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해치백 둘과 미니 JCW가 맞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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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해치백 둘과 미니 JCW가 맞붙다
  • 마크 티쇼
  • 승인 2014.01.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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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캐드웰 파크(Cadwell Park) 트랙에 가볍고 쾌활한 4기통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르노 메간 RB8, 포드 포커스 ST가 사정없는 추격전을 벌이고, 카메라를 단 미니 JCW가 그 뒤를 잽싸게 쫒고 있다. <오토카> 기자들이 총 출동해 추격전을 벌이는 이유는 단 하나. 3만 파운드(약 5천230만원) 이하의 가장 핸들링이 뛰어난 차를 찾기 위해서다. 2부-핫 해치(Hot Hatch)를 시작한다.

핫 해치란 고성능 해치백에 붙는 칭호다.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는 해치백 모델에 강한 출력의 엔진을 넣고 구동계를 강화한 차들이다. 굳이 스포츠카를 사지 않더라도 그에 필적하는 운전 재미를 누릴 수 있는데다, 해치백의 유용성은 그대로 유지해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오늘 등장한 차들은 핫 해치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는 모델들이다. 다들 작은 차에 화끈한 터보 엔진을 달아 정말 화끈하게 달린다.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귀여운 미니 JCW GP다.

우선 오늘의 대결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르노 메간 RB8은 컵 모델 정도로 섀시를 튜닝한데다가 2.0L 터보 엔진을 얹어 265마력의 힘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게다가 포드 포커스 ST 마운튠은 275마력을 낸다. 이에 맞서는 미니 JCW GP의 최고출력은 218마력. 출력 차이가 꽤 크다. 미니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트랙에 어울리는 미니로 탈바꿈한 JCW GP의 가격은 2만8천795 파운드다.(약 5천20만원) 우리의 예산 안에 들어맞을 뿐더러, 조금 더 큰 경쟁자들과 겨뤄도 좋을만한 실내 공간도 있다. 반면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는 약간 허전하고, 시끄럽다. 과장을 하자면 노동을 하는 시끄럽고 땀으로 얼룩진 공간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들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힘차게 회전하는 엔진이 좁은 기어비와 잘 어우러지는 덕분에, 미니를 합리적인 속도로 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접지력이 지나치게 높아 코너에 마구 뛰어들게 된다. 코너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정도다. 스티어링은 기본형 JCW보다 빠르지 않지만, 스프링과 늘어난 캠버로 핸들링 성능을 강화했다. 그 덕에 타이어는 트랙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고 강화된 330mm 앞 브레이크 디스크는 6피스톤 캘리퍼의 강력한 압력에도 거의 페이드를 보이지 않았으며, 미니 JCW의 만성적인 승차감 문제는 더 값비싼 부품들 덕분에 완화되어 승차감 때문에 속도를 줄일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는, 출발한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이해할 수 있는, 차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을, 아주 잘 이끌어낼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에 속도를 줄이게 된다. 작은 사내 팀이 확실한 기술과 열정으로 개발한 섬세하고 이해하기 쉬운 서킷용 해치백이 바로 이 차다.

그러나 그 타협하지 않는 모습은 차동제한 디퍼렌셜이 없어 너무 열성적인 앞쪽과 기본 차가 다져놓은 지나친 방식 앞에 우리를 피곤하게 했다. 요약하자면 직접성과 전개능력은 너무 지나치고 미묘한 조절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면은 너무 부족하다. 서킷을 달리며 날카로운 코너를 계속 공략하다보면, 랩 타임은 빠를지언정 그 극단적인 양쪽이 서서히 매력을 잃게 만들었다.

미니는 빠르고 재미있지만 이번에는 가격이라는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는 색다른 차다. 비싼 이 차는 매일같이 쏘면서 달리는 차라기보다는 값비싼 레크리에이션 쪽에 가깝다. 젖은 노면에서 다루기 까다롭기도 하다.

이제 남은 차는 포드 포커스 ST와 르노 메간 RB8. 두 대를 세워놓고 돌아봤다. 포드 포커스 ST는 미니에 비하면 조금 더 과격하게 여러 가지를 붙인 느낌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포드 고성능차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 차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1천275파운드(약 220만원) 상당의 마운튠(Mountune) 튜닝이 추가되어 2.0L 에코부스트 엔진의 최고출력이 275마력으로 높아졌고 0→시속 100km 가속을 6초 이하에 끊는다.

게다가 편의장비를 포기하면 가격이 싸진다. 장비 구성이 형편없는 ST-1의 가격이 겨우 2만1천995파운드(약 3천830만원)일 정도로 기본형 모델 값이 아주 저렴한 덕분에 쓸 만하게 갖춘 르노보다 거의 5천 파운드(약 870만원)는 비용을 덜 써도 된다.

