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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현
  • 승인 2014.09.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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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아우디는 올 상반기 내내 그들의 레이저 신무기(?)를 앞세워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사건의 발단은 2014 CES였다. 아우디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해 버추얼 콕핏, 차세대 MMI, 자율주행시스템 등 신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는데, 그중에는 레이저 헤드램프도 있었다. 스포트 콰트로 레이저라이트 콘셉트를 통해 레이저 헤드램프를 선보인 것. 아우디 기술개발 총괄이사 울리히 하켄베르크(Ulrich Hackenberg)는 CES에서 “우리는 레이저 헤드램프를 대량생산하는 최초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뒤 BMW는 자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이번 CES에 2011 레이저라이트 콘셉트를 전시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우리는 지금 생산 준비하느라 너무 바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BMW는 이미 지난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i8 콘셉트를 통해 레이저 헤드램프를 선보인 바 있으며, 양산화 단계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 BMW는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i8 양산 모델을 공개하면서 레이저 헤드램프를 옵션으로 제공한다고 밝히며 ‘세계 최초’임을 선언했다.

2014 CES가 열리기 약 한 달 전, 아우디는 레이저 헤드램프를 단 세계내구경주선수권대회(WEC) 2014년 시즌 출전용 R18 e-트론 콰트로 경주차를 공개했다. i8은 2014년 가을부터 고객인도가 예정돼 있었던 반면, 2014 WEC 개막전 ‘실버스톤 6시간’은 그보다 앞서 4월에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에 BMW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레이저 헤드램프를 단 아우디가 도로에 먼저 나올 사태가 벌어진 예민한 상황에서 울리히 하켄베르크의 발언은 BMW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BMW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쾌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

결국 BMW는 실버스톤 6시간 경기보다 일주일 앞서 4월 12일에 열린 뉘르부르크링 내구경주시리즈 2차전에 레이저 헤드램프를 단 Z4 GT3 경주차 4대를 출전시켜 ‘세계 최초’ 타이틀 방어에 일단 성공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9일, 아우디는 르망 24시간 경주를 기념한 99대 한정판 특별모델인 R8 LMX(Le Mans Exclusive)의 공식사진을 공개하면서 “올 여름부터 고객에게 인도될 R8 LMX는 레이저 헤드램프를 갖춘 세계 최초의 양산차”라고 주장하며 반격에 나섰다. 아우디는 R8 LMX의 일반 공개행사 일정을 르망 24시간 경주가 열리는 6월 13일로 잡았다. 이는 i8보다 먼저 출시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한 노림수였다.

그러자 BMW는 R8 LMX 공개행사를 불과 일주일 앞둔 6월 5일, 독일 뮌헨의 BMW 벨트(Welt)에서 i8 8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열어 i8이 ‘레이저 헤드램프를 단 세계 최초의 양산차’임을 입증했다. 이날 8명의 i8 계약고객들은 BMW 그룹 독일 지역 마케팅 총괄 롤란드 크뤼거와 라이프치히 공장 전기차 생산 총괄 헬무트 슈람으로부터 차 키를 건네받았다. 이들 8명은 당시 옵션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레이저 헤드램프를 비롯한 모든 옵션을 갖춘 i8을 전달받음으로써 BMW와 아우디가 벌인 자존심 대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i8 8대를 우선 전달하는 꼼수까지 쓴 BMW가 레이저 헤드램프를 둘러싼 아우디와의 지리멸렬한 공방전에서 결국 승리를 선언하는 듯했다.

그러나 오래 이어질 줄 알았던 BMW의 꿈은 불과 5일 만에 깨졌다. 아우디는 6월 10일 자사의 독일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R8 LMX가 “레이저 헤드램프를 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라고 주장하며 경쟁을 이어갔다. 570마력 V10 5.2L 엔진의 R8 LMX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 3.4초, 최고시속 320km인 반면, i8은 0→시속 100km 가속시간 4.4초, 최고시속은 250km에서 제한된다.

BMW는 7월 3일에야 i8의 옵션 가격을 공개했는데 목록에 레이저 헤드램프는 빠져 있었다. 8월 4일 현재까지도 i8의 레이저 헤드램프 옵션 가격은 여전히 미정으로 남아 있다.

BMW 레이저라이트

당신이 레이저 헤드램프가 달린 i8을 가졌다고 해서 앞에 끼어드는 차를 향해 레이저 광선을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데스스타의 슈퍼레이저나 제다이의 라이트세이버 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BMW 레이저라이트’(BMW Laserlight)는 다음과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3개의 파란색 레이저 광선(①)을 앞쪽에 설치된 작은 거울(②)을 향해 쏘면 노란색 인광체(phosphor)로 채워진 렌즈(③)로 집중된다. 파란색 레이저 광선은 노란색 인광체를 거치면서 흰색으로 바뀌고, 이 빛은 뒤쪽의 반사경(④)을 통해 앞으로 확산돼 비춰지게 된다. 레이저 헤드램프의 조사거리는 600m로 HID나 LED 램프의 한계치인 300m의 2배에 달하고, 색 온도는 5,500~6,000켈빈(kelvin)으로 자연광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LED 램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0% 이상 뛰어나다.

글·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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