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경지에 오른 슈퍼카, 페라리 488 G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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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경지에 오른 슈퍼카, 페라리 488 GTB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 승인 2015.08.0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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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488 GTB는 458 이탈리아의 후속 모델이다. 밑바탕은 선대 모델과 똑같지만, 그저 얼굴 화장이나 고쳤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많고, 실제로 약 85%가 새롭게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터보 엔진이다. 페라리는 이 터보 엔진이 여전히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자세히 살펴보자. 
 

왜 터보일까? 모두 알다시피 터보 엔진을 사용하면 덩치가 작아지고 가벼워져 능률이 오른다. 새 엔진의 배기량은 3.9L. 자연흡기 방식의 458 이탈리아가 4.5L인 것을 생각해보면 아주 낮은 숫자다. 하지만 2개의 IHI 터보는 각기 듀얼 스크롤과 수많은 마찰 감소 부품(다이어그램을 통해 알 수 있었다)을 받아들여 더욱 빠르게 최대 파워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예전 458 이탈리아는 최고출력을 내기 위해 9,000rpm까지도달해야 했지만, 488 GTB는 6,200~8,000rpm에서 최고출력인 670마력까지 솟구친다. 
 

이 터보 엔진이 진정한 페라리 엔진인 까닭은 무엇일까? 페라리 기술진은 그 이유로 저단 기어, 저회전대에서 인위적으로 토크를 낮춘 점을 꼽았다. 488 GTB는 7단 3,000rpm에 가서야 77.4kg.m의 최대토크가 터지는데, 회전대 폭을 넓힌다면 더 빠를 수 있겠지만 페라리 기술진은 그럴 경우 엔진 사운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기어 단수에 관계없이 액셀을 밟아댄다면 페라리 다운 포효가 사라지고 끊임없이 트림을 할 뿐이라는 것. 
 

우리는 페라리의 본거지 마라넬로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488 GTB의 스티어링은 458 스페치알레에서 온 것이다. 조절형 댐퍼와 타이어 사이즈도 마찬가지. 브레이크는 라페라리와 똑같고, 'SSC2'라고 불리는 스페치알레의 사이드 슬립 컨트롤의 새로운 버전을 장착했다. SSC2는 SSC1처럼 전자식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쓰면서, 댐퍼의 강약을 더욱 치밀하게 조율하도록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 결과 액셀을 대담하게 바닥까지 밟아 670마력 슈퍼카의 위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됐다. 황당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488 GTB를 한계까지 밟는 것은 별로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페라리의 피오라노 테스트 트랙에서 GTB를 몰아붙인 뒤, 모데나 산길의 헤어핀에서 한층 깊이 있는 시승을 즐겼다. 488 GTB는 내가 지금까지 몰아본 미드십 모델 중 핸들링이 가장 다소곳한 느낌이다. 섀시는 놀랍도록 너그러웠고, 코너 초입에서는 언더스티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스티어링은 지극히 빠르면서도 의사소통이 정확하다. 트랙션을 무너뜨리면 즐거이 긴장을 풀었다가 다시 그립을 되찾는데, 그 과정에서의 움직임 역시 깔끔하다. 
 

그 이유는 물론 업계 최고로 꼽히는 페라리의 섀시 기술진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문득 '터보가 달린 덕분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전에는 당연히 자연흡기 엔진이 더 유리하다고 여겨졌다. 자연흡기 방식은 요구하는 대로 즉시 정확히 파워를 내뿜고, 마찬가지로 잽싸게 파워를 거둬들일 수도 있다. 미드십 차량의 조절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약간의 래그와 토크의 특성이 실제로는 보다 수월하게 능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이다. 아마 스로틀을 열었을 때 강한 펀치력과 스로틀을 닫았을 때의 지체 현상이 오버스티어 상황에서 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부드러운 토크의 공세가 애초부터 트랙션 해체를 원활하게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나는 터보에 대한 고정관념을 모두 버려야 했다. 아마도 터보 엔진이 페라리의 핸들링을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닐까? 혹은 단순히 페라리 섀시 기술진이 생각보다 훨씬 유능한 증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신형 터보 엔진은 페라리 엔진이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엔진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이전보다 짜릿한 흥분이 조금 모자르다. 여전히 즉각적으로 내뿜는 파워와 숨 막히는 반응을 좋아한다면,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가장 가까운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외 모든 부분에서 488 GTB는 넉넉한 보상을 해준다. 
 

섀시를 넘어 개선된 대목도 적지 않다. 458에 비해 미모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앞뒤에서 솟아나는 다운포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야말로 적극적인 공력 성능을 자랑하는 최초의 양산 페라리다. 또한, 변속기 소프트웨어가 크게 개선되어 이미 경이의 대상이었던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섰다. 라페라리 브레이크 역시 획기적이다. 
 

실내는 전보다 거주성이 향상되었고, 수납공간이 늘어났으며, 시동 리모컨(어디서도 손잡이나 스위치가 보이지 않았지만)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가격은 조금 올라갔을 뿐이다. 그렇다면 488 GTB는 세련된 슈퍼카의 전형일까? 각종 그래프가 주장하는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행 모델이 겨냥하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만은 분명하다. 

글 · 맷 프라이어 (Matt Prior) 
 

■ 페라리 터보 V8 간의 차이 
페라리는 488 GTB에 앞서 지난해 캘리포니아 T에 3,855cc 터보 엔진을 적용했다. 하지만 488의 엔진은 단순히 그 엔진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블록과 실린더 위치뿐만 아니라 보어 지름, 인젝터와 플러기 위치는 캘리포니아 T와 똑같다. 하지만 그밖의 모든 것이 다르다. 드라이 섬프에 신형 크랭크, 피스톤과 콘로드를 달았고, 냉각기능이 향상된 신형 실린더 헤드를 적용했다. 밸브는 전과 같지만 서로 다른 캠샤프트로 돌아갔고, 배기관 역시 특별히 개발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의 회전대도 캘리포니아 T보다 높다. 아울러 엔진 사운드 역시 488 GTB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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