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디젤, BMW 5시리즈를 정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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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디젤, BMW 5시리즈를 정조준한다
  • 리차드 브렘너
  • 승인 2013.09.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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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1967년에 마세라티의 제1호 기블리는 크고 잘생기고 상당히 이색적인 앞 엔진 V8 슈퍼카였다. 그러다가 긴 침묵기를 지나자 작은 초강력 트윈터보 2도어 쿠페로 겨우 2.0L로 경이적인 310마력을 뿜어냈다. 그때가 1990년대 초. 그리고 지금 기블리는 중역형 세단이고,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재규어 XF와 맞설 무장을 하고 나왔다. 게다가 마세라티로는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갖췄다.

그렇다면 아주 다른 세 짐승이고, 각기 같은 이름을 가진 최신형이지만 우연한 혈통과는 거의 인연이 없다. 다만 세 모델이 모두 단호하게 스포티하고 호사한 품격을 지닌 실내를 갖췄다는 것이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신 최신형 기블리는 방금 출시되고 더 큰 콰트로포르테 세단의 아주 가까운 친척이다. 그들은 똑같은 기본구조, 똑같은 드라이브라인, 똑같은 서스펜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사실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스타일이 다르고, 외부 패널 중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기블리는 거의 30cm나 짧고, 약간 더 넓고, 주문형 운전석 뒤의 비례를 제외하고 독자적 조형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실내에서는 라이벌보다 훨씬 드라이버 중심적 대시보드 디자인이 눈에 띤다. 그럼에도 여기서 마세라티는 도전에 직면한다.

똑같은 엔진, 트랜스미션과 서스펜션을 쓰면서도 한층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한 차를 개발했다. 이때 잠재적 콰트로포르테 고객이 돈을 적게 내고도 본질적으로 똑같은 차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야 했다. 기블리는 3가지 엔진과 2가지 드라이브라인을 내놨다. 라인업은 뒷바퀴굴림 V8 3.0L 트윈터보 휘발유 331마력에서 시작한다. 그 위에 기블리 S가 자리 잡는다.

최근 출시한 콰트로포르테의 410마력 트윈터보 V6을 얹었다. 이 엔진은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에 다 같이 쓸 수 있다. 콰트로포르테 Q4의 역동성을 생각할 때 네바퀴굴림이 영국에 들어오지 않아 실망스럽다. 적어도 마세라티의 맥락에서 볼 때 가장 파격적인 버전이 275마력 V6 3.0L VM 모토리 터보디젤. 마세라티가 판매량을 1만대 이하에서 5만대로 끌어올리려면 필수 무기다.

모든 기블리는 8단 ZF 자동박스를 달고 나온다. 뒤쪽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이고 앞쪽은 더블위시본. 마세라티의 전자식 스카이후크 댐퍼, 제한 슬립 디퍼렌셜과 브렘보 브레이크를 갖췄다. 이례적으로 마세라티는 연료절약+배기감소형 전동 스티어링을 버리고 순수 유압형을 받아들여 림의 현실감각을 높였다. 그리고 모든 기블리는 대체로 50/50 무게배분의 이점을 살렸고, 대등한 콰트로포르테에 비해 무게는 50kg 가볍다. 게다가 공기저항은 0.31로 합리적이다.

만일 마세라티의 (약간) 보다 인기주의적 사명을 달성한다면, 영국과 유럽의 대부분 지역에서 디젤이 단연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디젤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얼핏 보기에 조화를 이룰 수 없을 듯한 디젤 마세라티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디젤 포르쉐에 익숙해졌다. 따라서 디젤 마세라티가 뛰어난 스포티 드라이브를 뒷받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특히 8단 박스를 통해 61.2kg·m를 요리할 때가 그렇다.

밖에서 들어보면 기블리 디젤은 거의 선박엔진 사운드를 토해내고 약간 택시처럼 털털거렸다. 한데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낮고 힘찬 콧노래가 고요를 깨트린다. 그리고 파워트레인의 노멀(Normal) 모드에서 이 콧노래는 너울지는 정적과 함께 점차 높아간다. 절정의 BMW만큼 상쾌하지 않지만 세련되고 미묘하게 스포티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런 다음 기어레버 옆에 있는 스포트(Sport)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2단 1,000rpm부터 힘차게 가속했다. 회전대가 1,800rpm으로 올라갈 때까지 잠시 멈칫한 뒤 깊숙이 용솟음치는 백비트가 위력적이었다. 마치 기관차와 산업용 엔진을 연상시켰다. 마세라티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 덕분이었다. 4개 파이프 부근에 설치한 한 쌍의 발성기가 디젤 멜로디의 바람직한 요소를 한층 강화했고, 놀랍도록 만족스러운 공명을 일으켰다.

기블리는 이 모드에 가둬두고 싶었다. 가볍게 매혹적인 사운드트랙만 아니라 노멀 모드의 뜻밖에도 나른한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토크는 듬직한 61.2kg·m.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없는 2,000rpm에서 2,500rpm까지 터져 나온다. 물론 견인력은 그대로 살아 있지만 완전히 끌어내려면 결연한 오른발 동작이 필요하다. 스포트 모드에서 마세라티 디젤은 발랄한 331마력 휘발유 V6보다는 떨어져도 상당한 기백으로 끌어간다.

분명히 실제보다 더 느리다고 생각하기 쉽게 남몰래 저회전대로 달려간다. 게다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ZF 박스가 그 순간에 맞는 비율을 고르는 좋은 일을 한다. 어떤 커브에서는 이 페이스가 그대로 살아 있다. 마세라티는 고무적인 열성으로 코너에 안전하게 뛰어들었다. 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코너 중간에서 주행선을 죄면 약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면 랙 스피드가 오버스티어로 정점에 뛰어들기 쉽다.

