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일상과 떠남을 위한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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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일상과 떠남을 위한 SUV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4.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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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은 일상에 질린다면. 변화가 필요할 때다. 조금 더 활동적인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자동차가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비즈니스에는 커다란 세단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좀 더 활기찬 삶을 위해서는 그에 어울리는 차가 필요할 터이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로드스터. 밤하늘을 마주하며 달리는 로맨틱한 순간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가족용으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약간의 일탈을 누리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기에는 지금의 삶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SUV에 눈길이 간다. 가족을 위한 실용성이라는 명제에 충실하면서도 약간의 일탈을 안겨주는 차이기 때문. 평소에 가지 않던 산과 계곡을 찾게 되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기대도 있다. 세단이라면 엄두를 내지 못했겠지만, SUV라면 오히려 차에게 미안해서라도 짐을 챙겨 떠나게 되지 않을까.

그럼 어떤 SUV가 좋을까. 적당한 크기의 SUV를 원한다.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타는 차다보니, 너무 큰 차는 쉽게 키를 내주기가 부담스럽다.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나온다는 소식에 귀가 쫑긋했다. 특히 프리랜더보다 좀 더 고급스러워진다는 부분이 관심을 두기 충분했다.
 

프리랜더도 좋은 차였다. 하지만 엔진의 조합이나 실내 디자인, 장비 구성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달랐다. 적당한 크기와 매력적인 디자인, 깔끔한 실내, 다양한 편의장비를 아울러 마음에 꼭 드는 차가 됐다.

실제로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보니 상당히 커보였다. 수치 이상의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자인 덕분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길이는 4,590mm. 길이만 따져보면 기아 스포티지(4,440mm)와 쏘렌토(4,780mm)의 중간 사이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절묘한 크기니, 아무래도 가족 중 누가 몰아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실내 또한 크고 넓다는 점이 마음을 끈다. 휠베이스가 2,741mm인데, 이는 더 큰 현대 싼타페의 2,700mm보다 길다.
 

멋진 외모는 차급 이상의 효과를 자아낸다. 일단 크고 당당해 보인달까. 의도적으로 레인지로버와 비슷한 이미지를 더했다는 생각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위 모델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는 것은 아래 모델의 경쟁력을 더해준다.

앞과 뒤는 레인지로버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C필러는 이 차가 랜드로버 계열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요소다. 레인지로버 계열은 검은색으로 칠해 필러를 감춘다. 허나 랜드로버 계열은 그대로 큼직한 필러를 드러낸다. 헤드램프에는 빛의 띠를 두르고 나침반처럼 동서남북 금을 그었다. 테일램프도 마찬가지. 디스커버리 스포츠만을 위한 디자인 요소다.
 

운전석에 오르면 가장 먼저 감탄하는 것은 시야. 높은 차체, 큼직한 앞 유리가 시원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했다. 질감은 적당한 축에 속한다. 곳곳에 가죽을 싸맨 것으로 봐서는 대중 지향과 고급스러움 사이에서 상당히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시트는 엉덩이 받침과 등 받침을 퀼팅으로 묶어 엠보싱 효과를 줬다. 재질 및 가죽의 촉감이 좋다.

대시보드는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T자 형태. 직선으로 단순미를 살렸다. 정갈한 디자인이 좋다. 연녹색 파스텔톤의 가죽을 사용해 감싸고 스티치를 더했다. 활용성을 중시하는 차다보니 조수석 쪽의 대시보드에는 수납공간도 만들었는데, 큰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집어넣기에는 약간 무리다.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간단하고 다루기 쉽다. 미디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조작은 터치스크린으로 가능하다. 터치스크린 옆에 좌우로 4개씩 버튼을 늘어놓아 주요 기능들은 바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주차 센서, 카메라, 내비게이션 등이 있다. 큼직한 에어벤트 아래는 에어컨 조작부. 큼직한 세 개의 다이얼 배치가 직관적이다. 양쪽이 온도조절, 가운데가 바람세기다. 다이얼 안에 달린 LCD의 시인성은 적당한 편. 잘 보이는데 숫자 크기가 살짝 작다.

랜드로버답게 험로 주행을 위한 ‘터레인 리스폰스’(Terrain Response)와 ‘힐 디센트 컨트롤’(Hill Decent Control) 기능도 있다. 힐 디센트 컨트롤은 미리 정해둔 속도로 언덕길을 자동으로 내려오는 기능. 브레이크를 잘못 밟아 언덕길에서 미끄러질 상황을 막아준다. 터레인 리스폰스는 랜드로버 오프로드 기능의 정수. 통과하고자 하는 지형을 고르면, 미리 설정해둔 값에 맞춰 주행 모드를 바꾼다. 60년 넘게 오프로드 자동차를 만들어온 랜드로버의 지형 돌파 노하우가 담겨 있다고. 주행 모드는 자동, 풀숲·자갈길·눈길, 진흙탕, 모래 등 총 네 가지다.
 

