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다이내믹, 아우디 A7 55 TDI
상태바
절제의 다이내믹, 아우디 A7 55 TDI
  • 최주식
  • 승인 2014.08.22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배기량이 다양하고 성능 차이가 유독 큰 것이 자동차 세계. 이 ‘차이’는 숫자와 기호로 구분되어 트렁크 리드에 딱지처럼 붙여진다. 숫자는 대개 배기량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아졌다.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배기량은 작아졌으나 성능은 예전 그대로 또는 그 이상이 되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같은 배기량에도 휘발유냐 디젤이냐에 따라 그리고 터보차저나 슈퍼차저를 달았느냐에 따라 파워는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게다가 요즘에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까지 등장해 배기량 숫자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성능을 표현하는 방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메이커의 고민이 깊어진 만큼 소비자들도 숫자나 기호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대응하는 아우디의 자세는 바로 ‘다이내믹 배지’라는 것. 오늘 만나는 아우디 A7 55 TDI 콰트로가 그 다이내믹 배지를 적용한 첫 모델이다. 55라는 낯선 숫자의 비밀은 중력가속도 1g를 100으로 봤을 때, 이 차의 가속성능이 55에 달한다는 얘기. 여기서 살짝 머리가 아파진다. 굳어진 뇌는 숫자 앞에서 흔들린다. 당황하지 말고, 무슨 얘긴지 한번 알아보자.

중력가속도 g의 공식은 9.8m/s2. 속도는 거리(m)를 시간(s)으로 나눈 것. 여기서 s에 제곱 부호가 붙는 이유는 속도의 단위를 시간 단위로 한 번 더 나눠주기 때문. 시속 100km를 초당 미터로 쪼개면 27.77m. 아우디 A7 55 TDI의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3초.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즉 27.7m를 5.3초로 나누면 5.24m/s의 가속도 값이 나온다. 이를 중력가속도 공식에 대입하면 55라는 숫자의 비밀이 밝혀진다.

이론적으로 알아봤지만 그래도 사실 잘 모르겠다. 가속도는 힘에 비례한다. 엔진 출력이 높을수록 가속도가 좋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많은 변수가 붙는다.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은 비단 ‘산수유’만은 아닌 듯. 현재 아우디 모델 중에서 이 수치가 가장 높은 것은 A8 4.2 TDI의 60이다. 그러니 55라는 수치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기억하자.

A7 55 TDI는 V6 3.0 디젤 엔진에 바이 터보(Bi-turbo)를 결합해 최고출력 313마력의 힘을 낸다. 예전 3.0 TDI와 비교하면 68마력이나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66.3kg·m. 변속기도 자동 7단 팁트로닉에서 자동 8단 팁트로닉으로 업그레이드. 이를 통해 0→시속 100km 가속 5.3초, 최고시속 250km(제한)의 성능을 발휘한다. 사정이 이러니 3.0 TDI 배지를 똑같이 붙이기 싫었을 듯하다.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패스트백 라인, 낮은 자세의 S-라인은 탄탄한 인상을 준다. 모노프레임 프론트 그릴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에 오리지널의 내공이 엿보인다. 다른 브랜드에 영향을 주는 것이야말로 오리지널의 힘이 아닐까.

인테리어는 그대로지만 자연 무늬 그대로의 우드 패널이 분위기를 새롭게 한다. 온화하고 밝은 느낌의 나무 무늬는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스르르 솟아나는 모니터는 무언가 상승감을 준다. 시동을 거는 순간, 기분을 전환시켜 장치는 중요하다. 자동차가 주는 소소한 위로, 그것이 주행성능으로 반응할 때 위로는 배가 된다.

몸에 꽉 끼는 슈트처럼 버킷타입 시트는 운전하는 동안은 약간의 긴장감을 동반한다. 시트는 종아리가 닿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최적의 자세를 만든다. 기본적으로 딱딱하지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게다가 시트는 냉풍 기능까지 갖추었다. 덕분에 영상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쾌적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안전운전을 위한 장비도 충실하다.

A7 55 TDI는 가볍지 않은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디젤이라기엔 무척 조용하고 부드러운 감각이다. 처음에 조금 그르렁거리는 디젤 반응은 이내 사라지고 V6의 부드러움에 젖어들었다. 강력한 토크는 초기가속을 쉽게 끌어올리지만 액셀러레이터를 지긋이 유지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에 보다 센 힘을 실으면 강력한 반응이 따라왔지만 급격함보다 쭉 밀어주는 느낌. 터보를 느끼는 순간이다. 두 개의 터보는 위화감 없이 동력을 전달한다. 두 손으로 북채를 쥐고 강하게 북을 치는 것보다 두 손으로 두 개의 북채를 쥐고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예리함보다 안정감이 콰트로의 미덕. 그래서 날카로움을 맛보려면 보다 적극적인 액셀 워크가 필요하다. 부드럽게 몰 때는 한없이 부드러웠다가 몰아치면 야수의 속성이 꿈틀댄다. 그렇지만 A7 55 TDI는 폭발적인 가속성능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스포츠카 성격을 더했다고 하지만 비즈니스 세단의 자세는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물론 ‘RS’ 배지를 달면 사뭇 달라지지만.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은 가벼우면서 가벼움이 주는 불안은 없다. 정교한 핸들링이 어느 노면에서든 안심하고 달릴 수 있게 해준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배기음도 달라진다. 가변식 배기 사운드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다. 더불어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몸의 신경과 근육을 차체의 움직임에 좀 더 밀착시킨다. 자칫 운전이 단조로워지는 순간 분위기를 바꿀 때 효과적이다.

몸에 꽉 끼는 슈트를 통해 드러나는 근육질은 어떤 절제된 이미지를 준다. A7 55 TDI는 그런 절제된 자세에서 다이내믹을 뿜어낸다. 힘의 과시가 아닌 사용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A7 55 TDI과 함께 500km가 넘는 꽤 긴 거리를 달렸다. 몸을 조여주는 시트는 편안함보다 긴장감을 유지시켰지만 피로감은 쌓이지 않았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노면을 잘 타고 넘었다. 게다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연료 게이지가 흐뭇했다.

같은 클래스에서도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그런 경향이 물살을 타고 있다. 4도어 쿠페는 미드사이즈 세단에서 상급의 대형 세단으로 옮겨가는 수요를 어느 부분 흡수한다. 근데 A7은 4도어 쿠페이면서 5도어 해치백 성격을 띤다. 독일에서 A7 스포트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해치백 중에서 스포티한 해치백이라는 의미. A7은 기본 535L의 트렁크 공간에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390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테일 게이트는 전동식으로 닫힌다.

A7은 그러면서도 4도어 쿠페 비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4도어 쿠페의 개성에 해치백의 실용성이라는 장점이 A7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A7은 단지 A6에서 A8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그 양쪽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뒷좌석보다 계속 스티어링 휠을 잡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차로서도 존재감은 또렷하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