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50, Q라는 이름 값
상태바
인피니티 Q50, Q라는 이름 값
  • 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3.24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Q50은 가볍게 잘 달린다. 고급스럽고 운전재미도 뛰어나다. 여기에 고연비라는 착한 덕목도 더했다. 인피니티의 중흥을 책임질 첫 번째 주자. 출발이 산뜻하다

요즘 디젤 승용차는 발에 차인다. 휘발유차 판매마저 앞질렀다. 국산차나 수입차 똑같은 양상이다. 승용차에 디젤이 대세라니… 격세지감이다. 디젤이 인기인 이유는 유지비 때문이다. 휘발유보다 싸고 연비가 좋다. 기름 값이 비싸니 연비가 자동차 구매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힌다. 휘발유에 비하면 여전히 요란한 소음과 진동 따위는 ‘뛰어난 연비’라는 묘약 앞에 너그러이 용서되는 분위기다. 기름은 비싸고 전기차는 멀고 하이브리드는 어색하고 이래저래 디젤의 인기는 지속될 운명이다.

인피니티 Q50 2.2d는 이런 분위기 속에 등장했다. 독일산 디젤들이 호령하는 험난한 강호에서 인피니티 디젤은 어떤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을까? 사실 인피니티 디젤은 익숙하지 않다. 인피니티가 어떤 브랜드인가? 크고 호화 옵션으로 치장한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에 맞서 '고성능 럭셔리카'를 표방한 젊은 브랜드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89년의 일이다. 인피니티의 첫 차 Q45는 럭셔리하면서도 화끈한 성능을 내세워 북미시장에 등장했다.

고급차에 다이내믹이라는 유전자를 집어넣은 게 온전히 인피니티만의 공은 아니겠지만 인피니티는 출범부터 퍼포먼스가 뛰어난 고급차 브랜드로 인식됐다. 국내에서도 G37S를 비롯한 강력한 스포츠성을 지닌 모델로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영화는 길지 않았다. 많은 핑계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인피니티의 글로벌 행보는 최근 몇 년간 힘없는 갈지자를 그렸다. 브랜드에 추력을 제공할 확실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지난 2012년 인피니티는 브랜드 개혁을 단행했다. 글로벌 본사를 홍콩으로 이전하며 2016년 회계연도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5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명명체계 변경 전략을 발표했다. Q45로부터 시작된 브랜드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Q 네이밍 전략’이라 명명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모델 포트폴리오를 명확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하려는 의지였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구색을 맞추는 일 만큼 바보 같은 결정도 없는데 인피니티는 아주 잘했다. 알파벳 Q 하나에 모든 의지를 집중할 수 있다. 2014년 모델부터 인피니티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에는 Q를, SUV와 크로스오버에는 QX가 붙는다. 깔끔하고 명쾌하다. 발음도 좋다. 큐. 바람소리가 난다. 쿨한 이름이다.

그런데 Q 다음에 붙은 꼬리표에 눈길이 머문다. ‘d'와 ’h'다. 인피니티는 Q50을 선보이면서 두 가지 모델 전략을 썼다. 아시다시피 d는 디젤이고 h는 하이브리드다. 의미심장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괜찮다. 고급차에 고성능을 붙이면 결과는 헤비급이 된다. 힘세고 운동 잘해도 먹보가 되면 곤란하다. 요즘 세상에 대식가는 왕따가 될 뿐이다. 그러니 필요조건은 단 하나, 효율성이다. 무조건 연비가 좋아야 한다.

고성능과 고효율은 양립하기 어려운 이율배반처럼 보이지만 기술은 언제나 한계를 극복하는 법. 필요가 있으면 방법은 찾아지게 마련이다. 스포츠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효율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 인피니티가 그 이름값을 해낼 첫 차 Q50에 디젤과 하이브리드를 얹은 이유일 것이다.

Q50은 인피니티의 새로운 명명체계 하에 Q 배지를 달고 처음 선보인 모델이다. 인피니티의 오리지널, Q45의 유전자를 접목했다. Q50의 성공에 따라 인피니티의 미래 항로가 결정된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Q50에 얼마나 대단하고 다양한 장비들이 적용됐는지, 깨알 같은 모델 소개 자료를 읽는 것도 부담스럽다. 얼핏 훑어봐도 이 차에 걸린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고, 몰아보면 와신상담과 절치부심의 결과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 디젤을 타기 전에 운 좋게 하이브리드 모델을 먼저 시승했다. 3.5L 휘발유 엔진과 50kW 전기모터로 총 최고출력 364마력을 내는 Q50S 하이브리드는 한마디로 ‘조용한 괴물’이었다. 비명 하나 내지르지 않고 간을 쪼그라들게 했다. 이런 게 하이브리드라면 친환경이라는 핑계에 기대지 않고 온전히 재미만을 위해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이한 쾌감을 안겨주던 하이브리드를 놓자마자 디젤 운전대를 잡으니 처음엔 거동이 사뭇 거칠고 둔하게 느껴졌다.

