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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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자동차들
  • 임재현
  • 승인 2014.09.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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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제작 부문이 해체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애니메이션 명가의 해체 소식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이자 제작자인 스즈키 토시오가 지난 8월 7일 NHK의 아침방송에 출연해 제작 방식을 바꾸기 위해 잠시 정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해체설은 일단락됐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ナウシカ, 1984년)의 제작을 위해 결성된 ‘톱 크래프트’를 모체로 1985년에 설립됐다. 지브리라는 이름은 사하라 사막에서 지중해로 부는 뜨거운 바람인 시로코(Scirocco)를 뜻하는 리비아어에서 왔다. 사실 원어 발음은 ‘기블리’가 맞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착각으로 지브리가 된 것이며, 이후 그는 기블리가 맞다고 인정했으나 회사명은 바뀌지 않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은 2차 세계대전에 쓰였던 이탈리아 공군기 이름(카프로니 Ca.309 기블리)에서 온 것이다. 비행기 마니아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의견으로 채택된 것. 북아프리카 열사풍 이름 하나가 이탈리아 전투기, 이탈리아 자동차(마세라티 기블리), 독일 자동차(폭스바겐 시로코)에 이어 지구 반대편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이름으로도 쓰인 것이다.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의 성(ルパン三世 カリオストロの城, 1979년)

일본 만화가 몽키펀치가 1967년에 연재를 시작한 만화의 두 번째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미래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 1978년)에 이어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을 맡은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것을 본 뒤 “사상 최고의 활극”이라고 극찬하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 된 것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루팡과 지겐 콤비가 타는 차는 피아트 500. 500은 1957년에 저렴하고 실용적인 시티카로 처음 등장했다. 길이가 고작 2.97m에 불과한 작은 차체에 2기통 479cc 공랭식 엔진을 넣은 500은 1957년부터 1975년까지 389만여 대가 팔렸다. 루팡의 차는 1965년 6월에 출시된 500 F다.
 

   
   
 

영화 초반 루팡과 지겐은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괴한에게 쫓기던 클라리스를 구하는데, 그녀가 몰던 차는 시트로엥 2CV. 1949년부터 1990년까지 40년 가까이 생산된 프랑스의 대표 국민차다. 2CV는 2마력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8마력 2기통 375cc 공랭식 엔진이었다.

 

추억은 방울방울(おもひでぽろぽろ, 1991년)

오카모토 호타루(글)와 도네 유코(그림)의 만화를 원작으로 다카하타 이사오가 감독을 맡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을 맡은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다카하타 이사오 특유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며, ‘반딧불의 묘’(火垂るの墓, 1988년)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지브리 작품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농촌에 간 주인공 타에코는 그곳에서 2살 연하의 쾌활한 청년 토시오를 만나게 된다. 도시에서의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이제 막 고향에 돌아와 유기농업을 시작했다는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돌보면 식물도 기운을 낸다”고 할 만큼 밝고 순수하다.
 

   
   
 

그의 차는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생산된 스바루 R-2의 초기형. 2기통 356cc 공랭식 엔진을 뒤에 넣은 뒷바퀴굴림 경차다. R-2라는 이름은 2기통 리어 엔진이라는 뜻에서 왔다.

 

온 유어 마크(On Your Mark, 1995년)

1979년에 데뷔한 일본의 2인조 남성 밴드 차게 앤 아스카(CHAGE and ASKA)의 곡 ‘On Your Mark’의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6분 37초 길이의 단편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 중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첫 작품이다. 평소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었던 차게가 적극적으로 외뢰해 제작이 성사됐다고 전해지며, 1995년 차게 앤 아스카의 전국 순회 콘서트 ‘SUPER BEST III’의 오프닝 영상으로 상영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주인공 경찰 콤비는 정체불명의 날개 달린 소녀를 구출한 뒤 지하도시를 탈출해 그녀를 하늘로 날려 보낸다.
 

   
   
 

이때 등장하는 차는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스파이더(Giulietta Spider). 1955년에 출시된 줄리에타 스파이더는 1954년부터 1965년까지 생산된 줄리에타의 파생모델 가운데 하나이며,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 2001년)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 1997년)를 끝으로 은퇴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현업에 복귀해 만든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그의 후계자로 손꼽히던 콘도 요시후미의 요절이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 2천35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기록을 갈아치웠고, 2002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애니메이션이 대상을 수상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과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새로 이사한 집으로 향하는 10살 소녀 치히로는 뒷자리에 누워 따분함을 감추지 못한다.
 

   
   
 

숲길을 질주해 어떤 터널 앞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되는 차는 아우디 A4.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생산된 1세대(B5) 모델이다. 지브리 작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최신형(당시 기준) 프리미엄 브랜드 세단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제작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A4를 애용했기 때문이라고. 치히로의 아버지는 비포장도로를 빠르게 달리며 “맡겨둬, 이 차는 네바퀴굴림이야”라며 콰트로 사양임을 밝혔다.

 

벼랑 위의 포뇨(崖の上のポニョ, 2008년)

미야자키 하야오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7년 만에 원작·각본·감독 전 부문을 맡은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던 전작들과 달리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며, 일일이 수작업으로 그린 셀이 총 17만 장에 달한다. 한국판 포스터의 제목 글씨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한국인 관계자에게 부탁한 한글 메모를 보고 직접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따분한 바다생활에 질려서 몰래 육지로 나왔다가 유리병에 갇히고 만 포뇨를 구해준 소년 소스케의 어머니 리사의 차는 미쓰비시 미니카 토포(Minica Toppo). 미니카는 1962년 10월에 처음 나왔으며, 리사의 차는 6세대 모델 중 1990년에 출시된 톨박스 형태의 파생모델이다. 모델명 토포는 지붕을 뜻하는 영어 톱(top)과 호리호리한 모습을 뜻하는 일본어 노포(noppo)의 합성어다.

 

‘루팡3세-칼리오스트로의 성’에 나온 시트로엥 2CV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차이기도 하며(현재까지 소유 중이다), 자신의 개인작업실 이름을 2CV를 뜻하는 ‘니바리키’(二馬力)로 지었을 정도로 2CV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글·임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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