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사이즈 SUV 대결,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순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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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사이즈 SUV 대결,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순위는?
  • 루이스 킹스턴 (Lewis Kingston)
  • 승인 2015.05.1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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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회생을 위해 새로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과연 얼마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까?

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처음 30분간은 계기판에 마음을 뺏겼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프리랜더의 후속임에도 인테리어가 마치 출시된 지 5년은 된 것 같다. 오래된 듯한 느낌은 4기통 디젤 엔진의 크랭크축이 돌 때마다 더 강해졌다.

BMW X3 같은 모델이 장악하고 있는 미드사이즈 SUV 시장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투자가 필수조건이다.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몇가지 추가 혜택이라도 제공해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경쟁해야 할 나라는 독일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급속도로 수익성이 높아진 SUV 시장에 발을 들이고, 그 양분을 빨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랜드로버가 정말로 시장을 평정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해보기 위해 다양한 모델들과 비교해볼 것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장거리 크로스컨트리 트레킹을 함께할 첫 상대는 볼보 XC60이다. 네바퀴굴림은 아니지만, 연비가 좋은 D4 엔진을 얹은 XC60은 조용한 매력을 가진 모델이다. 두 번째는 랜드로버 같은 차들이 나란히 주차된 고급 주택지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현대 싼타페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처럼 디젤 엔진에 네바퀴굴림이며, 7인승이다. 딱히 오프로드에 강점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편의성이 장점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 BMW X3다. 5인승에 네바퀴굴림 모델로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극복해내기에 가장 어려운 상대다. 물론 다른 모델들도 쉽다는 뜻은 아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 잡은 차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나는 ‘부풀린 이보크’ 같은 디자인과 노즈 부분에 자신만만하게 달아놓은 디스커버리 배지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가장 흥미로운 디자인을 가진 것은 디스커버리 스포츠였다. 배지의 비용이 얼마인지를 듣게 된다면 흥미는 조금 반감되겠지만 말이다. 시승차인 HSE 럭셔리 모델은 최저 4만2천995파운드(약 7천140만원)이다.
 

즉, 이 말은 다른 모델들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뜻도 된다. XC60은 자동변속기 모델이 3만4천10파운드(약 5천770만원)부터 시작하고, 싼타페는 3만5천430파운드(약 6천10만원)이며, X3는 3만5천370파운드(약 6천만원)이다.

하지만, 옵션들을 더하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가격까지 올라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시승차는 X3와 XC60이 각각 4만 파운드(약 6천800만원) 정도이고, 싼타페가 3천6천 파운드(약 6천100만원)로 가장 경제적이다. 결국, 아무리 옵션을 좋아하는 구매자라 하더라도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방대한 장비와 기능들을 다 가지기는 힘들 것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에겐 많은 장점이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분명한 단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멤버리를 떠나 스윈든 남쪽의 시골로 떠났다.
 

디스커버리는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은 장점들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서스펜션은 꽤나 단단했으며, 스티어링의 무거움은 지향점이 확실히 드러났다. 포르쉐 마칸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SUV가 가지는 크기와 특징을 감안할 때, 매우 날렵한 차였다. 도로는 진눈깨비와 비, 진흙이 뒤섞여 미끄러운 상태였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는 인상적인 그립과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주었다. 약간 무리하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초기에 바깥쪽 바퀴가 약간 기울어지는 것을 제외하곤 매우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넓은 시골길을 가로질러 달릴 때는 모든 장애물들을 침착하면서도 의욕적으로 헤치며 달려 나가는 모습이 불안하기 보다는 즐겁게 느껴졌다. 불만이 있었던 부분은 파워트레인뿐이었다. 2.2L 디젤은 188마력과 42.9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8.9초이다. 천지가 진동할 정도는 아니지만 동급에 비해서는 넘치는 출력이다. 최대토크는 1,750rpm에서 나오며,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넘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엔진은 특별히 조용하지도 않지만 이따금씩 진동이 실내로 전달된다.
 

9단 자동변속기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정지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동력 전달에 약간의 지연이 있어 즉각적인 출발을 늦추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때 가속페달을 더 밟으면 출발 시의 반동만 더 커질 뿐이다. 곧 요령이 생기겠지만 실망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위안이 되는 것은 수동으로 조작해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기어 변속이다. 그리고 엔진은 전반적으로 착실한 동력을 제공해준다. 제동력 또한 풍부하며, 판단이 쉽다.

정속주행에 접어들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불편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묵직하고 침착하게 달리며, 실내는 조용해서 오랜 주행에도 무리가 없다. 실내공간도 매우 넓다. 내부 인테리어는 괜찮은 수준이나, 흔적이 남기 쉬운 플라스틱이 군데군데 있다. 고상하고 감동적이기보다는 효율적이고 논리적이다. 약간의 흠이라면, 파노라믹 루프가 앞쪽으로 충분히 확장되지 않아서 앞좌석의 탑승자에게는 별 차이가 없다.
 

