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70, 성능과 럭셔리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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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70, 성능과 럭셔리의 조화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4.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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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정서가 동시에 묻어난다. 화려하고 큼직하면서도, 세심하고 꼼꼼하다. 이 둘의 정서가 맞물린 결과는 매혹적이다

인피니티는 성능을 강조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성능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뜻의 ‘인스파이어드 바이 퍼포먼스’(Inspired By Performance)를 슬로건으로 삼을 정도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다. 자연을 담은 풍족함이다.

그 어떤 나무, 나뭇가지도 직각으로 줄 세워 자라나지는 않는다. 뉴 Q70의 디자인도 그렇다. 안팎을 넘실거리는 곡선으로 감쌌다. 더불어 Q50에서 선보였던 인피니티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흠뻑 받아들였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디자인 요소를 하나씩 살펴보면 꽤 그럴 듯해 보인다. 큼직한 그릴은 고풍스러운 다리가 물에 비추는 반영을 표현했다고 한다. LED 헤드램프는 사람의 눈을 닮았다고.
 

옆에는 물결치는 캐릭터라인을 그었다. 앞바퀴 펜더에서 문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볼륨감을 강조하기 위해 선을 부풀려 움푹한 표면을 강조했다. LED 테일램프는 발광면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자아낸다. C필러에서 트렁크를 잇는 지붕선은 매끄럽게 떨어지면서도 뒷좌석 머리 공간을 방해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뉴 Q70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강도가 거세다. 새롭게 바뀐 이름 체계와, 차세대 디자인을 빨리 안착시키려는 의지의 반영이다. 지난 2013년, 인피니티는 모든 라인업의 이름을바꿨다. 기존에는 각 모델마다 알파벳 한 글자로 이름을 매겼다. 예를 들자면 Q70의 이름은 M이었다. 고급 소비자들을 위한 중역급 세단이었다. 하지만 알파벳 M만으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인피니티는 이름을 바꿨다. 승용차는 Q로, SUV와 크로스오버는 QX로 묶었다. 알파벳 뒤 두 자리 숫자를 더해 이름을 매겼다. 중대한 변화였다. 그만큼 디자인 변화의 강도도 높았다. 이에 대해 인피니티는 더욱 공격적인 글로벌 판매 전략을 위한 포석이라고 했다. 숫자를 통해 모델의 등급을 나누면, 알파벳보다 이해가 더 쉽다는 이유다.

앞으로 라인업이 더 늘어나는데, 이미 쓸 만한 알파벳은 다른 메이커가 선점했다는 농담과 진담 사이의 이야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피니티가 초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1989년, 인피니티 브랜드로 처음 등장한 차의 이름은 Q45였다. 인피니티는 Q50과 Q70으로 그 역사를 이어간다는 것을 드러낸다.
 

급진적인 디자인 변화와 달리, 실내 디자인 테마는 기존의 것을 계승한다. 센터페시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지는 대시보드 구조와, 다양한 버튼과 미디어 컨트롤러를 단 센터페시아 구조는 전 세대 모델부터 그 방식을 세련되게 가다듬고 있다. 계기판 주위를 감싼 버튼의 배치도 오래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방식이다.

풍성한 분위기와 너울지는 곡선으로 마무리한 실내의 구성이 좋다. 모든 부분의 품질이 빼어나며, 정성을 들인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도어트림은 가죽을 감싸고 퀼팅으로 처리해 물결치는 모양으로 감쌌고, 그 위의 알루미늄과 유광나무를 달아 마무리했다.
 

나무의 재질처럼 클래식한 부분이 많다. 에어벤트와 시계의 디자인과 오디오 조작부다. 대부분을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오디오 조작부를 화려하게 꾸몄다. 알루미늄을 둘러 멋을 내고, 필요한 버튼을 달아 쓰기 쉽게 했다.

먼저 디젤 모델을 탔다. V6 3.0L 디젤 엔진을 달아 최고출력 238마력에, 최대토크 56.1kg·m을 낸다. 1,750~2,5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덕에, 언제든 상당한 토크를 쏟아내는 기분이다. 스탠다드, 에코, 스포트, 스노의 네 가지 주행 모드를 고를 수 있는데, 기본인 스탠다드에서도 충분한 가속감을 누릴 수 있다. 자동 7단 변속기는 기어비의 폭이 약간 넓은 편이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6.9초다. 1,845kg의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재빠른 축에 속한다.
 

