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새로운 생산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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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새로운 생산 혁명
  • 힐튼 홀로웨이 (Hilton Holloway)
  • 승인 2015.07.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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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칼락스트릭 트랙을 연상시키는 토요타의 새로운 생산라인은 자동차 제작방법에 혁명을 일으킨다

자동차 업계에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한 ‘토요타 생산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em=TPS)’은 2차 대전 후 수십 년에 걸쳐 치밀하게 발전해왔다. 창업자 토요타 키이치로와 기술자 오노 타이이치는 가장 먼저 ‘적시’(just-in-time) 생산원리를 들고 나왔다. TPS를한 단계 발전시켜준 생산방식이었다. 이 같은 생산철학이 성공하자 1990년대 포르쉐는 토요타의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당시 포르쉐는 침몰 직전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토요타의 생산원리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카이젠’(改善 : 개선)과 ‘포카요케’(실수 예방책)가 학계와 경영대학에 널리 퍼졌다. 실제로 자동차공장에서 시작한 생산원리를 제조업과는 거리가 먼 온갖 기업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궁극적으로 TPS는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낭비를 제거’한다는 사고가 중심이 됐다. 토요타가 말하는 ‘낭비’는 크게 7가지로 나눠졌다. 과잉생산, 재고과다, 복잡한 제조공정, 부품 공급지연, 그리고 ‘결함생산’ 등이다. 결함을 찾아낼 때까지 전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 토요타 혁신전략의 하나였다.토요타의 적시 생산기법은 점차 널리 퍼졌다. 지난 30년간 자동차 제조업의 양상을 가장 크게 바꾼 생산원리였다. 제때 생산라인에 부품을 공급하여 즉시 조립한다는 토요타 생산원리는 자동차 산업의 지도를 바꿨다. 수많은 공급업체가 대형 메이커의 공장 주변에 모여 공단을 이뤘다.

그러나 토요타는 지난 4년에 걸쳐 대량생산원리의 뿌리를 재검토하게 됐고, 그 결과 생산라인 원리에 중대한 수정을 가했다. 최근 토요타 수석 부사장 카토 미쓰히사가 〈오토카〉에 그 배경에 대해 밝혔다. 그에 따르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토요타로 하여금 방향을 전환하도록 만들었다.
 

토요타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세계적 불황으로 판매량은 2007년 850만대에서 2009년 640만대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불황의 심각함을 고려하면 그만한 실적도 인상적인 성과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량생산의 성격상, 이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의 75% 이상을 가동해야 한다. 구체적인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토요타는 854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약 21조4천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2008년에는 약 4조3천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그 뒤 토요타는 긴축경영에 들어갔고, 2009년은 판매량이 637만대에 그쳤음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경영진은 약 217만대의 과잉생산시설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토요타에겐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 후, 경영진은 2009년~2011년 전반적인 재검토에 들어갔고 2016년까지 어떤 새 공장도 건설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들은 전략센터로 돌아가 기업 모델을 완전히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최악의 판매실적으로도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단순히 공장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신장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사실 토요타는 생산공정을 간소화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는 ‘생산능력의 간소화’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다루지 않았을 때였다. 계속해서 공장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자동차 시장 전체가 약세로 돌아서거나, 모델의 판매량 예측이 실패하는 일도 있다.
 

토요타 기술진에 따르면 핵심문제는 간단하다. 공장의 생산능력이 고정돼 있는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시장변동에 타격을 받기가 쉽다. 그렇다면? 고객의 수요에 따라 생산라인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공장이 해답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라인에 대한 기존 관념을 모조리 바꿔야 했고, 토요타는 실천에 옮겼다.

이 새로운 TPS를 위해 토요타는 과거 몇 년을 송두리째 바치다시피 했다. 최신 TPS는 새로운 생산라인 컨베이어벨트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시스템은 공장 바닥을 파낸 피트가 아니라 공장 바닥을 여러 구획으로 나눴다. 요컨대 스칼렉스트릭 트랙처럼 꿰어 맞추는 방식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새로운 컨베이어 라인은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생산라인 장비도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토요타 기술진은 수작업 기술로 돌아갔다. 부품 박스를 생산라인 옆에 갖다놓거나, 볼트로 도어를 보디에 장착하는 신형 장비를 직접 설계해야 했다.
 

토요타가 〈오토카〉에 보여준 이 장비는 훨씬 가볍고 단순했다. 마치 어린이의 지능개발완구 메카노를 초대형으로 만들어놓은 듯했다. 수명은 적어도 10년 이상이고 기존의 단일 생산라인과는 달리 해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시간에 개조할 수도 있다.

새로운 생산라인의 혁명적인 성격을 자랑하기 위해 토요타는 짧은 비디오를 만들었다. 영상에서는 워크스테이션을 추가해 생산라인을 늘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작업에는 8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현대적 대량생산의 상징인 머리 위의 컨베이어 벨트는 새로운 TPS에서 땅 위로 내려왔다. 신세대 공장은 모든 생산작업과 이동이 지상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미래의 공장건물은 훨씬 단순화된다. 거대한 구조물이 머리 위 생산라인을 지탱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층으로 충분한 것이다. 더불어 일부는 목재로도 지을 수 있고, 햇빛을 받아들여 공장 안을 밝힌다.

새로운 토요타 생산철학에서는 생산 장비를 천장에 매달지 않고, 구덩이를 팔 이유도 없다. 이는 공장규모 25%, 건설비 40%를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에너지 소비가 줄어 CO₂ 배출량이 55%나 떨어진다. 그리고 한 해 생산량을 5만~10만대 사이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아울러 서로 다른 모델을 50대 정도로 묶지 않고 고객의 주문에 따라 연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 공장을 혁신적으로 개조한 토요타는 라이벌에 우위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하지만 새로운 생산시스템은 낡은 공장을 개조하면서 단계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나아가 토요타는 여기서 절약한 예산을 주로 새 모델을 ‘매력 있게 개조하는 데’ 사용할 생각이다.

신형 모델은 토요타의 새로운 구조(TNGA)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사이 새로운 공장 시스템이 본격 도입되면 토요타는 라이벌에 KO 펀치를 날릴 수 있을 것이다. 대량생산의 기본원리를 독창적으로 개편하기 때문이다.
 

■ 단순화와 소형화
생산공정에는 고정되어 이동할 수 없는 장비가 있다. 하지만 토요타는 ‘단순화와 소형화’라는 모토 아래 장비까지도 새로 제작했다. 토요타의 재래식 페인트 작업장은 길이 187m, 높이 10m의 거대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새 건물은 길이 149m에 높이 6.5m로 작아졌다. 그리고 스폿 용접은 토요타의 독자적인 레이저 스크류 웰딩(LSW)에 밀려났다. LSW는 1회 용접에 0.3~1.0초가 걸리는 반면, 기존의 스폿 용접은 2.0~2.5초가 걸렸다. 더불어 LSW는 강철과 알루미늄 패널을 다 같이 용접할 수 있다. 토요타에 따르면 보디용접 라인의 용접작업 수를 8개에서 5개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밖의 새로운 장비에는 신형 범퍼몰딩기가 들어 있다. 우선 주입시간이 60초에서 24초로 줄었고, 서로 다른 범퍼 디자인도 연속적으로 만들 수 있다. 다이 교환 시간은 60초에서 27초로 줄였다. 또한 토요타는 공장에 동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화학열, 발전용 태양광 패널과 열탕, 그리고 폐기된 프리우스 배터리를 이용할 계획이다.

글 · 힐튼 홀로웨이 (Hilton Hollo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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