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F-타입과 라이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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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F-타입과 라이벌들
  • 닉 캐킷
  • 승인 2014.07.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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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신형 재규어 F-타입 R 쿠페가 정말로 이런 부류의 차에 속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컨버터블이 나왔을 때, 우리는 가격이 포르쉐 911과 비슷하다는 점, 그리고 복스터와는 거리가 있다는 때문에 조마조마했다. 우리가 V8 엔진을 얹은 재규어 로드스터를 그처럼 아끼는 것은 기록해둘 만한 일이지만, 그 차를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영리하게 설계한 알루미늄 뼈대 안에 녹아든 모든 능력을 감안하면, 지붕이 열리는 F-타입은 담백한 스포츠카만큼 쾌락주의적인 핫 로드다.

물론 쿠페, 특히 최상위 모델인 R 버전은 다를 것이다. 지붕을 씌우면서 모노코크 구조의 연약한 지점은 로마시대 석공이 아치형 구조물에 쐐기를 박아 넣듯 철저하게 결합됐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구조는 출력까지 높아지면서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550마력의 최고출력은 그동안 재규어의 알루미늄 V8 엔진에서 뽑아낸 것 중 가장 높은 수치다. V8 S 컨버터블보다 55마력 높고, 더 무거운 XKR-S와 XFR-S에서나 쓰였던 수준이다. 그런 엔진을 1,650kg짜리 F-타입에 옮겨놓고 가격을 10만 파운드(약 1억7천320만원) 아래로 묶어놓음으로써, 재규어는 자신들의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어마어마한 스포츠카를 갖게 되었다.
 

그런 일은 언제 하더라도 야심찬 것이겠지만, 재규어는 하필 그렇게 큰 힘은 앞뒤 차축으로 배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확고한 경쟁 업체가 많은 시기를 선택했다. 기계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더라면, 우리는 기꺼이 911 GT3 계열 모델을 후보 차종으로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번 비교 시승에는 다른 뒷바퀴굴림 모델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 우리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강력한 911 터보, 지난 10년간 나온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AWD 스포츠카인 아우디 R8, 그리고 ‘고질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닛산 GT-R을 한데 모았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때는 5월이고 내비게이션은 현재 위치가 웨일즈 주 남부라고 알려준다. 영국에서 장마가 가장 지독한 때와 장소다. 재규어에게는 끔찍한 환경이다. F-타입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시승 초반 약 160km의 M4 고속도로에서 치른 전초전은 함께 모인 차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짧은 기회였다. 날씨는 건조하고, 해는 모습을 드러내고, F-타입 R은 이국적인 리듬의 댄스 음악 DJ처럼 기분 좋은 느낌을 드러낸다. 이 차의 아름다움은 각별하다. 어딘가로 출발하기 전에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이다. 컨버터블에서는 아주 살짝 뭉뚱그려졌던 차체 비례는 이제 정교해졌다. 이번 시승이 미인대회였다면,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런 면도 있겠지만, 우승자는 M25 고속도로에서 쉽게 결정되었을 것이다. F-타입 쿠페의 지붕선은 탁월한 시트의 어깨 너머에 적당히 부푼 공간을 더해 실내 꾸밈새에도 도움을 주었다.

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애간장을 녹이듯 차체 바깥쪽을 향해 놓인 네 개의 파이프에서 나오는 특별한 배기음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번에는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연주처럼 절정에 이르렀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모든 속도에서 기본 상태였던 우회 밸브가 배기음을 그대로 통과시켜, 움직일 때마다 귀를 찢는 듯한 8기통 엔진의 울부짖음과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의 폭발음이 울려 퍼진다. 다른 차들 속에서는 거의 장점을 극찬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마치 멜로드라마 같은 과장과 주목받고 싶어 하는 듯한 질감의 소리를 낸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에는 영원히 그 상태로 두고 싶을 것이다.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소리는 경쟁자들에게 여운을 남긴다. 가장 비싼 모델로, 라인업 중 가장 넓은 트랙에 너비 305mm인 뒤 타이어와 탈착식 윙이 달린 911은 제원표에서처럼 도로 위에서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560마력 수평대향 6기통 트윈터보 3.8L 엔진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부터 지평선 너머까지 번개처럼 편리하게 사람을 실어 나를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시승차에 여전히 인기 있는 430마력 V8 4.2L 엔진이 올라간 아우디 R8은 늘 그랬듯 생기 있고 자유롭게 회전하지만, 저회전 특성이 기압에 의존하며 조금 특색 없는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발목을 잡는다.

