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 스포트백, 쾌활한 영혼이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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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3 스포트백, 쾌활한 영혼이 돌아오다
  •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24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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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하면 즐거워야 한다. 바로 A3 스포트백(Sportback)처럼

드디어 A3의 영혼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에 먼저 소개된 A3 세단이 작년 판매 1,400대에 이르는 호성적을 거두었지만, 그리고 콤팩트 세단으로서는 의외로 안락한 승차감에 놀라웠지만, 나는 솔직히 반갑지 않았었다. A3이 세단을 만들고 이렇게 편하기까지 하다면, 형인 A4나 사촌인 폭스바겐 제타와의 간섭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마치 나중에 들어와서 평화로운 가정에 분란을 일으키는 혼외 자식처럼. A3 세단은 3세대에 걸친 A3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보는 어색한 형제이다.

그래서일까, A3 스포트백이 들어온다는 말에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A3은 해치백이어야지. 뒤에 아무 글씨도 붙지 않는 3도어 해치백인 ‘A3’이었다면 더 선명한 이미지로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스포트백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A3 스포트백 시승차는 100대 한정으로 판매된다는 스포츠 에디션이다. 2.0L 150마력 TDI 엔진을 사용하는 4천290만원의 A3 스포트백 35 TDI 다이내믹 에디션에 S 라인 패키지와 티타늄 컬러의 블레이드 휠, 뱅&올룹슨 오디오, 스페셜 컬러 등이 적용된 한정판이란다. 가격도 4천670만원으로 높다. 시승차는 펄 블랙 계열의 외장 컬러에 시트는 라이트 그레이 가죽과 알칸타라 콤비네이션. 짙은 외장에 밝은 무채색 내장은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좋은 콤비네이션이다.

외모는 한마디로 야무지다. 같은 MQB 모듈 플랫폼을 사용하는 폭스바겐 골프에 비하여 약 6cm 길고, 높이는 약 3cm 낮으며, 폭은 2.5cm 좁다. 휠베이스는 같다. 그 결과, A3 스포트백은 골프보다 좀 더 야무지고 스포티한 분위기이다. 실내의 폭은 큰 차이는 없지만 A3이 미세하게 좁은 느낌. 그런데, 운전석에 앉아 보니 앞좌석의 헤드룸은 지붕이 낮은 A3이 골프보다 오히려 넉넉한 느낌이었다.
 

두 차량 모두 파노라마 선루프가 장착된 상태였으니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을 터.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시팅 포지션이 낮은 것이다. 즉, 보다 낮은 운전석 시팅 포지션으로 한결 스포티한 주행 감각과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뒷좌석은 지붕이 낮은 만큼 A3쪽의 헤드룸이 약간 낮았다. 이로써, 앞 시트의 높이만 낮춘 것이 거의 확실했다. (나중에 독일 본사의 제원표를 확인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시동을 건다. 디젤 모델임에도 진동이 대단히 작다. EA288 신세대 디젤 엔진의 몫이 크다. 이 엔진은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엔진의 내부 마찰을 최소화하여 매끄러운 엔진 회전과 함께 진동 및 소음이 현격하게 작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엔진회전수는 매끄럽고 민첩하게 오르내린다. 아마도 현존 4기통 디젤 엔진 가운데에는 폭스바겐 그룹의 EA288이 가장 앞선 엔진이 아닌가 싶다.
 

완숙의 경지에 도달한 S-트로닉, 즉 DQ250 습식 클러치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출발부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매끄럽게 A3을 밀어붙인다. 출발할 때도 초창기 듀얼 클러치와는 달리 반 클러치 상태에서의 떨림이 거의 없다. 변속은 민첩하며 엔진회전수는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착착 맞아떨어진다. 이렇게 정교함이 매끄러운 단계까지 도달하면 더 이상의 적수는 없는 듯하다. 속도를 줄일 때도 엔진회전수 보상(rev-matching)도 어지간한 휘발유 엔진에 버금가게 빠르다. 디젤 엔진의 발전 속도가 실감난다.

이처럼 매끄럽고 민첩한 파워트레인에 비하여, 서스펜션은 튄다. 이면도로를 낮은 속도로 지나갈 때, 과속방지턱이라도 만나면 로데오 한판을 벌린다. 왜냐 하면, 그냥 딱딱한 것이 아니라 스프링이 강하고 쇼크 업소버의 댐핑을 이보다 조금 약한, 즉 오버스프렁(oversprung) 세팅이기 때문이다. 이 세팅은 노면의 요철이나 차량의 하중 이동이 차체의 움직임으로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차의 주행 상태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차체의 흔들림이 잘 억제되지 않는 상태까지 이르면 주행 안정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차의 움직임이 경쾌하고 명료하지만 약간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라이브한 서스펜션 세팅 덕분에 요철만 만나면 차는 펄쩍펄쩍 뛰지만……, 솔직히 신난다! 마치 비가 온 뒤 골목길에 고인 빗물만 만나면 일부러 첨벙! 하고 물장난을 치는 개구쟁이가 된 것처럼 신난다. 댐핑이 강해서 차체를 붙잡는 무거움이 아니라 스프링이 반동하는 에너지가 생동감 넘친다. 엔진의 무게가 있어서 댐핑이 조금은 더 강한 앞 서스펜션은 조금 차분한 데에 비하여 뒷바퀴는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시소를 타는 것 같다. 뒷자리에 태운 고등학생 딸내미가 방심하다가 머리를 기둥에 부딪쳐서 아프다는데도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다!

