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재료, 색다른 레시피. BMW 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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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재료, 색다른 레시피. BMW X4
  • 최주식
  • 승인 2014.09.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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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식당에 갔을 때 메뉴가 너무 많으면 맛을 의심하게 된다. 꼭 그렇진 않지만 한두 가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맛있는 경우가 많다. 근데 시대는 변하는 법. 요즘은 매우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맛도 좋은 식당이 적지 않다. 자동차회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과거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만들던 회사가 세단이나 SUV를 만든다. 그렇게 만든 비전공 차들이 또 인기를 끄는 세상이다. 그 같은 현상이 많아지다 보니 메이커의 고유 영역도 희미해진 느낌이다.

어떻든 시장이 필요로 하니 나타난 현상. BMW의 최근 행보도 그중 하나다. BMW는 항상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쉼 없이 틈새를 채워가는 부지런한 인상을 준다. 그것은 곧잘 효율성 또는 지속가능성이란 모토로 표현된다. BMW의 새로운 네이밍 정책은 짝수를 쿠페로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이는 SUV인 X-시리즈도 예외가 아니어서 촘촘한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오늘 만나는 새로운 X4도 그런 맥락이다. 그런데 쿠페 SUV라니?

쿠페가 2도어를 의미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벤츠 CLS, 아우디 A7, 그리고 BMW 그란 쿠페가 4도어 쿠페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영역파괴는 SUV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미 X6이 먼저 등장해 길을 닦아놓은 것처럼 X4는 4도어 쿠페 SUV 되겠다. BMW는 이를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라 부른다. X5가 처음 등장할 때 기존 SUV와 차별화해 붙인 이름이 스포츠 액티비티 비클(SAV)였다.

X4는 X3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만 뒤로 낮게 떨어지는 쿠페 라인이 차별화된 성격을 불어넣는다. X6의 덩치가 부담되는 이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다. 이래저래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는 BMW의 전략 앞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원하는 스타일은 모두 갖춘 편집샵처럼 다른 가게로 발길을 돌릴 짬을 주지 않는 것이다.

헤드램프에서 프론트 그릴로 이어지는 앞트임은 신형 3시리즈의 유산이다. 범퍼 양쪽의 커다란 에어댐이 전면부의 당당한 인상을 만든다. 마치 포르쉐가 고성능 터보를 구분 짓는 방식 같다. 4는 3보다 큰 숫자지만 X4는 X3보다 커보이지는 않는다. 쿠페처럼 뒤로 떨어지는 루프 라인이 날렵해 보인다. 측면은 2개의 스웨이지 라인으로 근육질이다. X4는 X3보다 겨우 14mm 길 뿐이지만 높이는 36mm 낮아 노면에 더 밀착된다.

X3의 뒤가 평평하다면 X4는 전진감을 준다. 4시리즈에서 쓴 방식이면서도 새롭다. 뒤에서 보면 GT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저기서 본 익숙한 디테일이지만 그것을 혼합해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든다. 같은 재료로 다른 맛을 뽑아내는 특급 요리사의 레시피라고 할까.

운전석에 앉으면 X3와 구분하기 어렵다. 계기판을 비롯한 인테리어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뚜렷한 차이점은 뒷좌석이다. 뒷좌석만 놓고 보면 X3이 훨씬 넓고 편안하다. 그렇긴 해도 썩 불편한 것은 아니다. 루프 라인 때문에 헤드룸이 좀 좁지만 레그룸이 여유 있고 등받이도 적당히 기댈 만하다.

아무튼 뒷좌석이 우위에 있는 쪽은 X3이다. 세단과 쿠페의 차이야 그렇다 해도 SUV의 성격을 따지면 좀 다르지 않나. 단지 스타일만으로 X4를 고를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다. SUV라고 다 똑같은 형식이면 재미없다는 이들에게 스타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BMW는 X4의 가치가 그게 다는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스포츠 성능을 바탕으로 한 운전 재미다.

시승차는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M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와 19인치 M 휠, 가변식 스포츠 스티어링, M 스포츠 스타어링과 시프트 패들, 스포츠 시트 등이 포함된다.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로 허리를 잡아주는 시트는 안정적인 운전 자세를 유지시키며 스포티한 기분을 북돋는다. 시트의 질감은 부드럽지 않고 약간 두툴두툴하다.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두툼하게 잡히는 스티어링 휠 뒤로 패들 시프트가 자리한다. 시동을 걸면 디젤의 진동이 전해온다. 초기가속의 회전력도 약간 거친 게 나긋나긋한 성격은 아니다. 움직임은 기민하다.

