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차원의 경험, 포르쉐 911 GT3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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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의 경험, 포르쉐 911 GT3 RS
  •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 승인 2015.07.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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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는 전혀 다른 하드코어 911이지만, 즐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이 차를 처음 본 순간, 많은 사람들은 포르쉐가 신형 911 GT3 RS를 망쳐놓았다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911 GT3보다 3만 파운드(약 5천190만원)나 비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하지만 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운전했을 때, 비로소 이 차가 포르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포츠카를 완벽하게 구현한 것임을 뚜렷하게 알게 될 것이다. 

신형 911 GT3 RS는 더 빠른 속도를 위해 터보나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더하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무게를 줄이고 차체 뒤쪽에 더 큰 엔진을 올린다는 기본 공식을 따르며 출력을 더욱 높였다. 이번 신형 GT3 RS는 이전 세대 997 기반의 GT3 RS와 엔진 배기량이 3,996cc로 같고, 별 차이 없는 8,250rpm에서 똑같은 5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두 엔진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997 세대의 GT3 RS 4.0L이 한정판 특별 모델이었던 것과 달리, 991 기반의 신형은 기본 라인업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911도 이보다 더 큰 엔진을 얹지 않았다. 
 

아울러 피스톤 스트로크를 늘리기 위해 크랭크핀 회전 중심 간격을 넓힌 크랭크샤프트를 사용해 배기량이 커졌다. 결국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속도는 그대로이지만 회전 한계는 몇백 rpm 낮아졌고, 아쉬운 일이지만 한계 회전수로는 다소 느린 8,800rpm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 대신 최대토크가 조금 높아지면서 토크곡선이 더 평평해졌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는 이전과 같은 6,250rpm이다. 

변속기는 GT3에 쓰인 것과 같은 PDK 7단 듀얼클러치 자동이지만, 리어 타이어의 편평비가 커진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최종감속 기어비를 살짝 낮췄다. 변속 패들은 조작거리가 짧아지고 작동이 날카로워졌다. 
 

RS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다섯 세대를 거치며 포르쉐에서 가장 선망의 머리글자가 되었다. 포르쉐는 다시 한 번 RS와 그 바탕이 된 GT3 사이에 더욱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앞 트랙을 넓히고 뒤 창과 쿼터 윈도우를 가벼운 퍼스펙스(Perspex) 소재로 바꾸는 등 일반적인 개조와 더불어, 이번 RS에는 다른 부분도 많이 개선되었다. 배기량이 커진 엔진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RS를 폭이 가장 넓은 911 터보의 차체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GT3보다 차체 뒤쪽이 28mm 더 넓어졌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고 지붕은 마그네슘 합금으로, 앞 펜더와 보닛, 엔진 커버는 탄소섬유로 만들었다. 그 결과 차 무게는 GT3보다 10kg 가벼워졌다. 터보 모델의 차체를 쓰고 20인치와 21인치 대형 휠을 쓴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섀시에도 폭넓은 손질이 이루어졌다. 스태빌라이저 바가 달라졌고, 댐퍼도 완전히 다른 것을 썼다. 또한, 리어 스프링은 훨씬 높아진 다운포스를 감당할 수 있도록 단단해졌다. 앞쪽의 스프링은 GT3로부터 이어받았는데, 휠 지름이 커지면서 지상고가 약간 높아져 더 단단한 스프링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쉐린 컵 타이어(던롭 타이어가 선택사항이다) 역시 이 차를 위해 맞춤 개발되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작업이 이루어졌다. 918 스파이더와 함께 개발된 타이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911 GT3 RS는 뒤 엔진, 뒷바퀴굴림 방식이므로 미드 엔진 네바퀴굴림 방식인 918 스파이더에 쓴 것과는 다른 컴파운드와 구조가 필요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반면, 포르쉐는 높아진 다운포스와 앞바퀴 접지력 특성이 매우 높아져 턴인 속도가 최대 20%까지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에 맞춰 전동 파워 스티어링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오랫동안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부서에서 개발했던 모든 911은 양력은 거의 줄이지 않은 대신 순수하게 다운포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이번 GT3 RS는 그와는 완전히 다르다. 새로운 앞 스포일러는 그 자체만으로 110kg의 다운포스를 만들고, 뒤 스포일러의 다운포스는 220kg으로 한층 더 높다. 이 수치를 합산하면 다운포스가 GT3의 세 배에 이른다. 달리 표현하면 이전 세대 GT3 RS가 시속 300km로 달려야 얻을 수 있던 것보다 이번 모델이 시속 200km로 달릴 때 나오는 다운포스가 더 크다. 정리하면, 포르쉐 GT3 컵 레이스 전용 경주차의 80% 수준의 다운포스를 기본형 일반 도로용 승용차에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GT3 RS는 0→시속 100km까지 GT3보다 0.2초 짧은 3.3초만에 도달하지만, 최고시속은 310km로 GT3보다 5km가 낮다. 이는 전적으로 에어로 패키지 때문에 늘어난 저항이 원인이다. 그리고 뉘르부르크링 랩 타임도 주목할 만하다. GT3 RS의 랩 타임은 7분 20초로,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강력한 일반 도로용 911인 620마력의 GT2 RS보다 2초 뒤진다. 그러나 7분 20초라는 기록은 차갑고 젖은 트랙에서 세운 것이다. 포르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7분 17초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지금까지 뉘르부르크링에 오른 일반 도로용 911 중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RS는 GT3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지 않고 GT3 대신 이 차를 골랐을 때 추가로 내야하는 3만 파운드(약 5천190만원. 영국에서는 폭스바겐 골프 R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의 가치가 있는지 확신하게 만들기에는 분명 불충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매끄러운 독일 도로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승차감이 뛰어나다. 서스펜션에 고무 부싱이 쓰이는 연결부분이 단 하나뿐인데도 그렇다(나머지는 경질 부싱이다). 또한, 플라스틱 창을 쓰고 있는데도 세련미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포르쉐는 GT3을 일상용 차라고 주장하는데, 차의 생김새와 낮아진 지상고(원한다면 앞 차축 높이를 올려주는 장치를 달 수도 있다)를 감수할 수 있다면 매일 쓰더라도 실제로 불편할 것은 없어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격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가장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쟁 모델인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더 나을까? 
 

