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P1, 경이적인 하이퍼카 P1의 황홀한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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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P1, 경이적인 하이퍼카 P1의 황홀한 위력
  • 맷 버트
  • 승인 2013.11.2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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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윌로 스프링스 인터내셔널 레이스웨이. 길이 4.0km의 사막 서킷은 뱅크 커브로 이뤄졌다. 요철이 심한 아스팔트와 부서진 연석이 위협적이다. 충돌할 대상은 별로 없지만, 가령 브레이크가 잠기는 등 아차하면 트랙가의 거친 사막 덤불에 뛰어들어 보디를 망가뜨렸다. 우리는 거의 하루 종일 맥라렌 P1 테스트 드라이버 필 콰이프(27세)가 놀랍도록 일관된 랩타임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이 서킷을 아주 좋아한다. 60년 전에 개장한 이 트랙에는 묘하게도 빛바랜 매력이 있다. 앞서 서킷 사무실에서 랩타임 목록을 훔쳐봤다. 거기에는 1986년 2월 F1 드라이버로 이름을 날린 N. 만셀이 기록한 랩타임 1분 6.3초가 나와 있었다. 평균시속으로 환산하면 219km.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1980년대 초의 스프링이 뻣뻣하고 난폭한 F1 머신으로 그 기록을 내려면 얼마나 용감하고 집요해야 할까?

이날 맥라렌의 테스트는 신기록이 목표가 아니었다. 핵심목표는 일단 트랙에서 이 차의 거동이 어떠한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었다. 그런 다음 375대의 키를 넘겨받게 될 부유하고 능란한 오너에게 P1의 실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맥라렌의 새 도전자는 도로와 트랙에서 다 같이 안정된 세계 최고의 드라이버즈카를 겨냥했다. 따라서 열성팬 오너가 P1의 정상인 레이스 모드로 서킷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P1의 모태인 영국 워킹에서 개발팀은 중단 없이 10여 주의 고속 공격을 시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확인하는 모의시험이었다. 오늘 맥라렌은 이글거리는 트랙에서 그 계측결과가 정확했는지를 재확인하기로 했다. 테스트 드라이버 콰이프는 자료수집에 필요한 페이스로 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에 따라 착실하게 랩을 거듭했다. 테스트 팀이 결과에 만족했고, 트랙 사용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때 콰이프는 P1의 가공할 출력과 토크 그리고 공력성능을 시험할 기회를 잡았다. 이 젊은 테스터에게는 불행히도 육중한 짐을 옆에 싣고 달려야 했다. 때는 7월 초였고, 맥라렌 기술진은 하이퍼카 P1 개발의 최종단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느 프로토 타입에도 외부인을 들여놓지 않기로 하고 있었다. 코드네임 XP7인 이 차는 양산 전 몇 대의 프로토 타입 가운데 하나. 개발기간에 나온 수많은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재확인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P1을 몰아보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속으로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지난 3주간 테스트 팀은 새벽부터 날이 이슥하도록 이 차를 다듬는 일을 계속했다. 미국의 테스트는 끝나가고 있었지만, 신경이 곤두선 기자가 차를 망치는 걸 너그럽게 봐줄 리 없었다. 게다가 프로 드라이버 콰이프는 맥라렌 전속 테스터. 지난 2년간 맥라렌 수석 테스트 드라이버 크리스 굿윈과 함께 개발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따라서 그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도 대단한 특혜였다. 물론 내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어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저상 스포츠카에 기어들어가는 건 결코 품위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특별한 P1의 콕핏 안에서 거미줄 같은 전선과 접속장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했다. 철저히 길들인 이 테스트카는 열기, 환기와 공조(HVAC)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따라서 무게 1,400kg의 최종 양산차보다 약간 무게가 더 나가고, 최신 공력장비를 장착하지 않았다. 한데 스텔스 폭격기의 검은 페인트로 단장하고 불타는 캘리포니아의 태양 아래 이글거리는 피트레인에 서 있는 P1. 86만6천 파운드(약 15억940만원)의 찻값이 한 푼도 아깝지 않은 자태였다. 헬멧을 쓰고 안전벨트를 맨 다음 양산 스펙에 가까운 실내를 둘러봤다. 데이터 수집장비를 제외한 실내 일부는 12C를 연상시켰다. 일체를 한층 간소화했지만 가령 센터 컨트롤 인터페이스와 터빈형 환기구가 그런 본보기.

출발하기 전 콰이프는 핵심 조절장치를 지적했다. 엄지가 닿는 스티어링에 달린 공기저항 감소장치와 순간적 파워지원 시스템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아울러 광범한 기능을 수행할 핵심인 드라이빙 모드를 오가는 토글스위치도 눈길을 끌었다. 콰이프의 말을 들어보자. 

“이 차는 세계에서 핸들링 최고의 스포츠카를 겨냥한다. 그러나 동시에 도로에서도 아주 쓸모 있는 차가 되기를 바란다. 이들 두 요소를 결합하는 작업은 대단히 도전적이다. 거기에 우리 능동적 패널의 장점이 있다. 노멀, 스포트, 트랙과 레이스 모드를 간단히 오갈 수 있다. 도로에서는 컴포트(Comfort) 모드로 달리다 레이스 트랙의 피트레인에 들어가면 레이스 모드로 전환한다. 그러면 차가 나직이 가라앉고 윙이 솟아올라 다운포스가 강화된다.”

콰이프가 잠시 숨을 돌린 뒤 말을 이었다. “나아가 모드를 따라 올라가면 스티어링 감각이 달라진다. 노멀 모드에서는 이런 차로서는 파워지원이 상당히 크다. 거기서 레이스에 들어가면 스티어링이 더 묵직해 감각이 뚜렷해진다.” 설명을 마치고 콰이프는 P1을 몰고 피트레인을 빠져 우툴두툴하고 먼지가 날리는 서킷으로 나갔다. 힘차게 가속하자 내 몸이 버킷시트 깊숙이 가라앉았다.