르노 메간 RB8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RB의 뜻은 레드 불.(Red Bull) 평소 우리가 마시는 에너지 음료 이름이 맞다. F1의 레드 불 레이싱 팀과 르노와의 돈독한 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이름이랄까.물론 메간 RB8은 레드 불 음료수보단 훨씬 비싸다.

2만8천245파운드(약 4천920만원)라는 거품 낀 값을 정당화하기 위해 풍성한 장비를 달았고, 30대만 한정 생산된다. 반면 엔진 출력은 그대로 2.0L 터보 265마력이라는 점은 아쉽다. 성능에 초점을 맞춰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기본형 19인치 알로이 휠에 끼워진 접지력 좋은 새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전부다.

먼저 포커스 ST에 올라섰다. 출력이 더 높아서 그런지 앞부분에서 거친 감각이 약간 느껴진다. 하지만 피에스타 ST와 같이 아슬아슬한 섀시 균형을 통해 거친 감각에 맞선다. 거침과 맞서는 유연함이라고 할까. 캐드웰 파크 트랙을 정복하기 위한 열쇠다. 미니와 다르게 코너를 유연하게 타넘으며 코너를 길게 즐길 정도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어느새 포뮬러 포드 경주차를 완벽하게 모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포커스 ST와 완전히 다른 차이긴 하지만, 모는 방법이 비슷해서다. 차를 제대로 몰아붙여 빠른 속도로 코너를 정복하려면, 스티어링 휠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1.8바퀴 밖에 돌아가지 않는 스티어링 휠을 제대로 다뤄야 한다.

무겁고 점진적으로 조절되는 스티어링 휠을 최소한으로 움직이며 달려야 한다. 만일 스티어링 휠을 크게 꺽어 차체를 집어던지면, 포커스는 토요타 GT86이나 쇼핑 카트를 떠오르게 하는 느낌으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전력을 다해 달리는 것이 워밍업을 위해 달리는 것만큼 재미있다.

포커스 ST는 입에 공을 문 개와 같은 느낌이다.어떤 것을 던져주든지 항상 즐겁게 되돌려준다. 거의 41.5kg•m에 가까운 토크를 살려 부담스럽지 않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도로에 착 달라붙어 씩 웃으며 난폭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더 뛰어난 서킷용 차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제대로 만든 핫 해치쯤은 된다. 

포커스의 열광과 달리 메간은 처음에 답답하게 느껴졌다. 스티어링 감각은 과격할 정도로 느리고, 전반적으로 르노는 미니나 포드만큼 대단히 광적이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미친 듯이 안으로 파고들지도 않고,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 꼬리가 바깥쪽으로 달라붙지도 않는다. 똑바로 앉아 주의를 집중하기만 하면, 이 차가 실제로 하는 것은 캐드웰 파크를 빨리 돌기 시작하는 것뿐이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경쟁자들과 달리 컵 모델은 규칙에 억매이지 않는다. 앞바퀴 사이에는 GKN 토크 편향 차동 제한 디퍼렌셜이 있고, 스티어링 축을 쇼크 업소버로부터 분리하는 퍼포허브(PerfoHub) 스트럿을 갖추고 있다. 스트럿의 효과는 크게 느낄 수 없지만, 디퍼렌셜의 효과는 즉시 느껴질 정도다. 차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 아주 특별한, 핵심 요소다. 앞바퀴의 저항을 판단하고, 힘을 싣고 빼며 매끈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미끄러질 수 있도록 한다.

차체 제어와 요철 흡수의 절묘한 서스펜션 세팅을 조화로운 섀시가 뒷받침한다. 전반적인 정확함과 기계적인 정통성 덕분에 트랙에서 즐기기 좋았다. RB8의 효과 역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출력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날카롭고 매끈한 코너링은 포텐자 타이어 덕분에 훨씬 더 든든하고 정교하게 발휘된다.

메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층 더 나았다. 차의 능력이 처음부터 뚜렷하지는 않았다. 반면 일단 익히게 되면 한계를 찾기 쉽다. 차의 능력을 제한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여러 바퀴를 돌아보고 충분한 고민과 시도를 한 끝에 나는 답을 찾았다는 느낌을 얻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해서 즐기는 것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노력과 기쁨의 합주곡은 슈퍼카에서는 드문 것이다. 앞바퀴굴림 차 가운데, 서킷에서 배우고, 익히고, 사랑에 빠지기에 이보다 더 나은 요즘 차는 단언컨대 없다. RB8은 이들 가운데 큰 차이를 두고 가장 뛰어난 모델로 핸들링 경쟁의 결승에 올라갈 충분한 가치가 있다.

글: 마크 티쇼(Mark Tiss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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