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콜벳과 라이벌 대전
상태바
쉐보레 콜벳과 라이벌 대전
  • 닉 캐킷
  • 승인 2014.05.15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쉐보레 콜벳은 60년의 역사를 지니고 100만대가 훨씬 넘게 팔렸으며 거의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차이다. 그런데 콜벳의 본고장인 미국 이외의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합당한 평가를 받은 적이 없는 듯하다. 심지어는 허접한 휘발유 도둑으로 취급당하곤 했다. 사실 이곳 영국에서 콜벳은 메이커의 진심어린 지원 혜택을 누려본 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모델을 서둘러 준비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보면, 일단 C7은 뭔가 다를 것 같았다. 당연히 되살려야 할 스팅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6년 동안 개발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나서 GM은 오른쪽 운전석 모델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이제는 콜벳을 전선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게 해,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일부 지정된 복스홀 딜러 매장의 구석에 처박아버렸다. 그러니 어느 정도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지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면, 이런 점들은 GM의 마케팅 부서 대신 온라인 환율계산기로 계산한 가격으로 영국에 판매되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기본형 콜벳의 가격이 겨우 3만1천 파운드(약 5천520만원)부터 시작한다. 영국에서는 좀 더 고급형 모델이지만 여전히 스티어링 휠이 엉뚱한 쪽 대시보드에 달려 있는 모델이 6만1천 파운드(약 1억860만원)가 조금 넘는 가격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최고출력이 466마력인 최신 V8 6.2L 엔진, 7단 수동변속기, 착탈식 하드톱, 4초 미만인 엄청난 0→시속 100km 가속 능력도 함께 지니고 있다. 초기 지출 비용이 두 배나 되지만, 쉐보레는 값 대비 가치가 훌륭한 차를 대표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쉐보레가 매출 이익을 더 높이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우리가 냉정하게 매력적인 경쟁 모델을 엄선해 C7과 맞붙이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시승차로 마련된 C7은 겨울용 타이어가 끼워졌고 영국용이 아닌 초기 모델이다. 브레컨 비컨즈에서 스팅레이를 기다리는 차들 중 두 대에는 V8 엔진이 올라가 있다. 이제는 고전이 되었지만 여전히 활기찬 네바퀴굴림 아우디 R8은 최신 7단 S-트로닉 모델이 준비되었고, 자극적인 재규어 F-타입은 5.0L 모델이 마련되어 영국 상륙을 방어할 준비를 마쳤다.

  세 번째 경쟁자가 가진 거라고는 400마력을 내는 6기통 수평대향 3.8L 엔진밖에 없지만, 거물급 스포츠카 가운데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나는 포르쉐 911 카레라 S를 몰고 웨일즈 지방을 가로질러 달렸고, 함께 나온 차들과 세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니 이처럼 훌륭한 경쟁자들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 C7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 되리라는 사실만 더 분명해졌다. 991은 운전자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있어 완벽한 솜씨를 지녔다. 내가 입는 내복조차 포르쉐의 유기적인 조작감과 단순하지만 아늑한 실내와 비교하면 팔뚝과 등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다. 형편없는 날씨 속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운전자의 조작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빗물이 거의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곳에서 경솔하게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으니 너비 305mm의 피렐리 P 제로 타이어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옆으로 미끄러지게 내버려둔다. 반면, 조절식 댐퍼(선택사항)는 가장 부드러운 세팅을 유지하려 애쓰고 PDK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는 잔디를 깎아내듯 가까스로 흠뻑 젖은 M4 고속도로를 헤쳐 나가게 한다.

  콜벳은 아파치 공격 헬리콥터가 웨딩 케이크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브레컨 비컨즈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가장 늦게 도착했다. 크기가 어느 정도 불리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 각지고 불룩한 부분이 복합소재 차체에 한껏 뒤죽박죽 담겨 있는 모습만큼은 아니다. 네모꼴로 이루어진 무뚝뚝한 스타일의 뒷모습은 고전적인 미국적 자부심을 그대로 표현한다. C7의 디자인은 공기역학 특성 향상에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인 결과라고 하지만, 유럽 차들의 매끈함과 비교하면 푹 파인 부분, 틈새, 공기흡입구, 띠들은 공기흐름이 아니라 화려하게 치장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임이 너무 뚜렷하다.

