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터보가 아닌 모터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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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터보가 아닌 모터의 매력
  • 안민희
  • 승인 2014.04.14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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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의 유행은 항상 돌고 돈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채우고 싶은 사람의 마음 때문이다. 자연흡기와 터보 엔진을 두고 늘 고민하는 이유와 같다. 두 엔진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반응과 감각 모두 달라 쉽게 한쪽에 마음을 두기가 어렵다. 서로의 장점이 탐나서다.

요즘은 터보 엔진이 인기를 끄는 시대. 고연비의 압박에 시달리는 여러 메이커들이 자연흡기 엔진을 떠났다.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차저를 달아 연비를 높이고 더 큰 힘을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썩 달갑진 않다. 다양한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터보 엔진의 훌륭한 토크는 맘에 들지만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솔직한 반응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인피니티는 Q50에 휘발유 터보 엔진을 달지 않았다. 대신 V6 3.7L 엔진 배기량을 3.5L로 줄이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짝지어 Q50S 하이브리드란 이름으로 내놓았다. 스포츠 성능을 추구하는 하이브리드는 흔치 않다. 대부분 경제성과 연비를 과시할 뿐이다. 하지만 Q50S 하이브리드는 Q50 라인업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차다.

디자인은 대담한 모습을 추구하는 요즘 경향을 담아냈다. 인피니티의 콘셉트 에센스, 에세라, 이머지-e에서 선보였던 앞모습을 양산형 모델에 맞춰 풀어냈다. 크기를 키운 그릴과 옆으로 뻗은 헤드램프의 조합으로 강한 느낌을 더했다. 하지만 대각선으로 바라볼 때면 다르다. 차체에 물결치는 곡선의 조합이 자연스럽다.

실내는 단아하게 다듬었다. 가죽을 넉넉히 썼고 플라스틱의 촉감도 좋다. 새로 디자인한 센터 페시아는 기존 G시리즈의 기억을 지우기 충분했다. 간결한 모양에 다루기 쉽다. 제일 위에 정보 표시창을 달고 그 아래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꼭 닌텐도 3DS의 조합과 닮았다. 터치감은 스마트폰의 그것과 같고, 방식도 같아 다루기 편했다. 아래 홈 버튼뿐만 아니라 오디오, 온도 조절 버튼도 달아 자주 쓰는 기능은 한 번에 연결되도록 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차에는 정적만 감돌 뿐이다. 하이브리드 구동계란 걸 잊으면 헷갈릴지 모른다. 그래서 계기판에 조그맣게 ‘EV’ 글자를 띄운다. 부드럽게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도는 소리와 함께 길을 나선다. 꾸준하게 속도를 올린다. 여유롭게 떠난다면 모터로만 달려도 충분할 정도다. 모터의 출력은 68마력. 회전과 동시에 29.6kg·m의 토크를 낸다. 엔진은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둘을 동시에 휘몰아칠 때 총 출력은 364마력.

주행 모드를 에코로 두고 달리며 연비를 신경 써 천천히 달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어느 순간부터 더 깊게 밟지 말라는 듯 딱딱하게 버틴다. 무시를 하고 깊게 밟으니 엔진이 깨어난다. 반발력을 느끼며 지그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모터로 달린다. 힘이 정말 필요한 때 아니면 엔진을 켜지 않는다. 약 2km 넘게 정체구간을 지나는 동안 기름 한 방울 쓰지 않았다.

스탠다드(standard) 모드로 두고 달리면 엔진과 모터가 긴밀하게 맞물린다. 엔진만으로 달릴 때는 모터를 충전하고, 항속 중에도 가속 페달을 떼거나 약하게 밟으면 모터만으로 달린다. 시속 80km에서 엔진을 끄고 전기 모드로 달릴 때는 놀라울 정도였다. 서울 시내만을 가볍게 달려도 공인연비를 넘어서는 13.2km/L의 연비를 확인했다. 상당히 높다.

스포츠 모드로 바꿨다. 이제 엔진과 모터의 하모니를 즐길 차례다.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해 가속하는 덕분에 가속의 감각이 훨씬 강력하다. 반응이 팽팽해졌다. 가속 페달을 밟고 떼며 코너를 공략할 때면 타코미터 아래의 모터 상태 표시 바늘이 쉼 없이 널뛰기를 한다.

가속성능도 아주 만족스럽다. 전 영역에서 모터가 꾸준하게 돌아가며 토크를 더하니 힘이 넘쳐난다. 재미를 위해 다듬은 하이브리드의 본질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엔진 회전수를 한껏 높이며 달릴 때면 엔진은 울부짖지만 그 힘은 떨어지는 기색이 없다. 마구 몰아치고 쉬기를 반복한 결과 연비는 8km/L를 기록했다. 이 정도 배기량의 차를 강하게 밀어붙였음을 감안하면 아주 놀라운 수준이다.

다만 도로에 따라 서스펜션의 요동침이 달랐다. 서스펜션은 전용 스포츠 세팅을 더했지만, 약간의 기울어짐을 허용했고 승차감이 편안하다. 그래서 아주 높은 속도까지 매끄러운 승차감을 즐기며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몰아쳤을 때는 노면에 따라 거동이 크게 다르다. 매끄러운 노면에서는 불안감 없이 뻗어나갔지만, 좋지 않은 노면에서는 불안한 기색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Q50S 하이브리드는 거의 모든 면에서 사랑스럽다. 특히 여유롭게 달릴 때 인피니티가 모터를 택한 이유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퍼포먼스만을 위한 것도, 연비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 둘과 동시에 운전의 재미를 살렸다. 모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덕분이다.

회전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내는 모터가 전 영역에서 활기차게 회전하며 운전을 돕는다. 그래서 여유롭게 달릴 때도 엔진 회전수와 상관없이 토크를 느끼며 달릴 수 있다. 이는 큰 힘을 여유롭게 쓰고 있다는 자신감과 편안함을 불러온다. 게다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힘이란 점이 매력적이다.

G시리즈를 내놓고 꽤 긴 시간이 지나서야 인피니티는 Q50을 내놓았다. 그만큼 완성도는 확실하다. 오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긴 시간을 공들였음이 느껴진다. 특히 Q50S 하이브리드의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고려한 구동계의 완성도는 놀라울 정도다. 자연흡기가 없어지는 와중에도 뚝심 있게 지킨 자연흡기 엔진에 애정이 간다.

강력한 성능과 맞물린 착한 연비. 특히 운전의 감성을 고려한 하이브리드 구동계 덕분에 6천760만원의 가격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비싸다고? 비슷한 성능의 경쟁 모델에 비하면 아주 합리적이다. 특히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은 스티어링 휠을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글: 안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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