이게 말이 된다. 안락한 A3 세단과 비교해도, 팔방미인처럼 유연하며 균형 감각이 절묘한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도 A3 스포트백은 전혀 다른 차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A3 세단과 골프가 논리적인 독일의 정교한 무기라면, A3 스포트백은 독일계 이탈리아인 같은 성정의 소유자다.
 

독일계 이탈리아인.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가면 A3 스포트백은 다시 한 번 변신하기 때문이다. 매끈하게 회전하는 엔진은 5,000rpm까지도 밀도 높은 파워를 수그러뜨리지 않고, 야생마 같던 서스펜션은 어느새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경주마의 다리가 되어 있다. 속도가 증가하면서 차체에 관성이 발생하여 느리고 큰 차체의 요동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것이 A3에게는 저속주행 시의 요동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하여간, 전혀 다른 차처럼 안정감을 갖고 고속주행이 가능했다. 매끄럽고 민첩한, 그러나 저속부터 토크가 풍부한 신형 TDI 엔진과 완숙의 경지에 도달한 S 트로닉 변속기, 그리고 느낌이 생생하면서도 고속에서는 안정감이 우수한 A3은 상당히 높은 속도까지 몰아붙이기에 매우 쉬워서 인상적인 차였다.
 

차를 세우고 다시 한 번 A3 스포트백을 바라본다. 이제는 기특한 마음에서다. 어두운 색상의 A3 스포트백을 밤에 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어두운 차체에 알루미늄 루프 레일과 면 발광이 매끈한 헤드라이트의 LED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가 명료한 콘트라스트를 주어서 강렬하다. 실내에도 두 곳의 포인트가 눈에 들어온다. 센터콘솔의 MMI 다이얼과 앞 도어 안쪽의 우퍼 주변의 구부러진 직선이 밝은 백색으로 빛나고 있다. 산뜻하다.

하지만, 밝은 곳에서 실내를 보면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너무 단순해서 실망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반드시 싸구려인 것은 아니다. 심플한 디자인의 원피스 대시보드는 두툼한 우레탄으로 감싸여진 매우 비싼 물건이다. 심지어는 로워 크래시패드까지 우레탄으로 덮여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비싸게 만든 진짜 프리미엄이다. 그리고, 단순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TT에서 가져온 최대한 심플한 스포츠 인테리어 콘셉트다.
 

원형 풍구를 손으로 잡고 돌려보면 매끄럽게 돌아가며 풍구를 여닫는 느낌이 고급스럽고, 일렬로 가지런한 센터페시아의 스위치들은 짧지만 절도 있는 스트로크로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센터콘솔의 MMI 조작부는 A4급 이상의 것보다는 작고 저렴해 보이지만 다이얼 위의 터치패드 등 기능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A3 스포트백이 좋다는 말만 했다. 이제부터는 좀 냉정하게 살펴볼 순서. 일단, 가격. 시승차인 한정판 스포츠 패키지는 4천670만원이다. 이 가격이면 훨씬 출력이 높은 BMW 120d 스포츠보다 높고, A4 2.0 TDI 콰트로에 근접한다. 폭스바겐에도 고성능의 GTD가 340만원이나 싸고, S라인 패키지의 스포츠 서스펜션은 없어도 충분히 스포티하다. 그렇다면, 4천290만원의 다이내믹 패키지를 선택한다면, 파워 시트와 같은 추가 옵션과 아우디 엠블렘을 갖는 대신 GTD의 성능을 맞바꾸는 셈 치면 된다.
 

골프와 비교해보자. 실내 분위기는 골프 쪽이 훨씬 고급스럽다. 실내도 더 넓고, 분위기도 차분하다. 성격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가슴이 뜨거운 차를 원하면 A3으로,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원하면 골프 2.0 TDI로 가면 된다. 두 모델은 150마력으로 같은 출력을 내는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토크는 A3이 약간 더 강하다), 최고속도도 213km(A3)/212km(골프)로 거의 같다. 가속성능도 A3이 0.2초 빠른 정도의 차이. 분위기는 골프가 고급스럽지만, 옵션은 A3이 더 낫다. 그리고, 가격은 꽤 차이가 난다.
 

어쨌든 교통정리는 끝났다. A3 스포트백은 이미 우리 시장에 있는 A3 세단이나 폭스바겐 골프와는 감성적으로도, 포지션에서도 뚜렷하게 다른 차다. 선택은 당신의 가슴 또는 주머니 사정에 달렸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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