이질감은 아주 짧았다. Q50 디젤은 아주 잘 배합된 케이크 반죽 같았다. 다이내믹이라는 인피니티의 성격을 보여주는 동력성능과 이 정도 급에선 황송한 지경인 편의사양, 그리고 기대 이상의 연비는 각각 그 목적과 의도를 조화롭게 반영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라는 홍보문구에 따라 Q50을 검증하기 위해선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고급차 브랜드의 야심찬 리뉴얼 작품답게 프리미엄 요소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거칠거나 위화감 없이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 그러면서도 일상 주행에서 연료효율성을 얼마나 발휘하는가 하는 점이다. 쉽지 않은 숙제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인피니티는 이번에 물건 하나 내놓은 것 같다. 가장 치열한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이 충분해 보인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인상으로 바뀐 요즘의 인피니티의 외관은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라는 의지의 반영으로 보면 박수감이다. 인테리어는 차분하면서 안락하다. 요란한 치장 없이 충분히 고급스럽다. 플라스틱과 시트 재질도 좋고 운전석에 앉으면 꽉 찬 안정감이 느껴진다. 자세를 바꾸지 않고도 필요한 모든 조작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Q50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운전으로의 초대’(Invitation to drive)라고 한다. 운전을 자꾸 하고 싶게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운전이 하고 싶어지려면 일단 쉽고 편해야 한다.

직관적 조작은 인테리어 설계에서 편하고 안정적인 운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인데 훌륭하게 구현된 듯하다. 마음에 드는 건 한눈에 들어오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인피니티 인터치 커뮤니케이션즈 시스템’이 그것인데 센터콘솔 아래 위에 자리 잡은 듀얼 디스플레이 스크린으로 터치하면 된다. 상단 8인치 스크린은 내비게이션으로, 아래쪽 7인치 스크린은 스마트폰이나 USB를 이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다. 화면 구성도 깨끗하고 구성도 단순해서 보기에 좋고 친근감도 크다.

프리미엄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건 인테리어 질감 외에 보스 오디오 시스템 정도지만 감성으로 와 닿는 체감이 더 크다. 그중 하나가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으로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 소음과 박동을 센서가 실시간 모니터링해 4개의 도어 스피커와 우퍼를 통해 소음을 상쇄시키는 음파를 내보낸다. 외부 소음은 줄이고 경쾌한 엔진 사운드는 살려줌으로써 한층 정숙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처음에 조금 무거운 듯싶은 스티어링은 이내 익숙함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최근의 신차들은 스티어링 감각 차이를 확연하게 구별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잘 만든다. 그런데 장시간 운전했을 때 차이가 분명해진다. Q50에 세계 최초로 적용된 지능형 스티어링 시스템인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은 운전자가 가장 편하고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스티어링 휠에 가해지는 힘을 전자적으로 해석해 타이어 각과 스티어링 입력값을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운전자가 의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고 즉각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또 거친 노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스티어링 휠 진동을 차단해 전자식 조향장치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이 기술은 유명 전문지와 저널리스트협회로부터 최고의 자동차 신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티어링 감각은 딱 알맞은 정도다. 후륜구동이지만 뉴트럴에 가까워 고속 커브에서도 안정감이 높았다. 스포츠 튠 서스펜션은 중저속에서 노면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하지만 진동처리가 잘돼 있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1박2일간 빡빡한 장거리 시승에서도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다. 멀리 사는 친척이 고맙게도 마침 시승하는 날 결혼식을 치러준 덕분에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을 원 없이 누려 보았다.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눈길 고개를 넘는 국도 와인딩과 낭만적인 바닷가 드라이빙까지 다양한 도로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Q50 2.2d의 투어러의 자질을 검증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탠더드/스포츠/스노/에코/퍼스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스노 모드가 있는 게 특이했다. 공교롭게도 청송의 고갯길에서 폭설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고 눈 때문만은 아닌데 운전하는 내내 여유와 재미가 넘쳤다.

다른 모든 좋은 차를 놔두고 이 차에 유심해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효율성, 즉 연비다. 잠시 산수 실력을 발휘해볼까. Q50 2.2d의 연료탱크는 74L. 복합연비가 리터당 15.1km이므로 계산상 한번 주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117km. 실제 주행거리는 시승 촬영을 위해 서울 강남에서 강화도를 왕복한 거리에 서울 강서와 경북 포항 왕복을 합친 900km 남짓. 절반은 에코, 절반은 스포츠 모드로 달렸다. 추가 주유는 없었고 주유등도 켜지지 않은 상태로 반납했다. 아주 효율적인 여행이었다.

글: 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이근영(프리랜서)

INFINITI Q50 2.2d EXCLUSIVE
가격: 4천890만원
크기: 4790x1820x1450mm
휠베이스: 2850mm
무게: 1725kg
엔진: 직렬 4기통, 2143cc, 터보디젤
최고출력: 170마력/3200~4200rpm
최대토크: 40.8kg‧m/1600~2800rpm
복합연비: 15.1km/L
CO₂ 배출량: 130g/km
변속기: 7단 자동
브레이크: 모두 V 디스크
타이어: 모두 225/55  RF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