  물론, 그 모습을 소설 작품에 비유한다면, 소리는 기막히게 훌륭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 V8 스몰블록 엔진의 시동이 걸린 상태로 콜벳에 앉아 있으면, 억제되지 않은 엔진 진동이 대시보드를 떼어낼 듯 흔든다. 쉐보레 캡티바 같은 차라면 그런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C7에서는 마치 마그네슘 프레임 시트로 ‘큰 배기량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주문을 좌석 아래에 있는 하체에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곳에는 LCD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LT1 모델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교하면 알맞은 설명이다. 8인치 터치스크린, 디지털 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제트 전투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쉐보레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모든 장치들이 웨더(Weather), 에코(Eco), 투어(Tour), 스포트(Sport), 트랙(Track)이라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다섯 가지 세팅이 준비되어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통해 계기판에 표시되는 컴퓨터 그래픽을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

  수많은 실내 선택 패키지를 더했지만, C7은 다른 차들만큼 손끝을 만족시키지 않는다. 911은 더 고급스럽고, F-타입은 더 보기 좋으며, 오래 되고 터치스크린도 없는 아우디조차 기능이 더 뛰어나다. 수준 낮은 내장재와 스위치 류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값 차이를 더 뚜렷하게 대변하고, 만약 그런 것들을 무시하는 성격이라면 유럽에서 순조롭게 이루어진 럭셔리한 분위기와 콜벳을 뚜렷하게 구분한다. 하지만 좋은 조짐들이 있다. 스티어링 휠은 작아졌고, 뭉툭한 기어 레버의 움직임은 만족할 만큼 짧으며, 콘솔에 있는 강화된 손잡이는 디자이너들이 미국 미시건 주에 있는 GM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동승한 후에 추가되었다고 한다.

  가장 나중에 이야기한 손잡이는 F-타입에도 있는 것이다. F-타입은 이 자리에 유일하게 훨씬 더 넉넉한 힘을 내는 기본형으로 나온 유일한 모델이다. 언젠가부터 이유를 떠올릴 수는 없지만, 공식적으로 우리는 495마력짜리 V8 S 모델을 V6 S 모델만큼은 좋아하지 않는다. 차체 앞쪽이 좀 더 혹사당하기는 하지만, 이 최상위 모델이 고속 정속 주행할 때의 느낌은 더 무거운 스티어링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V6 모델의 사소한 변덕스러움을 상쇄하는 덕분에 편안할 정도로 든든하다. C7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911이나 R8보다는 좀 더 엔진이 차의 주행감각을 크게 좌우한다. 무언극의 악당 역할에 충실한 엔진은 액셀러레이터 안쪽 3mm 깊이에 도사리고 있다가 ZF 변속기의 3단과 4단을 번갈아가며 웨일즈 지방 국도로 감춰둔 힘을 뿜어낸다.

  사진기자인 스탠 파피오르가 젖어 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발견할 때까지 나는 변속 패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촬영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몰자, 카인이 갑자기 튀어나와 F-타입의 아벨을 밀어낸다. 한순간,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하고 있는데도 언더스티어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뒷바퀴가 깔끔하게 미끄러진다. V6 S 모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V8 모델에서는 적당할 정도로 여유 있게 슈퍼차저 엔진의 타고난 화려함을 발휘한다. 차체 움직임과 재규어의 빠른 스티어링이 실력을 절반 정도 이끌어낸다면, 2,500rpm부터 즉각 터져 나오는 40.8kg‧m의 매력적인 토크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관해 불길한 예감을 들게 한다.

  그런 생각들은 C7에서도 이어진다. 신형 V8 엔진은 저회전 토크가 이전보다도 7kg‧m 정도 커져, 이제는 무게당 마력비가 911을 뛰어 넘는다. 내가 마지막으로 몰았던 콜벳이 차와 바퀴의 관계가 신과 소통하는 신부와 아주 비슷했던 이전 세대 콜벳 그랜드 스포트 컨버터블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고맙게도, 스팅레이는 그런 믿음에 대한 의문을 거의 즉시 지워버린다. 파워 스티어링은 이제 전동식으로 바뀌었고 가변 기어비 랙이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서 가장 큰 발전은 시스템을 이전보다 다섯 배라는 놀라운 수준으로 더 단단하게 만들어 얻어냈다. 그 결과, 저만치 앞으로 뻗어 있는 앞바퀴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감각은 둔하지만, 의도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을 만큼은 정교하다.

  나아진 점들은 또 있다. 일단 코너에서 주행 경로를 잡으면, C7은 하체와 제대로 결합되지 않은 차체의 둔한 반작용 없이 그 경로를 따라갈 수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결합된 C6에서는 분명히 존재하지 않았던 강성 덕분이다. 충분히 지지되지 않은 복합소재 차체 패널 속에 들어있던 이전의 단순한 알루미늄 프레임-사다리를 떠올린다면 정답이다-은 훨씬 더 정교한 설계로 이전보다 45kg 가벼워진 것으로 교체되었고 GM이 새로 특허를 얻은 스폿 용접 공정으로 결합된다.