그렇다, 오버스티어. ESP를 해제하고 수동버튼의 M을 눌렀다. 알루미늄 패들이 저기어에 들어가고 드로틀을 깊이 밟았다. 그러면 기블리의 테일이 커브를 흡족하고 우아하게 돌아갔다. 칭찬할 만큼 민첩하게 직진상태로 들어갔다. 사실 건조한 노면에서 상당한 그립을 발휘한다. 그러나 빗길에서 ESP를 중립화하고 풀 토크를 쏟아 부으면 기블리는 한밤중의 교회 종처럼 흔들렸다.

스티어링 감각은? 글쎄, 스티어링은 거의 모든 전동식보다 한층 발랄하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정속주행하기에 너무 무겁지만 비중에 일관성이 있었다. 그렇다, 콱 밟을 때 광폭 앞 타이어가 무엇을 하는지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림은 넘치는 감각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블리의 약한 고리는 승차감. 센터콘솔의 댐퍼 버튼으로 단단히 죌 수 있다. 날카로운 마루, 얕은 폿홀, 맨홀 뚜껑…은 거의 모두 서스펜션이 힘겹게 터덜거릴 때 시끄러운 요동을 일으켰다.

게다가 고속 직선구간의 캠버 변화는 이따금 스티어링 조작을 해야 할 만큼 가볍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예리하게 너울지는 도로에서 기블리는 XF나 5시리즈에 비해 보디 컨트롤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다른 경우에는 윤택한 실내 분위기에 어울리게 안정되고 조용히 나긋하며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인상적인 정숙한 실내였고,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풍겼다.

대시보드는 기블리의 한층 스포티한 사명에 맞춰 이중 콕핏에 어울리게 조각됐다. 그 표면을 정교하게 손질한 가죽으로 덮어 상쾌하고 호사스런 분위기를 살렸다. 알루미늄과 목재를 절묘하게 아우른 투톤 컬러, 몸 받침이 좋은 호화 시트와 탁월한 공조장치는 유쾌한 장거리 여행을 뒷받침한다. 트레이드마크인 마세라티 아날로그시계도 빠트리지 않았다.

나아가 인체공학적 결함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사소하다. 드라이버는 마세라티 고전적 푸른 다이얼 한 쌍을 마주한다. 그 사이에 컬러 정보 모니터와 깔끔하게 표시된 디지털 연료와 온도계가 있다. 우아한 스티어링은 전동식(조절형 페달은 옵션)이다. 스티어링 컬럼에는 큼직한 알루미늄 패들 기어 한 쌍이 달렸다. 손가락 끝에 상쾌한 느낌을 줬다. 크라이슬러가 제공한 스토크는 기능에 이상이 없었지만 외형이 실망스러웠다. 펜타스타도 쉽게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다.

그보다 불편한 것이 기어레버 옆에 널린 읽기 어려운 버튼들. 이들이 수동박스, ESP, 스포트 모드, 댐퍼 세팅과 연비전략(ICE라 부른다)을 조절한다. 그들이 어지럽게 배치돼 서두를 때 접근하기 어렵다. 기어레버는 숙달될 때까지 훨씬 성가시다. 놀랍게도 맹점 탐지장치나 레이더식 주행 또는 안전 시스템이 없었다. 호사스러운 뒷좌석은 엄청 편안하다. 다만 콰트로포르테보다 좁은 공간이 눈에 띈다. 동급으로는 알맞은 다리 공간밖에 없다.

하지만 트렁크는 별로 깊지 않지만 길고 넓다. 실내에는 수납공간이 많고, 거의 에어컨이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 차는 아주 쓸모 있는 재래식 마세라티. 잘 알려진 동급의 제한된 모델 가운데 단연 바람직할 뿐 아니라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라이벌보다 더 비싸고, 이 마세라티가 세련되고 탁월한 5시리즈, E클래스, XF와 당장 맞서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승차감, 고속 보디 컨트롤과 같은 몇 가지 항목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한데 기블리는 머리보다는 가슴이 앞서는 전통적 이탈리아 모델이 아니다. 근육질적이고 매혹적인 스타일, 귀족적 자태, 품위 있고 호사스런 실내와 직설적인 성능은 한결같이 매력적이다. 마찬가지로 참신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차가 흔히 그런 것과는 달리 별로 타협했다고 할 만한 구석이 적었다.

디젤 엔진이 제시한 숫자(CO₂ 배출량 158g/km를 포함해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때로는 나른하지만 기블리의 성능은 감칠맛 나고 섬세하면서도 우렁차고, 핸들링은 유능하고 즐겁다. 실용 면에서 결함은 별로 없고, 콰트로포르테보다 스포티한 드라이브에 성공했다. 우리가 보기에 승차감이 특별히 걱정거리였다. 영국의 험악한 도로에서는 약간 분주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밖에 기블리는 오랜만에 나온 가장 멋지고 바람직하며 흥분을 자아내는 중역형 모델이다.

글: 리차드 브렘너(Richard Bremner)

MASERATI GHIBLI DIESEL
0→시속 100km 가속: 6.3초
최고시속: 250km
복합연비: 17.0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58g/km
무게: 1835kg
엔진: V6, 2987cc, 터보디젤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275마력/4000rpm
최대토크: 61.2kg·m/2000~2600rpm
변속기: 8단 자동
연료탱크: 70L
트렁크: 500L
휠: 7.5J×18in
타이어: 235/50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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