시동을 걸면 돌려서 쓰는 기어레버가 올라온다. 재규어에서도 쓰는 방식. 작동감은 매끄러웠다. 레버가 아니기에 수동 모드로 스포츠 주행을 즐길 때는 패들 시프트를 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주차할 때 앞뒤로 오가기가 상당히 편했다. 수동변속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자리에 콤팩트한 기어레버를 다니 앞뒤 공간이 꽤 남았는데, 수납공간으로 활용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2L 디젤엔진. 최고출력 190마력을 3,500rpm에서, 최대토크 42.8kg·m을 1,750rpm에서 낸다. 공회전을 유지할 때는 디젤임을 의식할 수 있을 정도로 디젤의 숨결이 느껴진다. 회전감각은 매끄럽다. 언제든 올곧게 힘을 내준다. 4,000rpm 이내로 엔진회전수를 맞춰가며 탄력적인 달리기를 즐기기 좋다. 아쉬운 것은 엔진음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그러다보니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 메리디안 오디오를 단 것은 이럴 때를 위한 것이었나 싶다.
 

초기 가속이 빠른데, 이는 기어비를 촘촘하게 나눈 자동 9단 변속기 덕분이다. 1~4단까지 짧게 맞물려 가속감이 팽팽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부추기면 4단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이후 5~7단은 중간 영역대의 가속을 위한 것. 가속의 질감이 바뀌는 순간이다. 토크를 활용한 느긋하고 탄력적인 가속이 어울릴 때다. 느긋하게 달릴 때는 촘촘하게 맞물린 기어비로 낮은 속도부터 빠르게 변속을 거듭해 연비를 아낀다. 9단 변속기가 아주 마음에 드는 순간.

항속 주행에서는 더없이 차분한 느낌이다. 수동 모드로 9단을 고정하고 달렸다.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는 1,400rpm으로, 시속 120km에서 1,600rpm에 불과했다. 이대로라면 시속 160km 항속도 2,000rpm으로 가능한 셈. 속도를 한껏 올려도 안정감은 여전히 뛰어나다. 원하는 속도에 도달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승차감은 살짝 단단하지만, 서스펜션은 탄력적이다. 일반적인 온로드 주행을 위해 댐핑을 조절해 승차감은 약간 단단한 듯 느껴지지만, 실제로 서스펜션의 움직이는 범위는 크다. 노면의 상태에 따라 약간 출렁이는 느낌도 들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 없이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달리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도시만을 겨냥한 SUV와 비교하면 크게 다르다. 편히 탈 수 있는 일상적인 부분에 충분히 기울었음에도, 오프로드 성능만은 남겨뒀다. 지상고가 212mm니 바위를 만나지 않는 한 웬만한 길에서는 문제없는 셈이다. 게다가 깊이 600mm의 물도 건널 수 있는 실력은 어디든 떠나고 싶게 만든다.
 

험로에 들어섰다. 가뭄에 바닥은 바싹 말랐다. 내려서 걸어보니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일어났다. 다시 디스커버리에 올라 어떤 주행 모드를 놓을까 고민했다. 터레인 리스폰스를 ‘모래’로 맞추고 달렸다. 미끄러지는 것 같으면서도 금세 접지력을 찾아 험로를 달린다. 뒤를 미끄러트릴 생각으로 가속페달을 거세게 밟자 살짝 미끄러진다. 카운터 스티어링으로 부드럽게 자세를 잡는다. 안정적인 자세 변화가 마음에 든다.

돌아오는 길에는 뒷좌석에 앉았다. 키 180cm의 성인이 앉았음에도 다리 공간은 충분히 여유로웠다. 2,741mm의 휠베이스를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판단이다. 뒷좌석 송풍구는 B필러 쪽 기둥에 있다. 6:4로 나뉜 뒷좌석은 각각 앞뒤로 160mm까지 밀고 당길 수 있고, 등받이 또한 약간이지만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앞좌석보다 높게 달린 뒷좌석은 바깥 풍경을 보기 충분했다. 등받이를 눕혀 기대니 C필러에 살짝 시야가 가리는 감은 있지만, 천장이 보이는 파노라마 루프 덕에 하늘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뒷좌석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앞좌석보다는 뒷좌석에 앉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함께할 차로는 충분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한 세련미에 랜드로버의 가치를 그대로 녹여낸 차다. 비슷한 크기의 SUV 중 이렇게 다양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차는 흔치 않다. 도시를 겨냥한 SUV만큼 매끄럽게 달리면서도, 험로를 비롯한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트랙션으로 안정감을 안겨준다.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성이다. SUV 특유의 실용성, 다양한 편의장비, 적당한 크기와 성능을 겸비한 구성이 아주 마음에 든다. 편의장비도 다양하다. 시승차인 HSE 럭셔리의 경우 메리디안 스피커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장비를 갖췄지만, SE만 해도 자주 쓰는 옵션은 전부 갖춘 구성을 자랑한다.

자동차가 생활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실행은 어렵다. 중요한 건 의지의 문제다. 그다음이 장비의 문제. 디스커버리 스포츠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사용자를 배려한 넉넉한 공간, 뛰어난 연비, 어디든 갈 수 있는 성능 덕분에 이동에 있어서는 고민이 없다.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가족용 랜드로버라는 것. 그것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일 테다.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확실한 동기부여.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목적 없이 자유롭게 떠나도 좋을 것이다. 아무 할 것이 없으면, 오디오를 빵빵하게 틀고 디스코(DISCO)를 출 테다. 그것도 아주 스포츠(VERY SPORT)하게.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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