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높은 야망, 유럽형 현대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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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높은 야망, 유럽형 현대 제네시스
  • 맷 프라이어
  • 승인 2014.08.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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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네시스를 사야 하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다. 만약 수중에 5만 파운드(약 8천655만원), 혹은 한 달에 600파운드(약 104만원)씩이 있고, 고급 세단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당신은 CO₂배출량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니까 강력한 디젤 엔진이나 작은 터보 가솔린 엔진은 당신의 선택이 아닐 것이다. 아니, 페라리 캘리포니아보다 CO₂배출량이 높은 차를 가진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로도 멋진 일이다.

어쨌든, 고급 세단 브랜드로는 벤츠, 아우디, BMW, 렉서스, 볼보 정도가 있고, SUV를 좋아한다면 랜드로버나 포르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5만 파운드(약 8천655만원)면 마세라티도 살 수 있는 금액이지만, 취향이 독특하다면 인피니티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현대를 고를 수도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현대를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이제 신형을 선보이는 제네시스는 현대의 최고급 세단이며, 미국과 극동아시아 진출에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2세대 제네시스는 작년 말부터 몇 군데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이제 유럽시장에 그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는 운전석이 오른편에 있으며, 4만5천 파운드(약 7천800만원)에서 5만 파운드(약 8천655만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될 것이다.

현대는 예상 판매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예상 판매량이 그리 높지 않다는 말과 같다. 길이 4,990mm에 3.8L 휘발유 엔진을 단 이 자동차를 영국에서 사려면, 하이 위컴에 있는 현대의 영국 본사로 가야 한다. 희소식은 영국 출시가 9월이 된 이유가 영국시장을 겨냥한 개선작업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현대로서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서 유럽시장에서 현대가 제네시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수익이 아니라 이미지인 것이다. 소비자들이 현대의 프리미엄 세단에서 나무, 알루미늄, 가죽이 포함된 고급 인테리어를 보아도 어색해하지 않도록 말이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출시될 현대의 소형 패밀리카가 제네시스의 차선이탈경보, 실내 CO₂측정, 후진 시 차량경보, 시티 브레이크,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의 기능을 선보여도 놀라지 않게 될 것이다. 당장 쇼 케이스에서 이런 기술들을 선보이게 될 모델은 길이 5m, 약 4.0L의 V6 엔진을 갖춘 세단이지만 말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제네시스를 통해 현대는 섀시의 중요성을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현대가 인정한 바 있듯이, 산타페나 벨로스터와 같은 현대의 주력 모델들처럼 극동아시아나 미국을 겨냥하여 디자인된 후, 유럽시장으로 이식되는 수순을 거치고 있다.

때때로, 현대는 자사의 모델들을 영국시장에 알맞게 개조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번엔 다르다. 제네시스의 서스펜션 세팅은 자국을 위한 버전과 유럽 본토를 위한 버전, 영국만을 위한 버전 등 세 가지가 준비되었다. 이 과정에서 로터스가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었다.

불행히도, 지금 소개할 모델은 영국 버전의 서스펜션 세팅도 아니고, 영국에서 출시될 뒷바퀴굴림 버전도 아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과는 반대로, 영국 버전은 운전석을 오른쪽으로 바꾸면서 네바퀴굴림 버전이 제외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을 보여주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가장 먼저 보아야 할 것은 제네시스의 인테리어로, 그동안 현대에서 만들었던 어떤 차보다 고급스럽다. 어울림과 마감이 훌륭하다. 루프 라이닝은 특히 부드러우면서 감촉이 좋다. 소재도 상당히 고급을 사용했지만, 과연 적정 가격을 맞추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스위치들의 움직임은 괜찮지만, 플라스틱의 느낌과 모양은 그리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스타트 버튼은 훌륭하다. 버튼을 누르면 조용히 시동이 걸리고, 페달을 밟으면 기분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제네시스는 3.0L, 3.3L와 5.0L 휘발유 엔진이 적용되지만, 여기 이 3.8L 버전이 영국에 소개되기로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네 가지 버전 중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디젤 엔진은 출시 계획이 없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지만 상단 기어로 변속 시에는 약간의 딜레이가 느껴진다. 상단 기어로 변속될 때의 엔진음은 꽤나 듣기 좋지만, 체감은 잘 되지 않는다. 앞과 뒤에 위치한 멀티 링크 서스펜션과 코일 스프링, 2가지 모드의 어댑티브 댐퍼로 주행은 매끄럽다. 어댑티브 댐퍼의 두 가지 모드는 어느 쪽도 단단하지는 않다.

2바퀴 반이 돌아가는 스티어링은 나쁘지 않지만 특별할 것도 없다. 저속주행 시에는 가볍고, 고속주행 시에는 저절로 무거워진다. 어쨌든 BMW 5시리즈의 다이내믹스를 벤치마킹(인테리어는 아우디 A6을, 엘리먼트는 벤츠 E클래스를 벤치마킹했다)한 것치고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편안하긴 하다. 마치 좀 더 정련되고, 재미는 덜 하지만 더 비싼 시트로엥 C6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가격에 대해서 한마디 더 하자면 현대는 아직 유럽 판매가격에 대해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현대가 이런 글을 읽고 마지막에 가격을 바꾸지만 않는다면 BMW 535i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하는 가격인 것은 확실하다. 현대와 마세라티의 가격이 같다는 사실은 아직은 너무 어색하다. 우드 트림에는 적응할 수 있겠지만, 가격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글 · 맷 프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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