조금이라도 사회적 책임감이 있고 아주 약간의 생각할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GT3 RS의 성능이 GT3을 능가하는 순간을 일반도로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토크의 차이는 있지만, 차이를 느끼는 것은 이 차가 요즘 나온 포르쉐 자연흡기 GT 중 기어가 지나치게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 첫 모델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뿐이다.

한편, 험하게 굽이치는 길에서는 항상 넓어진 차체 폭에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넓어진 차체는 접지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측면 공기흡입구를 통해 빠르게 흡기가 이루어지면서 고속에서 출력을 적어도 510마력까지 끌어올린다. 
 

스티어링 감각은 날카롭지만, 카이맨 GT4도 그랬듯이 포르쉐는 아직 전동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 덕분에 마른 노면에서의 접지력은 무한하다. 그래서 서킷에서 달려봐야 GT3과 GT3 RS가 극적으로 다른 수치만큼이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수치 이상의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차가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GT3에서는 파워트레인이 단연 돋보였다. 엔진은 9,000rpm까지 포효하고 세계 최고의 클러치 페달 없는 변속기가 뒷받침한다. RS에서는 파워트레인의 역할이 조연으로 내려앉았다. 

아주 까다로운 서킷에서 차를 빠르게 몰아보면, 기대했던 그대로 정확하게 움직인다. 접지력은 압도적인 수준이고 스티어링은 모든 전동 파워 스티어링이 그러길 바랐던 것만큼 뛰어나다. 느린 속도로 도는 코너에 들어설 때에는 약간의 안정적인 언더스티어가 나타난다. 그러나 오른발을 미세하게 떼면 언더스티어를 없앨 수 있다. 끈끈한 미쉐린 타이어를 통해 표현되는 구동력은 문자 그대로 탁월해서, 마치 옛날 911처럼 코너에 천천히 진입한 후 정점에서 바깥쪽 타이어에 무게를 싣고 직선구간을 향해 힘껏 달려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몰아 나갈 수도 있다. 
 

이 차는 지금까지 내가 몰았던 모든 911을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차다. 단순히 접지력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에게 약간의 용기와 최소한 서킷 주행을 할 정도의 운전 실력이 있다면, 다른 차원의 운전을 경험케 하는 수준이다. 일단 그 차원에 들어서면, 지금까지 GT3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주행 경험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그러려면 규칙을 깨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주행안정시스템을 끄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은 하다. 타이어와 민첩한 사륜조향시스템이 충분히 감당하리라고 믿고 액셀러레이터를 한계 상태로 밟다가 갑자기 발을 떼는 것이다. 주행안정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차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스로틀이 아직 닫혀 있는 상태로 오버스티어가 이어진다. 그 다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언더스티어 상태가 되지 않도록 모든 토크를 활용한다. 그러면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차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지만 뿌리 깊은 911의 정통성 대신 본능만으로 GT3 RS를 몰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일반도로용 차들 중 극소수만이 다다를 수 있었던 주행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극단적으로 빨리 운전할 생각이 없다면 이 차를 살 이유는 거의 없어 보인다. 자동차 경주 선수처럼 도전적인 운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알맞다. 그렇지 않다면 기본형 GT3이 훨씬 더 포용력이 있다. 일상에서의 실용성은 원하지만 한계 주행의 짜릿함은 원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훨씬 더 나은 선택이다. 

그러나 여전히 운전 실력을 모두 발휘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자신이 최선을 다해 운전할 때 행복한 소수의 운전자들은 있기 마련이다. 서킷을 달릴 때 GT3 RS이 선사하는 경험은 그들을 들뜨고 즐겁게 만들 것이다. 또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탁월한 세련미도 증명하리라는 사실은 아마 이 차의 모든 면모 중 가장 놀라운 부분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 그리고 값을 고려하면, 이 차의 적수가 될 만한 것은 없다. 

글 · 앤드류 프랭클 (Andrew Frank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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