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4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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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4를 만나다
  • 최주식
  • 승인 2014.02.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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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도어라는 차의 의미에 4WD의 조합은 근사하다. 마세라티의 이 첫 4WD는 V6을 얹어 부드러우면서 V8 부럽지 않은 성능을 낸다. 그리고 기막히게 안정적이다

시승을 앞두고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네바퀴굴림 모델일 때다. 하지만 마세라티 시승을 앞둔 경우라면? 의아하지만 이번에는 그렇다. 바로 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S Q4 모델이다. 마세라티 사상 최초의 4WD 모델이다. 콰트로포르테는 4개의 도어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4와 4의 조합이 때 늦은 감이 있을 만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9년 만에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6세대 콰트로포트테는 지난 여름 처음 만났다. 두 계절만의 재회인 셈인데 이번엔 심장이 다르다. 지난번은 V8 트윈터보 3.8L 530마력. 그리고 이번에는 V6 트윈터보 3.0L 410마력. 둘 다 직분사 휘발유 엔진으로 ZF제 자동 8단 기어와 매칭된다. 콰트로포르테의 역사에서는 항상 V6과 V8이 공존해왔다. 그럼에도 V6이 생소해 보이는 것은 5m가 넘는 당당한 차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410마력의 파워가 그런 기우를 잠재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가 바로 4WD 방식이다.

눈이 오고 난 뒤 도시에서 그 흔적은 빠르게 지워져간다. 눈의 흔적을 찾아 도시를 빠져나가기로 한다. 영하 7℃의 추운 날씨지만 계기판의 푸른색만큼이나 짙푸른 하늘이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겨울에 4WD 모델을 탄다는 것은 방한복에 방한화를 신고 거리에 나선 것처럼 든든하다. 든든한 마음은 여유로 이어지고 여유는 이 차에 빠져들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한다.

4개의 바퀴가 노면을 제대로 움켜쥐고 있다는 감각은 출발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추운 날 타이어가 충분히 달아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가속을 하면 뒷바퀴굴림(FR)의 경우 타이어가 스핀을 일으키기 쉽다. 네바퀴굴림(4WD)은 그런 위험요소를 줄여준다. 다양한 노면환경에 노출되는 만큼 그에 빨리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표면적으로 AWD, 즉 올 휠 드라이브(상시 네바퀴굴림)를 표방하지만 마른 노면에서는 100% 뒷바퀴를 굴린다. 뒷바퀴를 굴리다 젖은 노면이나 빙판길을 만나면 빠르게 구동력을 앞으로 배분한다. 앞쪽 구동력이 10, 20, 30%...로 점점 변화하는데 결정적으로 50%에서 딱 멈춘다. 빙판 위에서라면 앞뒤 50:50의 구동력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이 수치는 앞쪽이 결코 5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어느 경우든 앞바퀴굴림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위험지역을 벗어났다 싶으면 쏜살같이 뒷바퀴굴림의 특성으로 되돌아간다.

가속은 부드럽지만 민첩하고 날카롭다. 차체는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이고 분명한 방향성으로 내달린다. 네 개 바퀴의 접지력이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느낌은 선명하다. 그래서 안심하게 된다. 스포트 모드를 누르면 잔잔했던 바다가 격랑에 휩싸인다. 낭창낭창한 패들 시프트를 툭툭 치며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재미가 크다.

에어벤트 가운데의 아날로그시계 바탕도 바다처럼 파란색인 게 눈에 들어온다. 포세이돈의 마법에 걸린 순간. 시간은 바다 위에서 물처럼 흘러간다. 더불어 흘러가며 이 한순간을 즐긴다. 순항과 폭풍우는 운전자의 의지에 달렸을 뿐….

‘바람’을 주제로 한 마세라티의 네이밍 정책에서 콰트로포르테는 그저 ‘문짝 4개’라는 뜻일 뿐. 그만큼 레이싱 무대에서 성장한 마세라티의 역사에서 4도어가 예외적인 차라는 반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콰트로포르테는 바람처럼 달린다. 발군의 가속력은 V6이라도 V8에 뒤지지 않고 브레이크 응답력은 오히려 더 빠른 느낌이다. 차이점이라면 배기음. V8의 압도적인 배기음은 V6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V8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배기음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한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V6의 배기음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V8에는 못 미치지만 다른 V6들이 따라올 수 없는 특유의 소리를 낸다. 고요한 주택가라면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소리도 너무 커 서둘러 빠져나오게 만들 만큼 우렁차다.

V6 엔진을 얹은 콰트로포르테 S Q4의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9초. V8과 비교했을 때 단 0.2초가 뒤질 뿐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속도제한을 두지 않는 마세라티답게 최고시속은 284km. V8은 최고시속이 307km에 달하지만 그리 부러운 건 아니다. 4WD지만 복합연비가 7.6km/L에 이른다는 점도 V6의 장점이다.

6세대 콰트로포르트에서는 승차감도 향상되었다. 전반적인 하체와 시트는 딱딱한 편인데, 적당한 긴장감을 지닌 부드러운 가죽이 그 딱딱함을 무디게 해준다. 손아귀를 꽉 채우는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도 좋을 뿐 아니라 차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전달해준다. 주의할 점이라면 기어 레버를 다룰 때 각 위치가 엄정한 편이어서 절도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

뒷좌석에 앉으면 풍부한 가죽 분위기에 둘러싸인다. 넉넉한 레그룸, 그리고 뒤로 올라가는 웨이스트 라인이 프라이빗한 공간감을 더해준다. 자세를 낮춰 등받이에 기대면 푹 파묻히는 느낌이 아늑하다. 암레스트를 내리면 가운데 수납함 안에 USB 폰트와 12V 아웃렛이 자리하고 그 앞으로 2개의 컵홀더가 활짝 열린다.

암레스트를 내린 뒷면을 보면 적당히 처리하지 않고 가죽으로 마감했다. 럭셔리카의 자세다. B&W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풍만한 사운드를 온몸으로 들으며 겨울의 한낮을 즐긴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을 때나 뒷좌석에 있을 때 모두 즐거운 경험을 주는 차는 흔치않다.

글: 최주식(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MASERATI ALL NEW QUATTROPORTE S Q4
가격: 1억6천95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5265X1950X1475mm
휠베이스: 3170mm
0→시속 100km 가속: 4.9초
엔진: V6, 2979cc, 트윈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410마력/5500rpm
최대토크: 56.1kg·m/1650~5000rpm
복합연비: 7.6km/L
CO₂배출량: 284g/km
변속기: 8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245/45 R19, 275/4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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