짝 밟아도 재빠르게 달려 나간다. 쌍용차는 다이내믹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속과 반응도에 중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비결을 묻자,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의 초기 반응을 높였고, 이를 위주로 매핑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가속페달을 적게 밟아도 잘 나가고, 브레이크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잘 서는 차를 만들었다”고 했다.
 

결국, 가속페달을 밟는 것에 비해 더 많이 스로틀을 열고, 더 많은 출력을 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100% 밟는 것과 70% 밟는 것의 차이가 상당히 미미하다. 가속페달을 반만 밟고 대결한다면 B세그먼트의 고출력 수입 디젤 차종보다 가속이 앞설 정도다. 물론 약점이 있는 세팅이다. 정교한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는 것. 하지만 장점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티볼리 디젤로 매 순간 집중하며 달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세팅이라는 것. 힘의 부족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회전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모자란 기분이 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엔진회전수를 잘 올리지 않는다. 이런 이들에겐 힘이 충분하게 느껴질 것이다. 강력한 성능의 자동차에 이런 세팅을 한다면 문제겠지만, 티볼리 디젤은 적당한 정도기에 불만은 없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에게는 최적화된 방식일 것이다.
 

인제 스피디움의 직선주로에서 한껏 속도를 올렸다. 실용영역에서는 충분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지만,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한껏 벗어나면 가속이 더뎌진다. 오히려 일반적인 주행에서 그 가치가 더 빛난다. 언제든 넉넉한 힘을 느끼며 부드럽게 강원도의 험준한 산길을 내달릴 수 있었다. 서스펜션 세팅과 브레이크의 반응 또한 뛰어났다. 다이내믹이라는 테마에 맞춰 더 단단하게 다듬었다고. 승차감은 휘발유 모델에 비해 조금 더 딱딱해졌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도 뒷바퀴 서스펜션이 버티는 정도가 높다. 타이어의 한계를 넘어서면 차체안정화 시스템이 개입해 출력을 줄여 다시 코너로 돌아온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디젤 모델의 가격은 휘발유 모델에 비해 약 250만원 더 비싸다. 자동변속기를 얹은 휘발유 TX 등급의 가격이 1천795만원, 디젤 TX 등급의 가격은 2천45만원이다. 그럼에도 동급 디젤 경쟁자들 중에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상위 등급인 VX, LX의 가격은 각각 2천285만원, 2천495만원이다. 늘어난 가격만큼 더 다양한 장비를 달아주지만, 선택은 기본형인 TX로 향한다. 필요한 장비 대부분을 갖췄기 때문에, 장비 욕심이 없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티볼리의 휘발유 모델은 쌍용의 우직한 만듦새가 돋보이는 차였다. 다만 호쾌하게 달리진 못해 힘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새롭게 더한 디젤 엔진은 힘의 아쉬움을 가볍게 털어버렸다. 디젤 모델에 맞게 곳곳을 다시 손대 완성도를 더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의 지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찾고 개선하려 했다는 개발진의 말을 납득할 수 있었다. 소형 SUV에 관심이 있고, 구매를 고려한다면 꼭 시승을 해보길 바란다. 주행거리가 적다면 휘발유 엔진을 택하겠지만, 그럼에도 250만원의 비용을 더 들여 디젤을 고려할 가치는 충분하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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