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성형, BMW 118d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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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성형, BMW 118d 스포츠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7.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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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남은 마지막 뒷바퀴굴림 소형 해치백

신형 1시리즈가 국내 출시된다는 소식에 “벌써?”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선을 보인 것이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였으니, 불과 유럽 데뷔 3개월 만에 한국 땅을 밟은 것. 현행 2세대 1시리즈(F20)는 2011년에 나왔다. 솔직히 말해 이전 F20에 대한 첫인상은 썩 좋지 못했다. 

헤드램프는 크기가 너무 크고 모양도 이상했다. 누군가는 6시리즈의 먼 조상인 2000C나 2000CS의 헤드램프를 언급하며 1시리즈를 옹호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BMW 디자이너들이 사내 아카이브를 뒤적거리다가 참고했을지도…. 그런데 2000C/2000CS는 아직까지도 종종 못생겼다고 비판받는 차다.
 

자동차는 최소 5년 동안 판매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몇 년 뒤를 내다보고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시 당시 멋져 보였던 차가 불과 1년 만에 구식처럼 보일 때도 있고, 반대로 출시 시점에 이상해 보였던 모양이 몇 년 뒤에는 근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디자이너가 선견지명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불행히도 F20이 못생겼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F20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페이스리프트된 신형 1시리즈는 2.5세대라고 해도 될 만큼 앞뒤가 완전히 바뀌었고, 무엇보다 성형의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다. 
 

환골탈태한 프런트 마스크는 이제 비로소 BMW답다. 어딘가 퍼그를 닮았던 이전의 장난기 어린 악동의 이미지를 그리워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긴 막내 동생치고는 다소 진지한 얼굴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신 유럽 C세그먼트 모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어른스러운 얼굴이다. 아우디 A3,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을 생각해보라. 

새 헤드램프는 겉모양뿐만 아니라 기능도 함께 업그레이드됐다. 이제 브랜드 막내 1시리즈도 풀 LED 헤드램프가 표준 사양이다. 신형 1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시장에 판매 중인 BMW 차 중에서 LED 헤드램프를 단 가장 저렴한 모델은 6천990만원인 520d 럭셔리였다. 
 

네모난 모양이었던 테일램프는 BMW 전통의 ‘L’자 형태로 길쭉해졌다. 앞뒤 램프와 함께 앞뒤 범퍼 디자인도 손질했고, 새로운 테일램프에 맞춰 자연스레 해치 형태도 달라졌다. 옆면은 1시리즈의 특징이 가장 함축적으로 잘 드러난 부분이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뒷바퀴굴림 방식을 채택한 1시리즈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보닛이 길고 오버행이 짧은 비례가 특징이다. 

실내는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 센터페시아 주변부가 고광택 플라스틱으로 바뀐 정도. 이전보다 고급스럽긴 한데, 손이 많이 닿는 부분이라 관리하기엔 까다롭겠다.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는 전형적인 BMW의 느낌이다. 다만, 상급 모델들보다 작은 6.5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렸고, 아이드라이브 컨트롤러에는 필기 인식 기능이 없다. 내비게이션이 빠진 점이 아쉽고, 센터페시아 송풍구의 플라스틱 끝손질이나 햇빛가리개, 계기판 등에선 염가판 같은 인상을 준다. 
 

앞좌석 스포츠 시트는 만족감이 크다. 몸을 잘 잡아줄 뿐만 아니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고, 운전석에는 2개의 메모리 기능도 있다. 반면, 뒷자리는 1시리즈의 최대 약점이다. 이전 세대보다 휠베이스가 30mm 늘어났다곤 하지만, 여전히 다리 공간은 타이트하고 머리 공간에도 여유가 없다. 또한, 센터 터널이 우뚝 솟아 있어 공간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뒷자리에 자주 사람을 태워야 한다면 구입에 망설일 수밖에 없겠다. 

신형 1시리즈는 우선 118d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이전에 118d와 120d 두 가지 모델, 총 8종의 라인업으로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심스런 시작이다. 추후 라인업을 보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출시 초기에는 17인치 경합금 휠과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가 포함된 론치 패키지도 함께 판매한다. 가격은 표준형이 3천890만원, 론치 패키지가 3천950만원이다. 
 

신형 118d 스포츠에는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직렬 4기통 2.0L 트윈스크롤 터보 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143마력에서 150마력으로 7마력 올랐다. 최대토크는 37.2kg‧m으로 이전과 같지만, 발생시점이 1,750rpm에서 1,500rpm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 0→시속 100km 가속시간도 8.6초에서 8.1초로 0.5초 빨라졌다. BMW가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는 ZF제(製) 8단 자동변속기는 빠르고 매끄럽게 작동해 여전히 흠 잡을 데가 없다. 

저속에선 묵직하게 움직이고,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뒷바퀴굴림 차답게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으로 힘차게 치고 나간다. 초기 가속이 경쾌하고, 고속에 이르면 소형 해치백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승차감이 고급스럽고 안정적이다. 
 

코너에선 정확하고 빠른 스티어링과 뛰어난 섀시 덕분에 회두성과 접지력이 좋다. 한계 영역에서도 뒷바퀴가 굳건히 버텨주며 밀어주는 의연한 움직임에는 상급 모델의 주행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앞바퀴굴림 라이벌들과 구분되는 분명한 장점이다. 안정적이면서 날렵한 1시리즈의 몸놀림을 경험한 고객은 다음 차 후보목록 첫째 줄에 3시리즈를 올려둘 가능성이 크다. 

1시리즈는 유럽에서 가장 치열한 C세그먼트 격전지에 뒤늦게 뛰어든 BMW가 뒷바퀴굴림으로 승부수를 던진 모델이다. 브랜드 입문 모델로서 미래의 3, 5, 7시리즈 소유주가 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임무를 가진다. 그동안 1시리즈는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이 중요한 임무를 잘 수행해왔다. 
 

돌이켜보면 1시리즈는 원래 재밌고 좋은 차였다. 단지 못생긴 외모 탓에 그 장점이 가려 있었을 뿐이다. 이제 잘생긴 차로 거듭난 신형 1시리즈는 이전보다 훨씬 주목받게 될 것이다. 118d가 이렇게 좋으면 M135i는 얼마나 대단할까. 118d를 수백 km 타는 동안 머릿속을 계속 맴돌던 생각이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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