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아주 다른 세 짐승이고, 각기 같은 이름을 가진 최신형이지만 우연한 혈통과는 거의 인연이 없다. 다만 세 모델이 모두 단호하게 스포티하고 호사한 품격을 지닌 실내를 갖췄다는 것이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대신 최신형 기블리는 방금 출시되고 더 큰 콰트로포르테 세단의 아주 가까운 친척이다. 그들은 똑같은 기본구조, 똑같은 드라이브라인, 똑같은 서스펜션을 갖고 있다.
똑같은 엔진, 트랜스미션과 서스펜션을 쓰면서도 한층 개성이 강하고 스포티한 차를 개발했다. 이때 잠재적 콰트로포르테 고객이 돈을 적게 내고도 본질적으로 똑같은 차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야 했다. 기블리는 3가지 엔진과 2가지 드라이브라인을 내놨다. 라인업은 뒷바퀴굴림 V8 3.0L 트윈터보 휘발유 331마력에서 시작한다. 그 위에 기블리 S가 자리 잡는다.
모든 기블리는 8단 ZF 자동박스를 달고 나온다. 뒤쪽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이고 앞쪽은 더블위시본. 마세라티의 전자식 스카이후크 댐퍼, 제한 슬립 디퍼렌셜과 브렘보 브레이크를 갖췄다. 이례적으로 마세라티는 연료절약+배기감소형 전동 스티어링을 버리고 순수 유압형을 받아들여 림의 현실감각을 높였다. 그리고 모든 기블리는 대체로 50/50 무게배분의 이점을 살렸고, 대등한 콰트로포르테에 비해 무게는 50kg 가볍다. 게다가 공기저항은 0.31로 합리적이다.
밖에서 들어보면 기블리 디젤은 거의 선박엔진 사운드를 토해내고 약간 택시처럼 털털거렸다. 한데 일단 실내에 들어가면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낮고 힘찬 콧노래가 고요를 깨트린다. 그리고 파워트레인의 노멀(Normal) 모드에서 이 콧노래는 너울지는 정적과 함께 점차 높아간다. 절정의 BMW만큼 상쾌하지 않지만 세련되고 미묘하게 스포티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블리는 이 모드에 가둬두고 싶었다. 가볍게 매혹적인 사운드트랙만 아니라 노멀 모드의 뜻밖에도 나른한 느낌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토크는 듬직한 61.2kg·m.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없는 2,000rpm에서 2,500rpm까지 터져 나온다. 물론 견인력은 그대로 살아 있지만 완전히 끌어내려면 결연한 오른발 동작이 필요하다. 스포트 모드에서 마세라티 디젤은 발랄한 331마력 휘발유 V6보다는 떨어져도 상당한 기백으로 끌어간다.
그렇다, 오버스티어. ESP를 해제하고 수동버튼의 M을 눌렀다. 알루미늄 패들이 저기어에 들어가고 드로틀을 깊이 밟았다. 그러면 기블리의 테일이 커브를 흡족하고 우아하게 돌아갔다. 칭찬할 만큼 민첩하게 직진상태로 들어갔다. 사실 건조한 노면에서 상당한 그립을 발휘한다. 그러나 빗길에서 ESP를 중립화하고 풀 토크를 쏟아 부으면 기블리는 한밤중의 교회 종처럼 흔들렸다.
게다가 고속 직선구간의 캠버 변화는 이따금 스티어링 조작을 해야 할 만큼 가볍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예리하게 너울지는 도로에서 기블리는 XF나 5시리즈에 비해 보디 컨트롤이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다른 경우에는 윤택한 실내 분위기에 어울리게 안정되고 조용히 나긋하며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인상적인 정숙한 실내였고,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풍겼다.
나아가 인체공학적 결함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사소하다. 드라이버는 마세라티 고전적 푸른 다이얼 한 쌍을 마주한다. 그 사이에 컬러 정보 모니터와 깔끔하게 표시된 디지털 연료와 온도계가 있다. 우아한 스티어링은 전동식(조절형 페달은 옵션)이다. 스티어링 컬럼에는 큼직한 알루미늄 패들 기어 한 쌍이 달렸다. 손가락 끝에 상쾌한 느낌을 줬다. 크라이슬러가 제공한 스토크는 기능에 이상이 없었지만 외형이 실망스러웠다. 펜타스타도 쉽게 쓸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다.
하지만 트렁크는 별로 깊지 않지만 길고 넓다. 실내에는 수납공간이 많고, 거의 에어컨이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 차는 아주 쓸모 있는 재래식 마세라티. 잘 알려진 동급의 제한된 모델 가운데 단연 바람직할 뿐 아니라 상당히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라이벌보다 더 비싸고, 이 마세라티가 세련되고 탁월한 5시리즈, E클래스, XF와 당장 맞서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승차감, 고속 보디 컨트롤과 같은 몇 가지 항목에서는 그럴 수 없다.
디젤 엔진이 제시한 숫자(CO₂ 배출량 158g/km를 포함해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때로는 나른하지만 기블리의 성능은 감칠맛 나고 섬세하면서도 우렁차고, 핸들링은 유능하고 즐겁다. 실용 면에서 결함은 별로 없고, 콰트로포르테보다 스포티한 드라이브에 성공했다. 우리가 보기에 승차감이 특별히 걱정거리였다. 영국의 험악한 도로에서는 약간 분주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밖에 기블리는 오랜만에 나온 가장 멋지고 바람직하며 흥분을 자아내는 중역형 모델이다.
글: 리차드 브렘너(Richard Bremner)
MASERATI GHIBLI DIESEL
0→시속 100km 가속: 6.3초
최고시속: 250km
복합연비: 17.0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58g/km
무게: 1835kg
엔진: V6, 2987cc, 터보디젤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275마력/4000rpm
최대토크: 61.2kg·m/2000~2600rpm
변속기: 8단 자동
연료탱크: 70L
트렁크: 500L
휠: 7.5J×18in
타이어: 235/50 R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