지형을 그대로 전달하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와는 달리, BMW는 차체의 움직임을 좀 더 완화시키는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좀 더 가벼운 스티어링과 결합되어 부드럽고 안락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승차에는 650파운드(약 110만원) 정도의 가변식 댐퍼 컨트롤이 장착되어, 원할 때는 더 단단한 서스펜션을 적용할 수 있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에서 받았던 느낌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많은 운전자들이 X3가 운전하기에 더 쉽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는 덜 예민한 차의 성격 때문이다. X3의 스티어링 휠은 끝에서 끝까지 세 바퀴가 돌아가고,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두 바퀴 반이 돌아가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 대한 움직임이 크다. 스포츠 모드에서 X3는 더욱 타이트하고 빠른 코너링이 가능하지만,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X3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만큼 운전하는 재미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더 훌륭한 파워트레인을 가졌다. 2.0L 디젤은 188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토크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낮지만, 저회전에서 더 분발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짧고 간결한 반응은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향상되고, 적당한 비율을 즉각적으로 연결해 준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 필요 없는 저단 변속이 이뤄지는 빈도가 낮은데, 가끔 기어 변속을 너무 늦춰 엔진을 혹사시키는 경향이 있다. BMW의 디젤 엔진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랜드로버의 엔진보다는 잠잠하다.
 

X3의 실내 역시 넓은 공간을 자랑하지만 정확히 5인승에 맞는 공간이다. 인테리어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만큼 조화롭지 않고, 마치 3시리즈의 인테리어를 크기만 키워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소재의 질은 전체적으로 훌륭하다. 특히 스위치기어는 더 튼튼하게 개선되었다. XC60의 앞좌석은 편안함과 세련미에서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넘어선다. 또한 엔진 소리도 가장 좋다.178마력의 출력에 40.8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0L 엔진은 네바퀴굴림 장치로 인한 마찰과 무게를 감당할 필요 없이, 즉각적이고 느낌이 풍부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볼보는 두 가지 약점을 보였다. 첫째, 다른 차들에 비해 뒷좌석이 비좁다. 둘째, 운전 재미가 덜하다. 도로의 요철이나 곡선도로는 잘 소화해내지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너무 적고, 강하게 몰아붙일수록 섀시의 결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고속으로 긴 커브를 돌 때면, 이따금씩 핸들의 반응이 너무 늦어 불안한 느낌을 준다.

다만 시승차는 네바퀴굴림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반면, 다른 모델들보다 훨씬 가볍게 출발할 수 있고 뒷바퀴는 쉽게 앞바퀴를 압도한다. 또한, 속력을 내며 커브를 돌 때 토크가 잡아주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즉, 8단 자동변속기가 훌륭한 역할을 해준다는 뜻이지만, BMW나 랜드로버처럼 즉각적인 변속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싼타페는 어떨까? 대부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승차감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며, 강하게 밀어붙여도 만족스러운 승차감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스티어링은 솔직히 피드백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겠지만, 가벼운 무게 덕분에 조작이 쉽다. 현대차의 자료에 의하면 비교대상 중 가장 느린 차이지만, 실제로 시승을 해보니 다른 모델과 비교해서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2.2L 디젤 엔진은 저회전 구간에서도 46kg·m의 상당한 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6단 자동변속기는 지나치게 야단스럽지 않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이고,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다르게 싼타페는 교차로에서도 망설임 없이 치고 나간다.
 

인테리어는 다른 모델들처럼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마감 처리를 자랑하지는 못하지만 나쁘지 않다. 다만 좌석 하단의 지지가 좀 약하다. 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하면 피로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 점만 제외하면, 출퇴근용으로 매일 운전하기엔 다른 모델보다는 싼타페가 좋을 듯하다. 실내공간도 여유롭고, 기능도 충실하며, 운전하기가 굉장히 쉽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오늘 시승 대상 중 가장 특색 없는 차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을 것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연비가 매우 훌륭한 차가 아니라는 점도 밝혀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5.9km/L라고 기재된 자료와는 다르게 우리가 실제로 측정한 연비는 평균 11.7km/L 정도였다. 평균 18.5~21.3km/L이라고 기재된 다른 경쟁 차종들의 경우, 실제로는 14.2km/L정도의 연비를 보였다.

시승을 마치고 아름다운 해변에 도착하기 위해 웨스턴 슈퍼메어 도심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이미 네 시간 정도를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함께한 이 시점에는, 처음 가졌던 의구심과는 다르게 내가 운전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차종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네 시간이나 되는 운행 시간 동안 다른 약점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차는 산을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은 랜드로버이고, 도로를 벗어나 모험을 즐기려는 계획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SUV를 찾는 사람들은 그러한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X3 역시 매우 인상적인 모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보다는 도로 위에서의 힘이나 실용적인 면이 부족하기 때문에 2위로 선정했다. 분명 퍼포먼스가 더 안정적이고 균형이 잘 잡혀 있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주행을 마치고 차에서 내린 후에도 다시 차에 올라 주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4기통 디젤 SUV가 이러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3위는 XC60이다. 조용한 실내를 비롯하여 많은 장점을 가진 차이긴 하지만, 섀시 때문에 디스커버리 스포츠나 X3보다 높은 순위를 줄 수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싼타페 또한 매력적인 차임에도 불구하고, 선호도와 고급스러운 느낌 등이 부족했다. 그 결과 싼타페가 가장 마지막 순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렇게 강력한 라이버들과의 경쟁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싼타페는 충분히 추천할 만한 차이다.

향후 출시될 인제니움 엔진은 현재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기술적인 면을 좀 더 개선하고, 탐탁지 않은 연비와 가끔씩 느려지는 반응 등을 바꿔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랜드로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글 · 루이스 킹스턴 (Lewis Kingston)
사진 · 스탠 파피오르 (Stan Pap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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