유튜브 동영상이 이 커다란 닛산 스포츠카를 바퀴 달린 시대정신으로 만들었고, 몇몇 사람들에게 마치 영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갑자기 나타났을 때 배트맨에게 쏟아질 것 같은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얻었다. 2014년형 모델은 실용성이 개선되어,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550마력 V6 트윈터보 3.8L 엔진은 그대로지만 스프링 감쇄율과 댐퍼는 일상적인 고속도로 주행에 견디기 더 좋도록 조율되었다. 이렇게 된 것이 더 낫다. 실내 소음이 무척 크고 여전히 거친 구동계는 제멋대로 삐걱거리지만, 느슨해진 설정 덕택에 일반 주행 속도에서 제법 나긋나긋해졌다.

GT-R이 할 수 없는 것은 74리터 연료탱크(F-타입보다 훨씬 더 빨리 비워진다)에 든 휘발유를 들이키는 동안 아우디와 포르쉐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세련된 가속감을 주는 것이다. 그와 달리, 그리고 요소 면에서 911은 정신 줄을 놓고 인천대교 위에서 시속 약 240km로 달리며 콘크리트 기둥을 연구할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고속 주행 안정성은 놀랄 만하고, 적응형 댐퍼와 20인치 휠이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엔지니어가 의도한 대로 쓰이고 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튀어나온 캣츠아이나 잘못 파인 홈을 치면 포르쉐의 섀시는 순간적으로 움찔할 것이다. 911 터보의 승차감은 매끈하게 포장된 아우토반에서 든든한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져 아슬아슬하지만, 형편없는 영국 고속도로가 균형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다. M40 고속도로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곳에서 만든 차라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F-타입은 부분적으로 땜질한 간선도로를 더 잘 감당하도록 만들어졌다. 바퀴가 장애물과 부딪쳤을 때 지나치게 튀어 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이 차는 재규어고, 재규어답게 달린다.

결과적으로 주행 특성의 핵심적인 요소는 로드스터로부터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감출 수 없는 진동은 사라지고 더 뚜렷하게 다듬어졌다. 다소 높아진 스프링 감쇄율만으로는 다이내믹 모드에서 승차감이 더 나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추가된 차체 제어는 차로를 변경할 때 방향 유지능력을 더하는 한편 피할 수 없는 페이스 변화를 겪지 않도록 도와준다. 특별한 ZF제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V8 엔진에서 나오는 69.4kg·m의 토크를 활용하면 뒤쫓는 차들과의 거리를 유기적으로 벌릴 수 있을 만큼 활기를 더한다. 고속도로 요금 계산소를 먼저 통과해 웨일즈 지방에 들어선 것은 F-타입이었고, 따라서 첫째 날 시승이 끝날 때까지 순위에서 절반 정도 거리만큼 앞서 나갔다.

둘째 날에 우리는 세니브리지(Sennybridge) 북쪽 전원 지역에서 브레컨(Brecon) 지역 특유의 더위를 동반한 안개의 괴로움을 덜어줄 소나기 속으로 들어갔다. 이 미끄러운 주행 시험 코스에서 가장 앞으로 나선 것은 포르쉐였는데, 24시간 전에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선택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처음 나타난 매우 긴 급 코너에 이를 때까지는 시체조차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차분했고, 터보를 몰면서 느끼는 강력한 직진 가속력에서 횡방향 가속도로 변화하는 과정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무거운 차체는 나름의 역할을 한다. 섀시 자체는 물론 그 큰 덩치는 거의 집요한 비밀요원처럼 운전자를 따른다. 무겁고 반응이 직접적인 스티어링과 차체가 거의 기울지 않게 해 주는 적응형 서스펜션을 통해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를 집어삼킬 듯 코너로 들어서면, 76.5kg·m(오버부스트 때)의 최대토크가 매서울 정도로 방향 전환에 힘을 싣고, 커브 출구가 다가오면 뒷바퀴로 전달되고 있는 만큼 앞바퀴로도 토크를 배분한다.

GT-R은 위험을 감수했을 때의 보상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911이 운전자의 지나치게 열성적인 태도를 부드럽게 바로잡음으로써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듯 안전하게 빠져나기를 원한다면, GT-R은 운전자를 위험에 몰아넣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폭발적인 힘에는 무심한 듯한 느낌이 전혀 없다. 트윈 터보가 제 힘을 낼 때까지는 약간 지체가 있지만, 3,500rpm 정도에 이르면 달리려는 지형이 어떻든 간에 광란의 질주를 시작한다. 스티어링 감각은 포르쉐보다 더 가벼우면서 무척 느슨하고 좌석도 훨씬 높지만, 패들을 이용한 변속은 포르쉐의 PDK만큼 맹렬하고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차체의 옆 방향 움직임은 큰 구동력에 의해 상쇄된다.