V8 3.8L 트윈터보에서 737마력이 폭발하고 전기모터가 178마력을 보탰다. 나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속 97km 가속에 3초는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감동이 새로웠다. 트랙에서 P1은 얼굴을 후려치는 괴물이었다. 동시에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선입관을 바로잡는 기회를 줬다. 요란했다. 트윈터보 V8은 가슴 벅찬 포효를 토했고, 배기관은 통쾌하게 울부짖었다.내게는 무엇보다 그립감각이 강렬했다.

윌로 스프링스 턴1 캐스트롤 코너는 90° 뱅크의 좌회전 커브였다. 밑으로 내리꽂히던 트랙은 캠버가 심한 우회전 코너 래비츠 이어로 들어갔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했던 이 구간에는 줄잡아 2개의 정점이 있었다. P1은 가당치도 않은 속도로 이 구간을 통과했다. 첫 플라잉랩에서 콰이프는 턴2에서 과속, 언더스티어에 밀려 덤불 속으로 콱 틀어박힐 듯했다.

아무리 주문형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라 해도 그립이 먹힐 리 없었다. 한데 평형을 잃은 낌새도 없이 그립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 P1은 트랙션마저 자를 수 있었다. 오르막 좌회전 급커브를 빠져나와 저속에 들어갔다. 그때 콰이프가 액셀을 콱 밟자 순간적으로 머신의 엉덩이가 휙 돌아갔다. 내리막을 쓸어내린 P1은 서킷에서 가장 화려한 커브에 뛰어들었다. P1의 공력패키지가 진정한 실력을 발휘할 지점이었다. 턴6 몬로 리지는 언덕마루에 있는 고속 우회전 코너였다. P1의 초저상 시트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레이싱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 고갯마루 저쪽으로 밀려나갈 위험이 있었다. 한데 맥라렌은 그냥 지면에 못 박혔다. 뒤이은 직선코스에서 도달한 3자리 스피드가 얼마였든 가속력이 떨어지기 훨씬 전에 다음 코너에 들이닥쳤다. 흘낏 바라본 콰이프는 침착힌 표정으로 운전대를 매끈하고 잽싸게 조작했다. 윌로 스프링스 마지막 구간에서 2개의 우회전 코너가 하나로 합쳐 급커브를 이뤘다.

아주 긴 커브였고, 여기를 지날 때 P1은 비교적 차분했다. 콰이프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가 피트 직선코스가 눈에 들어오자 액셀을 콱 밟아 출구 연석을 가로질렀다. 우리는 주행라인을 가로지른 다음 떠오르는 캐스트롤 코너에서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P1 브레이크는 아케보노가 개발했고 초강력 실리콘-카바이드를 넣은 카본세라믹 디스크를 썼다. 따라서 그 제동력은 실로 경이적이었다.

나는 고속차를 몰아본 적이 있었다. 월드랠리카 WRC, BTCC 머신, 다카르 랠리용 트럭과 르망에서 우승한 스포츠카가 들어 있었다. 모두 난폭할 만큼 빨랐다. 경주차는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해 태어난다. 승리. 일단 성공하면 레이스카 엔진이 부서진 공구 자루 소리를 내도 개의치 않았다. 셧라인이 완벽하지 않아도 문제 삼지 않았다.

P1의 목적은 달랐다. 트랙에서 가장 빨리 돌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모든 오너가 스릴에 몸을 떨어야 했고, 이미 맥라렌 기술센터에 거액을 갖다 바친 부호들이 요구하는 안락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했다. P1은 실버스톤 서킷의 초고속 돌격이나 슈퍼마켓으로 갈 때나 똑같아야 했다. 나는 궁금증을 떨칠 수 없었다. 콰이프는 스포츠카와 GT 레이스의 노련한 프로 드라이버. 그럼에도 P1 프로토타입의 트랙 세션에서 ‘최고속 공격’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결국 모든 부품과 시스템을 한계까지 시험하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P1을 사는 고객이 모두 프로 드라이버는 아니다. 따라서 스티어링, 스로틀과 브레이크 페달을 좀 더 공격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차는 그런 반응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콰이프의 설명이다. 공격의 강도와 페이스를 다양하게 조율했다. 그래서 맥라렌 테스트 팀은 하이퍼카의 다양한 운전 모드에 따라 드라이버 지원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었다. 콰이프는 이렇게 말했다.

“가령 서킷을 매끈하게 돌아갈 때 ESP를 걸지 않았지만 좀 더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면 P1은 빨리 돌아갔다. ESP는 드라이버가 모르는 사이에 슬라이딩을 잡았다. 그 시스템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작동하기를 바랐다. 따라서 고객은 끼어든 머신의 기능을 모른 채 바라는 코스를 따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P1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프로 드라이버 옆에서 몇 바퀴를 돌아봤다. 몰아붙일수록 보람을 느끼는 차였다. 몇 가지만 들어도 F1형 파워와 공력 지원, 넘치는 저회전대 가속력과 억센 고속 그립. 이처럼 풍부한 잠재력을 업고 오너는 차와 더불어 시간이 갈수록 성장한다. 우리는 희망을 걸었다. 15억짜리 하이퍼카를 살 수 있는 행운아 375명 가운데 대다수가 이 차를 자기 컬렉션의 밀실에 가둬두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P1은 몰아야 하고 힘차게 몰아야 할 머신이다.

글: 맷 버트(Matt B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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