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HYBRID,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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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HYBRID,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01.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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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는 전기 모드와 스포츠 주행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강력한 달리기가 인상적. 모든 포르쉐는 스포츠카라는 말을 수긍한다

포르쉐와 전기 하이브리드의 조합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그 시작은 이미 오래다. 1899년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한 ‘로너-포르쉐 믹스트’는 배터리형 전기 주행 시스템과 연소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 엔진으로 전기를 만들고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1900년에 만든 셈퍼 비버스(semper vivus)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각각 기능하는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차였다. 포르쉐는 새로운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 셈퍼 비버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만큼 포르쉐의 하이브리드 전통이 깊다는 점, 그리고 포르쉐의 미래 전략에서 하이브리드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모두가 효율성을 외치는 시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전통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들조차 효율성을 외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중 포르쉐의 움직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정체성과 하이브리드의 의구심에 대해, 포르쉐는 걸출한 하이퍼 카 918 스파이더로 응답했다. 포르쉐는 파나메라에 이어 이제 카이엔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다. 이로써 포르쉐는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3가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한 세계 최초의 브랜드가 되었다. 포르쉐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카이엔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전체적으로 낮고 넓은 방향으로 디자인이 수정되었다. 보닛은 더욱 와이드해졌고 리어램프는 납작해졌다. 스포츠카로서의 면모를 더욱 부각시켰다는 설명이다. 시프트 패들이 달린 다기능 스포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은 918 스파이더의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뒷좌석이 더욱 편안해졌고 통풍 기능은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에서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 카이엔 S 하이브리드는 1.7kWh 니켈-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달았다. 그리고 플러그인 방식이 아니었다. 이번 S E-하이브리드 모델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바뀌고 저장 용량이 10.8kWh로 늘어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같은 사이즈와 무게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내구성도 좋다.
 

리튬-이온 배터리 케이스는 포르쉐의 모듈 방식 전략에 따라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셀당 28Ah로 늘어난 용량은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24Ah를 능가한다. 이처럼 증가한 배터리 용량 덕분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는 전기 주행만으로 18~36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10월 중순이지만 만추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바람은 쌀쌀했고 비마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카이엔 S E-하이브리드에 오르니 집에 온 듯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 엔진을 깨우지 않고 시작되는 출발은 고요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상을 사이드 미러 뒤에 남겨둔 채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간다. 차분하게.
 

E-파워 모드는 순수 전기 주행 모드. 배터리 용량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오직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 그 범위가 도로상황 등 주행여건에 따라 18km~36km라는 얘기. 매일 충전을 통해 가까운 거리라면 출퇴근도 가능하다는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장점이다. 그렇긴 하지만 좀 더 주행거리를 늘릴 수는 없을까?

이에 대해 포르쉐 관계자는 “카이엔은 무게 3톤이 넘는 대형 SUV다. 절대적인 전기 주행 모드의 거리보다는 차의 중량 및 주행 스타일 등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18~36km는 현재로서 최적화된 주행 거리이지만 향후 배터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거리는 더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한 전기 모드로 달리다 액셀러레이터를 강하게 밟으면 엔진이 깨어난다. 비밀의 열쇠는 엔진과 전기모터 사이에 있는 분리 클러치. 달리다 보면 어느새 엔진이 작동하고 또 멈추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운전자가 이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분리 클러치가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인데, 그만큼 위화감이 적다. 그러면 하이브리드 차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E-파워 모드가 꺼지면 구동계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한다. 엔진과 전기모터 주행을 자동으로 번갈아하는데 이때 배터리 충전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리고 스포트 모드를 선택하면 잠재해 있던 최고치의 성능을 드러낸다. 폭발적인 부스트 기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사운드가 아닐까.
 

V6 3.0L 슈퍼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4.8kg·m을 낸다. 전기모터는 이전 모델의 34kW(46마력)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70kW(95마력). 엔진과 전기모터의 통합출력은 416마력, 토크는 60.2kg·m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9초, 최고시속 243km를 달린다. 강력하고 빠른, 한 마디로 스포츠카 수준이다. 전기로만 달릴 때도 최고시속 125km를 낸다.

파워만 상승한 게 아니라 연료효율도 향상되었다. 연비는 이전 모델의 12.2km/L에 비해 확연히 향상된 29.4km/L(NEDC 기준)이며 CO₂ 배출량 역시 이전 193g 대비 79g/km로 확 줄어들었다. 물론 가속을 즐기다보면 그 수치는 좀 나빠지기 마련이다. 연비 수치는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나타나므로 마음먹기에 따라 수치를 조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항상 그렇지만 마음이다.
 

한편 E-차지 모드에서는 주행 중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충전할 수 있다. 이때 전기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한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배터리의 에너지 회생과 저장 기능으로 손실된 브레이크 에너지를 회수한다. 브레이크를 밟는 세기에 따라 전기모터의 발전기 기능이 최대부하까지 활성화된다.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하지 않으면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달리게 된다. 파워 미터는 엔진이 활성화되는 파워의 한계점을 보여준다. ‘이피션시’ 구간은 효율적인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스트’는 스포티한 주행 구간을 알린다. 킥 다운을 시도한 다음에도 다시 바로 추월하는 데 힘 부족은 없다. 시스템 출력은 언제든 다시 풀가동을 준비한다. 전기 주행 최고속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속도가 줄어들면 E-파워 모드가 다시 가동된다. 하이브리드 매니징 시스템이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데 이를 운전자가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주행감각을 즐길 수 있는 것. 이 경험은 신선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도 포르쉐가 만들면 곧 스포츠카라는 공식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포르쉐의 미래 전략에서 하이드리브 그리고 전기차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포르쉐는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 본질적으로 스포츠카라는 점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포르쉐는 이미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글 · 최주식 편집장 
사진 · 포르쉐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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