물론 결정적으로 차의 움직임에 대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닛산은 여러분이 GT-R을 모는 일을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경험이라 믿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머지는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만큼이나 컴퓨터가 제어하기는 하지만, GT-R의 힘은 급 코너에서는 차 앞쪽을 크게 밖으로 밀어내다가 차체 뒤쪽이 과격하게 꺾이기 직전에 빠르지만 통제할 수 있는 오버 스티어를 만들어 겨우 차를 다룰 수 있을 정도로만 표현된다.
 

그러나 R8을 5분만 몰고 나면 영리한 연출 능력과 타고난 자질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게 된다. 급하게 시야가 가려진 도로에서는 V8의 힘 부족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대신 앞뒤 차축 사이의 위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뒷바퀴 쪽에 비중을 둠으로써 네바퀴굴림 구동계의 특징을 감추려는 R8의 미드 엔진 구성 덕택에 제대로 알맞은 주행 경로를 찾아 나가게 된다.

유연성과 더불어, 지금까지 가장 정보를 잘 주고받는 스티어링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되는 뛰어난 역동성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며, 빠르게 말라가는 도로에서조차 F-타입이 공을 빼앗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F-타입의 주행 모드의 역동성과 관계없이, R8의 섀시는 운전자에게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주고 더 빠르게 반응한다. 아우디의 아늑한 스페이스프레임과 비교하면 재규어는 붕 떠 있고 느리게 자리를 잡는 느낌이다. 도로 위에서는 앞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지 않아 노면을 집요하게 움켜쥐는 느낌이 적고, 습기가 끈질기게 남아 있는 곳에서는 구동력이 확실히 뚝 떨어진다. 그러나 F-타입 V8 컨버터블과는 대조적으로, 새 쿠페의 모든 움직임에는 든든한 신뢰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끊임없이 전달되는 힘은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컨버터블을 능가하는 것은 위험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R 쿠페에서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모든 잠재력에 힘입어 훨씬 더 높은 출력이 마치 안성맞춤처럼 느껴지고 힘을 활용하기가 아주 좋다. 기분 좋은 소음의 근원을 모두 연결하는 모노코크의 능력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고,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차의 풍부한 능력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표면적으로는 별 볼일 없는 가벼운 스티어링은 차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점점 섬세해진다. F-타입의 뒤 차축 앞에 앉고 있는 한, 그런 정확성은 긴 차체 앞부분을 좀 더 즐겁게 다룰 수 있게 하는 필수요소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코너에서, 매력적으로 다듬어진 섀시는 그제서야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가장 능숙한 운전자가 몇몇 전자장비의 족쇄를 풀면(트랙 DSC가 곧잘 개입한다), R 쿠페는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더 밟아 고분고분하게 잘 따르던 차체 뒤쪽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는 언제든지 기회만 생기면 앞 엔진 뒷바퀴굴림 배치의 절묘한 균형을 과시하며 원하는 만큼만 차를 코너의 정점에 묶어둔다. 힘 좋은 뒷바퀴굴림 차라면 모두 가능한 반응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차를 미끄러뜨릴 때의 미묘함과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르는 특성은 자칫 전혀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R 쿠페는 2세대 E-디프(E-diff) 전자식 디퍼렌셜을 통해 차가 지금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잘 알려주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한계를 드나들 수 있다.

그 선택이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네바퀴굴림 경쟁차들은 운전자가 그들이 설계된 의도를 그대로 실천하기를 바란다. 완전무결하게 빠른 911 터보는 오늘날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는 괴로움을 궁극적으로 덜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GT-R은 차에 대한 광신으로 표현되는 운전자의 관심에 생사를 건다. R8은 미드 엔진 구성의 우월함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과 기교가 필요하다.

 

이틀 동안 다른 차들과 함께 어울린 후, F-타입 R은 그처럼 좁은 입지를 가진 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재규어는 단 한 번도 이벤트 같은 느낌을 주기를 멈추지 않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차에 오르내릴 때에는 흥분하기 쉽지만 돌아오는 길의 교통 정체는 물론 옛 기억과의 차이 중 어느 것에 의해서도 특별함은 희석되지 않는다.

한편, 언제나 강렬한 가속 능력과 활기찬 핸들링은 다른 차들과 순수하게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면 덜 두드러졌을 것이다. 코너를 돌 때마다 운전자 스스로 즐기게 되는 다양한 능력과 돈키호테 같은 고집이야말로 F-타입 R 쿠페를 현재 판매되고 있는 것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스포츠카일 뿐 아니라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스포츠카 중 하나로 만들어준다.

글 · 닉 캐킷(Nic Ca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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