3.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kg·m을 낸다. 0→시속 100km 가속은 5.8초 만에 끝낸다. 스펙만으로도 이미 웬만한 스포츠 세단을 능가한다. X3보다 뛰어난 스포츠 성능의 비밀은 낮은 무게중심에 있다. 시야는 보통의 SUV처럼 높다는 느낌보다 넓다는 기분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속도와 길 안내 방향을 보여주므로 시야는 보다 도로에 집중된다. 하체는 역시 단단한 느낌이다.

저속에서는 그다지 매끄럽다는 인상을 주지 않지만 고속으로 진행하면 사뭇 달라진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노면에 밀착되는 감각이 스포츠 쿠페의 것과 흡사하다. 팽창하는 가속력은 어느 순간 SUV임을 잊어버린다. 빠르게 코너를 감아나가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뒤가 확실히 가벼운 느낌.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꽁무니를 감추고 휙 돌아나간다. 이 자세가 상당히 중립적이다. 핸들링은 정확하고 무게중심을 빠르게 회복한다. 브레이크의 답력도 좋다. 회전 뒤에도 원하는 잘 멈춰 선다.

문제는 가속할 때 rpm을 높게 써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순항하게 되면 rpm은 뚝 떨어지지만 가속을 위해서는 또 rpm이 치솟는 걸 지켜봐야 한다. 물론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보통의 디젤보다는 그렇다는 얘기. X4에 적용된 퍼포먼스 컨트롤 시스템은 주행 중 구동력이 더 필요한 바퀴의 반대쪽 바퀴에 DSC 시스템의 브레이크를 걸어 구동력을 조정한다. 토크 벡토링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내지만 스포트 모드로 바꾸면 더 한층 드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견고한 느낌을 받는다. 자동 8단 스텝트로닉 기어는 기민하게 제자리를 찾아 맞물리며 동력성능을 끌어올린다. 툭툭 치는 패들 시프트로 변속하는 재미가 커진다. 변속 반응은 찰나보다 빠르다. 브레이크 응답력도 빨라진다. 스포트 모드 플러스는 DSC 장치를 끈 상태가 되므로 더욱 집중해야 한다. 다시 에코 프로 모드로 돌아오면 얌전한 고양이가 된다.

네바퀴굴림 xDrive 시스템은 앞뒤 구동력을 0~100, 100~0으로 가변적으로 자동 분배해준다. 다양한 노면과 상황에서 구동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 트랙션이 향상되기 때문에 주행안정성이 좋고 더불어 험로에서도 벗어나기 쉽다. 짧은 오프로드 구간을 달렸는데 X4는 통통 튀는 느낌을 주었다. 튀긴 하지만 차체를 잘 억누르며 잡아준다. 특징적인 것은 설정을 통해 xDrive 상태를 볼 수 있다는 점. 차체의 앞뒤(피칭) 그리고 좌우(롤링) 기울기가 어느 정도 각도로 기울여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타이어는 런플랫 타입이다. 사이드 월에 RSC 표시로 확인한다. 런플랫은 손상된 타이어로 시속 80km 이하로 달릴 수 있다. 보조 타이어를 실지 않아도 되므로 짐 공간이 늘어난다. 트렁크 크기는 뒷좌석을 40:20:40으로 접을 수 있어 기본 500L에서 1,400L까지 확장된다.

하이파이 스피커의 사운드도 향상된 느낌이다. 그리고 실내에서 새로 발견한 기능 한 가지는 BMW 온라인. 뉴스, 날씨, 온라인 검색, 오피스, 응용 프로그램 등 3G를 이용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다. 오피스 메뉴에서 메일을 이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뉴스 읽어주기 기능. 띄어쓰기와 엑센트 없이 읽어주니 이상한 문장이 되어 웃음을 준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BMW코리아는 국내에서 X4를 론칭하며 단어 하나를 내걸었다. 애티튜드(Attitude). 평소 좋아하는 단어여서 눈길이 갔다. 사전적으로 자세, 태도, 사고방식 등을 뜻한다. 그 의도를 넘어서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단어가 애티튜드다. 차를 만드는 기본자세, 메이커의 철학까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도 이게 아닐까. 애티튜드(Attitude)라는 단어 덕분에 X4가 더 좋아졌다.

글·최주식(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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