반응성이 좋고, 빠르게 부스트를 올린다. 회전 감각이 상당히 야성적이다. 맹렬하게 회전하는 엔진의 숨결을 운전자에게 전한다. 노면의 소음이나 풍절음은 틀어막았음에도 엔진음을 남겼다는 것은 의도적이다. 고성능을 강조하는 인피니티답다.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면, 너무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르렁거리며 숨을 고르는 엔진의 숨결과 등을 떠미는 힘에 자꾸 가속페달을 밟았다. 수동 모드로 바꿔서는 5,000rpm까지 회전한다. 중속 영역을 유지하며 달릴 때 엔진의 넉넉한 감각이 좋다.
 

스티어링은 칭찬할 부분이 가득하다. 반응성이 좋고, 노면의 상태를 읽기에 충분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이 남달랐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독특한데, 휘발유와 디젤 모델은 약간 비슷한 듯 다르다. 노면에 따라 약간 반응성이 달라지는 변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댐핑은 적당한 수준으로 두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구간을 크게 잡았다. 그래서 어떤 노면에서도 노면을 붙잡는다. 구불지고 출렁이는 노면을 달릴 때도 든든했다.

고속 순항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달리기에 불안감은 없다. 디젤 엔진을 얹은 뉴 Q70으로 유럽을 노리는 이상, 고속에서의 안정감을 중시했을 것이다. 시속 100km로 순항할 때 엔진회전수는 1,500rpm이며, 시속 120km에서는 1,800rpm을 유지한다. 약간 노면과 거리를 두고 매끄럽게 달려가는 기분이다.
 

휘발유 모델로 갈아탔다. 시승차는 최고급 사양인 3.7 익스클루시브 모델. 같은 모델임에도 훨씬 호화로운 실내와 사양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더욱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특이하게도 앞좌석 끄트머리에 스피커를 달았다. 총 16개 스피커를 다는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서다. 음질과 입체감이 뛰어나다. 어깨쯤 있는 위를 향한 스피커가 있다 보니 놓치기 쉬운 소리도 잘 들리는 것 같다.
 

뒷좌석의 구성이 상당히 좋다. 다리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충분하다. 키 180cm의 성인이 앉았을 때도 넉넉했다. 2,900mm의 휠베이스 덕분이다. 벤츠 E클래스의 2,875mm와 비슷한 정도. 게다가 3.7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만 적용되는 리어시트 패키지 덕분에 더욱 여유롭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뒷좌석을 조절해, 편안하게 기대는 자세로 맞췄다. 열선 및 온도 조절 기능과 오디오 조절 기능이 있다. 따뜻한 뒷좌석에 여유롭게 기대 앉아, 잠이 오는 클래식을 듣다보니 절로 졸린다. 뒷유리의 전동 차양막을 올려 빛을 가리고 휴식을 즐겼다.
 

호들갑이 아니다. 일본에선 인피니티 Q70이 임원들을 위한 차로 쓰인다. 중역급 고급 세단에 어울릴 느긋한 뒷좌석을 갖춘 이유다. 일본에서의 이름은 푸가. 클래식 악곡을 뜻하는 말이다. 놀라운 것은 미쓰비시가 닛산의 허가를 받아 직접 이 차를 생산해 자사 마크와 이름을 붙여 판다는 것. 더 놀라운 사실은, 미쓰비시가 닛산에 머리를 숙이면서까지 푸가를 들여와 대체한 차종이, 현대와 함께 개발했던 1세대 에쿠스(일본명: 미쓰비시 디그니티)라는 것이다!

이제는 출발할 때다. 안전벨트를 매자 모터가 작동해 몸에 맞는 정도로 벨트를 조인다. 센터페시아에 카메라 버튼이 추가됐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지원한다. 특이한 것은 주차 가이드가 있다는 것. 주차하고자 하는 위치를 설정하면, 스티어링을 얼마나 꺾어야 하고,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준다.
 

휘발유 모델은 최고출력 333마력을 내는 V6 3.7L 엔진을 단다. 닛산의 스포츠카, 370Z와 같은 엔진이다. 최고출력 333마력은 7,000rpm에서 나오며, 최대토크 37kg·m는 5,200rpm에서 나온다. 고회전을 중시하는 숏 스트로크 엔진이라 회전수를 올리는 재미가 있다. 변속기는 자동 7단이다. 시승차는 뒷바퀴굴림 모델이지만, 네바퀴굴림 모델도 고를 수 있다.