  물론, 새로 발견한 동적인 응집력은 R8이나 911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두 차 모두 똑같이 굽은 길을 달리는 동안 털끝 같은 정교함을 보여준다. 아우디는 스페이스 프레임 덕분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스타일로 노면을 공략한다. 스팅레이의 두드러지는 강성은 가로배치 스프링을 어느 정도 넉넉하게 유지하도록 설정한 덕분이지만, 승차감의 질과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쏠림과 밀림은 430마력의 힘을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전달하려 애쓰며 노면을 한껏 끌어안으려고 하는 R8의 흔들림 없는 능력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보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991은 훨씬 더 기분 좋게 달린다. 감각이 더 풍부한 스티어링 랙과 탁월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911은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면서 의도적으로 한계까지 브레이크를 늦게 밟고 빠른 가속에 집중한다면 매머드급 구동력을 금고털이처럼 정확하게 뿜어낼 것이다.

  두 차 중 어느 것과 비교하더라도, C7은 유쾌하게 달릴 수는 있지만 한계점에서 동적인 특성이 둔한 차로 남는다. 쉐보레는 트랜스액슬을 구동계 뒤쪽에 배치한 구조 덕분에 앞 50%, 뒤 50%로 무게가 배분되었고, 이전보다 휠베이스가 길어지고 앞뒤 트랙 모두 넓어진 덕분에 차체의 접지면적은 더 넓어졌다고 한다. 그 결과 스노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알핀스를 끼웠으면서도 회전 안정성은 감탄할 만하다. 또한 Z51 퍼포먼스 팩에 포함되어 영국 판매 모델에 기본 장착되는 전자제어 차동제한 디퍼렌셜 덕분에, 스팅레이는 차체 뒤쪽을 더 쉽게 미끄러뜨릴 수 있으면서도 F-타입보다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성향이 적다.

  이 과정에서 콜벳의 가장 훌륭한 특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1,000만 시간 동안 이루어진 컴퓨터 해석이 푸시로드 구조를 없애거나 실린더마다 두 개 이상의 밸브를 집어넣지는 못했을지언정, 고집스럽게 고전적인 스몰블록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독특한 기질을 차의 핵심 정체성으로 유지했다. 그 결과, 이제는 플랫폼이 V8 엔진을 실어 나르는 역할 이상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하고, 선천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밸브 계통은 섀시의 특성에 맞게 작동한다. 차체 뒤쪽이 지나치게 어이없이 미끄러지려면 액셀러레이터를 대단히 깊게 밟아야 하고, 그리고 나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힘을 낸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코너에서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다. 콜벳은 커브가 심하지 않은 길을 달리기에도 즐겁다. 현실적인 연비(복합연비가 9.7km/L라고 한다)를 얻기 위해 구성한 7단 기어비에 힘입어, 최고속도는 시속 291km에 이른다. 아마도 더 적절한 부분은 긴장할 정도로 힘찬 가속력일 것이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올라가는 지구의 온도처럼, 공기를 들이마시는 V8 엔진의 회전계와 맞물려 빨라진다.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오는 길에서, 튼튼한 수동변속기의 3단과 4단을 넘어서자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실제 속도를 표시했다. 냉철하게 얘기하면, 최고로 가속할 때에는 7,400rpm을 내는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의 포르쉐와 7,900rpm을 내는 V8 엔진의 아우디 모두 C7의 성능에는 견줄 수 없다.

  911을 몰았을 때만큼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유럽형 C7의 또 다른 기본 장비 중 하나인 조절식 자기유동 댐퍼를 투어 모드로 설정해놓으면 스팅레이는 평범한 미국 차와 순수한 유럽식 차의 중간 정도로 납득할 만한 면모를 보여준다. 구형 C6와 이번 시승을 위해 모인 차들의 틈새에서, 스팅레이는 과거의 평판을 성공적으로 떨쳐버렸다. 객관적으로 보면, R8이나 911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경쟁 상대는 아니다. 심지어 R8보다는 3만5천 파운드(약 6천230만원), 911보다는 2만4천 파운드(약 4천270만원) 더 저렴하면서 두 차를 무색케 할 능력을 지녔지만 말이다. 오히려 1만8천 파운드(약 3천200만원) 비싼 F-타입에서 더 비슷한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스팅레이는 확실히 다르다. 더 크고, 더 게으르고, 더 부실하지만 껄껄 웃게 만들거나 비슷한 차들 사이에서 편안하게 느끼게 해줄 만큼 빠르다. 풍부한 감성의 V8 엔진 소리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빠른 가속보다는 녹아버린 타이어가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나라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다른 차들 중 하나를 사겠다. 전천후 능력과 품질을 생각하면 911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제는 쉐보레가 콜벳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팔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점에 자부심을 느끼는지는 알겠다. 다소 아쉽고 적절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영국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콜벳을 영국에서 만날 수 있어 기쁘다.

글: 닉 캐킷 (Nick Cacket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