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 스포츠, 전 세대 모델과 공통점은 오직 이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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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 전 세대 모델과 공통점은 오직 이름뿐이다
  • 안민희
  • 승인 2014.01.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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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전 세대 모델과 연결점을 없앤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과거와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디스커버리의 차체를 공유했던 전 세대와 달리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레인지로버의 알루미늄 플랫폼을 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차로 거듭났다.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커다란 덩치 덕분에 존재감이 강하다. 직선 위주로 다듬은 디자인은 랜드로버의 정체성. 간결한 선으로 다듬은 디자인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

실내는 단정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보이는 곳곳을 가죽으로 감쌌음에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호사스러운 소재를 가지고 단순함의 미학을 살렸다. 운전석에 앉으면 넓은 시야에 감탄하게 된다. 높은 차체와 곧추선 A필러, 낮게 자리한 창문의 끝 덕분에 시선을 상당히 넓게 둘 수 있다. 한순간 사파리를 달리는 차를 떠올렸다. 마치 주변의 것들과 멀어져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선 느낌이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에 모아놓은 조작부는 상당히 다루기 편했다. 필요한 기능들을 가지런히 모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대부분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계기판도 12.3인치 스크린이라 주행에 관련된 설정 확인 및 세팅이 쉽다.

뒷자리의 착석감은 약간 단단한 편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6:4로 나눠 뒤로 눕힐 수 있는 점이 좋다. 눈으로 볼 때 기울어지는 각도는 크지 않지만, 앉아보면 꽤 여유롭게 등을 기대고 앉을 수 있다. 더불어 다리 공간도 넉넉하다. 전 세대 모델에 비해 휠베이스를 178mm 늘렸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24mm 늘었다지만, 실내 공간 전체가 늘었다. 상당히 널찍한 기분이다.
 

성능 부분에 있어서는 전 세대 모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엔진은 V6 3.0L 디젤 ‘SDV6’ 엔진을 쓴다.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292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61.2kg·m으로 2000rpm에서 나온다. 자동 8단 변속기를 맞물려 항상 네 바퀴를 굴린다. 평소 주행할 때는 앞뒤의 출력 배분은 5:5다. 상황에 따라 10:0 또는 0:10까지 조절한다.

변화의 중심은 차체다. 기존의 무거운 차체를 버리고, 레인지로버의 플랫폼을 받아들였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해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가 420kg을 줄였다. 소재의 변화가 큰 차이를 가져왔다. 반면, 경량화를 위해 레인지로버의 플랫폼을 받아들였다고 해도, 두 모델간의 차이는 크다. 랜드로버에 의하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위해 전체 부품 중 75%를 새로 개발했다고 한다. 온로드 주행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다.
 

그 결과 주행감각이 상당히 좋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상당히 뛰어나고, 순항에서는 지극히 편안했다. 특히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의 반응이 뛰어났다. 스티어링 휠, 서스펜션, 차체의 움직임을 살펴 빠르게 답력을 조절한다. 그래서 굽이치는 길을 달릴 때 속도나 반응에 따라 차체의 거동이 달라졌다. 저속에서는 차체를 기울이며 자연스럽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반면 고속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차체를 단단히 받치고 조금의 기울임도 없이 단단히 돌아나간다. 노면의 충격도 부드럽게 다독여 약한 진동만 전할 뿐이다. 굴곡진 구간을 만나도 잔여진동이 없다.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도심. 부드럽게 가속을 잇되 rpm을 최대한 낮춰 달린다. 연비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변속 충격은 느끼기 어려웠다. 8단 자동변속기와 힘이 넘치는 디젤 엔진의 조합은 저회전으로 부드러운 가속을 이끈다. 방음도 잘 되어 있어 엔진의 소음이나 진동은 전해지지 않는다. 넉넉한 힘 덕분에 조금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순식간에 무리를 앞질러 나간다.
 

속도를 올려나갈수록 엔진의 특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질감이 상당히 독특하다. 여유롭게 달릴 때는 넉넉했지만, 몰아칠 때는 고스란히 제 힘을 내뿜는다. 그런데, 반응성과 회전 질감이 둔탁하지도 날카롭지도 않다. 마치 휘몰아치는 듯한 느낌이다. 시속 0→100km 가속시간은 7.2초다. 큰 덩치를 잊게 만드는 출력에 맞춰, 브레이크의 성능은 그 이상이다. 균일하게 빠르게 속도를 줄인다. 절대 제동력이 뛰어나면서도 속도를 줄일 때 움직임이 아주 부드럽다. 머리를 수그리지 않는다.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는 감각이 우아하게까지 느껴졌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km를 유지할 때 엔진 회전수는 약 1,500rpm이다. 이대로만 유지한다면 고속도로 연비 13.2km/L는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속도를 탐한다. 8단 기어에 물려놓은 상황에서도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여유롭게 속도를 올려나간다. 넉넉한 힘이 돋보인다. 풍절음은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여유로운 이유다.
 

오프로드 실력도 충분하다. 지상고 높이 조절 버튼을 눌러 차체를 높이고, 지형 반응 시스템 ‘터레인 리스폰스’를 진흙으로 놓고 험로를 들어섰다. 오프로드로 설정하면 평소 주행 때보다 차체를 65mm 높이며, 최대 70mm를 더 높일 수 있다. 총 135mm가 높아지는 셈이다. 코스는 험난하지 않지만 곳곳에 얼음이 두껍게 얼었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에 신경이 쏠린다. 차체는 구덩이를 빠져나가느냐 기우뚱거려도 손끝으로는 노면의 상태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얼음을 건널 때면 손끝으로 미묘한 답력의 차이가 느껴진다. 절로 긴장이 되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빠져나왔다.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시승을 끝낼 때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 한대의 차만 골라야 한다면 이 차를 고를 것인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분명 아주 좋은 차다. SUV에 기대하는 안락함을 충족시킨다. 넉넉하고 조용한데다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 넉넉한 짐 공간 모두 욕심이 난다. 19개나 스피커를 단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도 욕심이 난다. 반면 경쟁자인 포르쉐 카이엔은 다른 특색을 갖췄다. 실내의 고급스러움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온로드에서는 적수가 없다. 평소라면 주저 없이 카이엔을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쉽게 결정하기가 힘들다. 운전의 쾌감을 약간 양보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글: 안민희 기자

RANGE ROVER SPORT 3.0 SDV6 HSE DYNAMIC
가격: 1억2천650만원
크기: 4850×1985×1780mm
휠베이스: 2925mm
0→시속 100km 가속: 7.2초
최고시속: 210km(제한)
엔진: V6, 2993cc, 터보 디젤
무게: 2290kg
최고출력: 292마력/4000rpm
최대토크: 61.2kg·m/2000rpm
복합연비: 10.6km/L
CO₂ 배출량: 190g/km
변속기: 8단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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