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미니밴, 기아 올 뉴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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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미니밴, 기아 올 뉴 카니발
  • 최주식
  • 승인 2014.08.29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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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원래 미니밴을 잘 만드는 회사였다. 카니발(1998~ ), 카렌스(1999~ ), 카스타(1999~2002년) 등 미니밴 3총사는 혹자에게 ‘못난이 3총사’로 불리기도 했지만 90년대 후반 레저붐과 패릴리카 문화를 이끌었다. 지금 2010년대 불고 있는 레저붐은 SUV가 그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 사이 미니밴은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트렌드의 변화라고는 하지만 SUV의 경우 상품성 높은 다양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온 반면 미니밴은 이렇다 할 새 모델이 없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맞물려 들어간 결과다. 오늘 만나는 신형 카니발이 9년 만에 모델 체인지를 거친 이유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다. 대기수요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향상된 상품성도 요인일 것이다.

그동안 국내 미니밴 시장은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카니발의 모델 교체가 늦어지며 소비자 이탈이 이어진 것.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도 탈바꿈했지만 그 대안이 되지 못했다. 그사이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등 수입 미니밴들이 일부 고급 수요를 충족시켰지만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신형 모델이 나오기 전 카니발의 월 평균 판매대수는 1,400대 수준, 기아는 신형 카니발을 월 4,000대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를 계기로 미니밴 시장이 다시 살아날지도 관심거리다.

3세대 카니발은 우선 스타일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9년이라는 격차가 크기도 하지만 최근 달라진 기아 디자인의 세례를 톡톡히 받았다. 보닛과 분리된 프론트 그릴, 보닛 끝단에서 범퍼로 떨어지는 드롭 페이스가 당당한 이미지를 더한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휠 하우스를 꽉 채운 타이어, 유선형으로 마무리한 뒷모습도 유려해졌다. 보닛 위 두 개의 점처럼 돌출돼 있던 워셔액 구멍도 상단 내부로 숨기는 등 세심한 변화도 이루어졌다.

옆모습에서 슬라이딩 도어를 위해 가로로 길게 그어진 홈은 그대로다. 근데 세 번째 뒤창이 너무 작아졌다. 실내에서 3-4열 쪽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위치인데, 시야가 답답할 것이다.

3세대 카니발은 이전 세대보다 길이 15mm, 높이 40mm를 줄였다. 너비는 같고 휠베이스를 40mm 늘렸다. 운전할 때 거동성을 향상시키면서 실내공간도 확장했다는데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지나치게 붙어 있던 앞뒤 도어 핸들은 조금 떨어졌고 잡기도 쉬워졌다. 슬라이딩 도어는 도어 핸들을 눌러 잡고 살짝 당기기만 하면 스르르 자동으로 열린다. 운전석에 오르면 스타일만큼 달라진 실내에 놀란다.

카니발은 9인승, 11인승 두 가지로 나오는 데 9인승은 고급감, 11인승은 경제성을 강조한 세팅이다. 시승차는 9인승, 조금 과장된 19인치 크롬 휠을 달았다. 실내에서의 첫인상은 무척 넓다는 것. 3명이 앉는 4열 시트를 접어 바닥에 수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3열 독립 시트는 6인승으로서 일상적인 용도에 적합하다. 4열 시트는 꼭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꼼수 같지만 현실적인 아이디어다. 9인승이며 6명 이상 탑승 시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달릴 수 있는 법규가 만들어낸 현상.

센터 페시아 쪽에 있던 기어박스를 플로어에 옮겨오면서 승용차 분위기가 더해졌다. 대신 워크스루는 좀 어려워졌다. 2열 이후부터는 괜찮지만. 인스트루먼트 패널 구성은 만족스럽고 스위치 조작성도 괜찮다. 센터콘솔은 노트북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넓고 깊다. 두툼하면서 적당한 쿠션을 지닌 시트도 이전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운전 자세도 적당하다.

2.2L 202마력 디젤 엔진은 2톤이 조금 넘는 덩치를 적당히 내몬다. 출발가속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힘 부족을 느끼지는 않는다. 1,750~2,750rpm에서 터지는 45kg·m의 최대토크는 딱 모자라지 않을 수준에서 가속을 뒷받침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 이하에 머문다. 시속 80→100km, 시속100km→120km 가속이 시원하지는 않다. 3,000rpm 이하에서 충분히 고속주행을 즐긴다. 미니밴이기 때문에 좀 더 여유 있는 출력이면 좋겠지만, 운전을 여유 있게 하면 그다지 불만은 없다.

오히려 거동성이 좋아졌다는 데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코너에서 방향을 바꾸며 움직일 때 허둥대지 않았다. 복잡한 곳을 지나갈 때나 주차할 때 움직임도 다루기 쉬워졌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승용차와 비슷한 감각.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충격이 좀 크게 느껴졌다. 최대한 속도를 줄여 넘어야 한다. 아무튼 운전이 피곤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디젤이지만 시끄럽다는 느낌도 없다. 윈드 노이즈 개선을 위해 와이퍼 위치도 바꾸었다고 하는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운전을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 차로 가족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것. 기왕이면 야외활동을 동반한 캠핑에 적합하겠다. 아무튼 카니발은 그런 정서를 자극하는 차다. 미니밴의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한, 모처럼 미니밴다운 미니밴이 나와서 반갑다. 다만 한 가지, 유로6 기준이라는 새 엔진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 이건 시간이 좀 지나야 알 수 있겠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FIRST VERDICT
미니밴 공식에 충실한 3세대 카니발은 몰라보게 스타일이 좋아졌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SO GOOD
- 매끈하게 다듬어진 스타일
- 쾌적한 실내, 운전석 레이아웃
- 5인 이상 가족에게 최적

NO GOOD
- 9명이 타기 힘든 9인승
- 너무 작은 세 번째 뒤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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