공회전에서는 상당히 조용하다. 회전수를 올리기 전까지는 고분고분하다. 여유롭게 달릴 때와 거칠게 몰아칠 때의 감각이 구분된다. 엔진의 반응과 회전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고동감이 느껴지는 엔진을 몰아붙일 때의 쾌감이 있다. 회전수와 동일하게 늘어나는 힘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동모드로 바꿔 몰아칠 때는 7,500rpm까지 회전하는데, 맹렬하게 회전하는 엔진의 소리가 절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긴박한 가속이 혈기를 일깨운다. 기어비가 넓은 7단 변속기는 엔진의 회전감각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안정적인 승차감과 거동이 돋보인다. 같은 속도로 달린다 해도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과는 다른 느낌이다. 더 짜릿하고 본격적으로 달리는 느낌이다. 약 90마력 정도의 차이도 있겠지만, 엔진의 질감을 더욱 본격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스릴이 느껴진다는 생각이다. 특히 의도적으로 크게 들리는 엔진음이 돋보인다. 고속으로 달릴 때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조용한 실내를 가득 채우는 것은 엔진음뿐이다.

여기서 인피니티의 성능을 강조하는 철학이 드러난다. 중역용 세단을 빠르게 달리는 차로 빚어내기 위한 세심한 정성이 들어갔다. 차량 하부에는 곳곳에 커버를 씌워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게 했고, 사이드 페어링이나 리어 디퓨저로는 빠져나가는 공기의 방향을 조절한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는 0.27Cd로 상당히 낮췄으며, 앞부분과 뒷부분에 걸리는 양력도 최소화했다.
 

또한, 꼼꼼하게 소리와 진동이 유입되는 부분을 틀어막고, 고급스러운 편의장비를 잔뜩 더했음에도, 굳이 엔진음을 강조하고 달리는 재미를 살렸다. 결국 인피니티의 본질인 성능의 강조를 위한 것이다. 고급 세단에 이런 재미를 살리는 것은 수요자의 특징을 볼 때 이율배반에 가깝다. 더 조용하고 무난한, 운전 재미가 떨어지는 차라도 충분히 팔리는 시장이기 때문. 그러나 이것이 인피니티답다. 성능을 느끼는 운전의 재미에 충실한 차이기 때문이다.

속도를 줄이고 여유롭게 달렸다. 시속 100km에서 엔진회전수는 2,000rpm. 시속 120km에서는 약 2,400rpm 정도다. 거세게 울부짖던 엔진은 조용해졌고, 서스펜션은 부드러움만을 남겼다. 뒷자리에서도 마찬가지. 여유로운 승차감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달릴 때는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거세게 몰아칠 때는 정반대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매력이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줄곧 달렸다. 3단계로 거리조절이 가능하며, 시속 32km부터 144km까지 속도 설정이 가능하다. 미국 단위로는 20마일부터 90마일까지다. 아쉬운 점은 완전히 멈춰선 뒤에는 경고음과 함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꺼진다는 것. 오토 홀드 기능이 없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한다. 다시 출발할 때 복구 버튼을 눌러주면 알아서 간격을 조절하며 달린다. 아무래도 여유로운 미국 도로 기준으로 만들었다는 판단이다.

다양한 안전장비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앞차와의 거리를 살피는 차간 거리 제어 시스템이 그렇다. 범퍼에 달린 센서로 앞 차와의 거리를 살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 않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 거리를 벌린다. 이를 무시하고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페달을 밀어내 주의를 환기시킨다. 툭하고 밀어내는 느낌이 생경해 절로 집중하게 된다. 브레이크를 아주 세게 밟으면 자동으로 안전벨트를 확 당겨 사고에 대비한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국내에서 단 내비게이션. 아틀란 지도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데, 일부 버튼과 맞물리지 않는다. 인피니티 자체 시스템과 연동이 되게 한다면 더욱 좋겠다.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기능들을 다룰 수 있는데, 하차 시 스티어링 세팅, 시트 세팅, 레이더 감도 등의 여러 항목 들을 세세하게 다룰 수 있다.

분명 뉴 Q70은 정성을 빚어 만든 빼어난 차다. 일본과 미국의 정서가 동시에 묻어난다. 화려하고 큼직하면서도, 세심하고 꼼꼼하다.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구성을 갖췄다. 유려한 디자인, 실내의 고급스러움, 편안함 등 경쟁자들과 손쉽게 대결할 자질이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분명한 콘셉트에 맞춰 만들어진 차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편안함 속에 숨긴 고성능은 언제든 원할 때마다 그 가치를 드러낸다.
 

디젤과 휘발유 모델 모두 뛰어나지만, 단 한 대만 고르라면 3.7L 엔진 얹은 휘발유 모델 중에서도 익스클루시브 모델을 고르겠다. 경쟁자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풍족함이 돋보인다. 게다가 성능과 럭셔리의 조화라는 인피니티가 추구하는 목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이기 때문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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