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엔진으로 매력을 더하다. 그랜저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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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엔진으로 매력을 더하다. 그랜저 디젤
  • 안민희
  • 승인 2014.09.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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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첫 그랜저가 선보인 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랜저는 성공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어렸을 적 보던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그랬다. 한때 모든 회사원의 로망이었다. 어느새 기함의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오랜 시간 동안 최고급차의 상징이었던 그랜저가 갖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격동의 시기를 보낸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이유다.

그랬던 그랜저가 조금 더 젊어졌다. 디젤 엔진을 얹으며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수입차로 기우는 30대의 마음을 잡아보려는 것이다. 세금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싼 기름 값도 원인 중 하나겠지만, 수입 디젤 모델들의 돌풍도 한 몫 했다. 현재 수입차 판매량 중 70% 상당의 차들이 디젤 엔진을 단다. 고급 세단에도 연비 좋고 힘 좋은 디젤 엔진이 올라가는 것이 당연해졌다. 방음만 잘한다면 아쉬울 것이 없어서다. 그런데 정작 국산 디젤 중형 세단을 살 수 없었다.

올해는 국산 디젤의 해다. 각 국산 제조사들이 디젤 중형 세단을 내놓고 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 세단에 뛰어난 연비를 더하니 반응도 좋았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쏘나타 디젤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한 발 앞서 그랜저 디젤을 먼저 내놓았다. 국산 고급 디젤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다.

상위 모델이기에, 국산 중에서는 경쟁 모델이 없다. 그런데 웬만한 옵션을 더한 국산 중형 디젤 세단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그래서 그랜저 디젤을 시야에 넣게 된다. 가격은 모던 트림이 3천254만원, 프리미엄 트림이 3천494만원이다. 같은 등급으로 비교하면 V6 3.0L 엔진을 얹는 가솔린 모델에 비해 133만원 비싸다. 하지만 연비로 이를 만회한다. 수입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실내공간과 편의 장비, 가격이 크게 우위에 선다.

일단 차체가 크고 공간이 넉넉한 점이 좋다. 그랜저 디젤의 길이는 4,920mm, 휠베이스는 2,845mm다. 신형 쏘나타와 비교하면 길이는 65mm, 휠베이스는 45mm가 더 길다. 그러나 실내의 공간감은 그 이상이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더 여유 있게 느껴진다. 키 180cm 성인 기준으로 운전석을 맞추고 뒷좌석에 앉아도 무릎 공간 및 다리 공간에 여유가 충분했다. 다양한 편의장비 또한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화려한 디자인. 또는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그랜저 디젤의 핵심은 디젤 엔진. 정숙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쫒는 그랜저의 소비층에게는 디젤 엔진이 낯설 수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이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디젤 엔진의 성능을 더했다 설명했다.

그랜저 디젤은 직렬 4기통 2.2L 디젤 ‘R’ 엔진이다. 이미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차종에 실려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받은 엔진이다. 최고출력 202마력을 3,800rpm에서 내고, 최대토크 45kg·m을 1,750~2,750rpm에서 낸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달려 나간다. 의식하지 않을 때면 어느새 속도가 꽤 올라 있다. 고속으로 달릴 때도 상당히 조용했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숨어 있던 디젤 특유의 소리가 본색을 드러낸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와 엔진 회전수에 따라 정숙함과 스포티함을 넘나든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고 피아노 페달 밟듯 탄력적으로 밟고 떼면 회전수를 띄우며 달려 나간다. 디젤에 기대하는 넉넉한 토크가 살아 있다. 속도를 높여도 여전히 힘이 남아 있다. 디젤 엔진을 얹어 연비와 동시에 힘을 챙긴 덕분이다. 퍼포먼스가 부족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 기우다. 조용하면서도 강한 움직임에 만족감이 든다. 소리 나는 곳부터 전부 탄탄하게 틀어막았다. 상당히 정숙하다.

빠르게 달릴 때면 엔진 회전수를 귀로 짐작할 수 있을 정도는 남겼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개선됐다. 속도를 끝까지 올리면 약간 불안한 감각이 든다. 허나 그 불안한 감각이 시작되는 지점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뒤로 물러났다.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을 통과했다. 차체가 이리저리 쏠린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살짝 무른 쪽이다. 위아래 움직임에 여유를 뒀다. 그래서 급격한 코너링을 이어나갈 때는 약간 기운다. 타이어는 연신 비명을 질러대고, 급한 마음에 가속페달을 꽉 밟으니 토크 스티어가 일어나려한다. 그러나 재빠르게 VDC가 개입해 안정적인 궤도를 그려 나간다. 성능에 비해 조금은 탄탄한 서스펜션을 원하게 됐지만, 탄탄함을 쫒기에는 수요층의 성격에 비해 무리였을 것이다. 코너링을 즐기려 타는 차도 아닌데다 차체 안정 장치의 개입이 빠르다. 대신 승차감이 뛰어나다. 요철이 이어지는 구간을 속도 높여 달렸음에도 잔 진동이 없었다. 부드럽되 허둥대지 않는다.

이번에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폭신한 시트에 살짝 파묻히는 기분이다. 굳이 부드럽게 운전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 조용하게 잘 달린다. 속도계를 슬쩍 봤더니 제법 속도가 올라 있다. 그럼에도 쉽게 속도를 알아채기 어렵다. 승차감이 적당하고 안정감도 뛰어나서다. 약간 물렁한 서스펜션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타입이다. 대신 높은 과속방지턱을 만났을 때는 더 출렁거리는 부분은 있다.

뒷좌석 공간 또한 여유롭다. 키 180cm의 성인이 등을 정확히 기대어 앉아도 머리 공간이 남을 정도라 편안했다. 무릎공간과 다리 공간 또한 충분하다. 현대차의 장기인 넓은 실내 공간 만들기가 빛을 발한다. 눈을 감는다. 디젤의 소리를 잡기 위해 소음, 진동을 보강한 덕에 더욱 조용하단 판단이다.

이와 같은 그랜저의 세팅은 구매 연령층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그랜저를 가장 선호하는 층은 40~50대다. 가솔린 모델 기준 구매 연령층이 40대 32.3%, 50대 31.4%, 60대 이상 21.2%에 달한다. 30대는 10.2%에 그쳤다. 그러나 그랜저 디젤은 달랐다. 30대의 증가율이 높았다. 30대 24.9%, 40대 38.1%, 50대 25.2%, 60대 이상 6.9%다. 이제 젊은 층에게도 매력적인 차로 변해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무난한 차로 여겼다. 그랜저 특유의 여유로운 공간과 주행감에 효율 좋은 디젤 엔진을 더했기 때문이다. 주행 감각 또한 수입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정숙성이 뛰어나 휘발유 엔진 얹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혈기 넘치는 스포츠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차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연비에 주목하겠지만, 그랜저 디젤의 가장 큰 매력은 주행감각이다. 여유롭고 풍족하다. 이는 비슷한 가격의 수입 디젤 세단과 차별화되는 특성이다. 먼 길 떠나는 데 있어 분명한 차이가 된다. 작고 날쌘 차를 좋아하지만, 그랜저 디젤은 갖고 싶다. 명확하게 내세운 장점에 끌린다. 단점이라면 스포츠 주행성능이 모자란다는 것 하나뿐. 이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디젤 승용차 중 가장 크고 안락하다. 넓은 실내공간과 부드럽고 넉넉한 주행감각이 만족스럽다.

글·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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