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C-X17, 재규어의 새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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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C-X17, 재규어의 새 지평
  • 스티브 크로폴리
  • 승인 2013.12.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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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서 내 시선은 여느 때와는 달리 내려다보지 않고 불룩한 보닛을 타고 넘었다. 눈에 들어오는 도로의 인상이 지금까지 나온 어느 재규어와도 달랐다. 그럼에도 배지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그 시각만으로도 재규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닛 중간에는 재규어다운 파워벌지가 있었다. 어떤 재규어와도 달랐지만 강력한 유대를 갖고 있었다. 차의 전방 끝머리 양쪽에서 2개의 부드러운 곡선이 우아하게 교차했다.

한 쌍이 각 헤드램프의 꼭대기를 미끄러져나갔다. 다른 한 쌍의 곡선은 양쪽 앞바퀴 위에 있는 근육을 그려냈다. 이것은 C-X17의 최신 모델, 네바퀴굴림 ‘스포츠 크로스오버’ 콘셉트 버전이다. 2~3년 뒤에 나올 지극히 비싼 완전 알루미늄 구조의 재규어다. 재규어가 벌어들인 돈을 거기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래서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메이커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다진다.

저널리스트로 우리는 끈질기게 재규어를 공격할 틈을 찾고 있다. 중요한 새 차를 둘러싸고 으레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를 통해 메이커는 잠재적 고객들이 새로운 제작 시스템의 매혹적인 가능성을 깨닫게 한다. 전망이 밝은 SUV를 비롯한 일련의 새 차가 등장한다. 두바이의 방대한 경마장 부근에 있는 질펀한 주차장에서 간략한 시승을 했다. 그런 다음 이 프로토타입은 밤 사이에 깨끗이 목욕을 한 뒤 이튿날 현지 모터쇼에 나갔다.

그런데 두바이모터쇼에는 BMW 3시리즈에 도전하는 재규어도 나왔다. 따라서 모두가 SUV 스펙의 디테일에만 매몰되기를 원치 않았다. 아무튼 누구나 인정하듯 단 한 대의 실버 C-X17 프로토타입은 두바이모터쇼에서 스타로 떴다. 나는 이 특별한 프로토타입의 우아한 살갗 아래 새로운 알루미늄 구조가 숨어 있느냐고 물어봤다. 자동차 기술 감독 그레이엄 윌킨스는 현 단계에서 속살은 기술적 시험에 불과하다고 했다.

“거기에는 V6 3.0L 슈퍼차저(XF, XJ와 같은)가 들어 있다. 그리고 네바퀴굴림이다. 그건 진짜가 아니지만 주문형 실험에 더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모든 새것들이 잘 맞아 들어간다. 그건 제자리를 찾는 것만큼 중요하다.”

2개월 전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C-X17은 베일을 벗었다. 그 뒤 재규어 고위층은 C-X17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둘로 갈라졌다. F-타입 디자인 스타일이 한 극단(스포츠카)에서 다른 극단(SUV)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동시에 중간단계에서는 세단과 왜건을 아우른다. 따라서 재규어는 시장이 받아들일 차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게 일부의 견해다.

그와는 달리 이처럼 디자인 스타일에 집중하면 알루미늄으로 완전히 전환하려는 의미를 흐리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거액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으로 지금부터 나올 모든 재규어에 영향을 준다. 이건 단순히 재규어가 만들고 있는 콤팩트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앞으로 20년 또는 그 이상을 내다보는 미래의 라인업 전체의 바탕을 이룬다. 윌킨스의 말을 들어보자.

“기업 전체로서는 도도한 흐름의 일부라 할 수 있다. 한데 이거야 말로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일생에 한번 있을 프로젝트다. 우리는 서스펜션, 휠베이스, 너비와 높이를 최대한 유연하게 선택할 길을 찾았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유일한 대상은 스포츠카. 차체가 낮고 휠베이스가 짧으며 다른 차종에 비해 프러포션이 비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건 미래의 재규어다. 나는 39세다. 따라서 이런 디테일에 다시 손대기 전에 은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조심스레 차에 올랐다. 경험에 비춰 35℃의 폭염 속에 콘셉트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알고 있었다. 어느 유명한 모터쇼에서 한 모델이 오후 내내 스포츠카 보닛에 올라앉아 포즈를 취해야 했다. 그러자 점토로 만든 스포츠카 표면이 크레바스처럼 푹 꺼졌다. 먼저 도어를 통해 들여다보면 안장용 가죽으로 감싼 우아하고 단순한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50년 동안 우리 눈에 익은 아름답고 단순한 오리지널 E-타입을 연상시켰다. 반짝이는 장식이 있지만 그 효과는 단순했다. 앞에는 여유 있게 비례를 잡은 한 쌍의 둥근 다이얼이 박혀 있다. 높은 센터콘솔은 한복판을 지나가고 매혹적인 스크린으로 변한다. 위에 있는 차양은 낮은 실내에 무늬를 그려준다. 그리고 단순하고 경사진 대시보드는 끝자락에 금속 트림을 받아들였다. 콘솔 위에는 ‘JAGUAR’가 박혀 있다.

실내의 주요한 스펙은 양산차에 그대로 살린다고 재규어 고등 디자인 총책 줄리언 톰슨이 말했다. 그는 자기 팀이 이룬 성과를 자랑했다. 하지만 컬러와 트림은 실험용이라 했다. 겉보기에 차는 매끈했지만, 달리기 시작하자 조잡한 속살이 즉시 드러났다. 프로토타입은 으레 그렇다.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어느 엔지니어가 뒷좌석에서 콘솔 구멍에 신비롭게 끼어 있는 스패너로 드라이브(Drive) 모드를 골랐다.

차는 으르렁거리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한데 ‘잘 조절된’ 배기음이 없는 재규어를 모는 기분은 정말 생뚱했다. 너무 요란했고, 배기관 어디엔가에서 배기가 폭발했다. 서스펜션은 가장 완만한 범프에도 겁나게 반응했다. 안정성이 아니라 시각적 충격을 주려고 고른 23인치 휠 탓이었다. 게다가 빨리 달릴 때 트랜스미션에서 덜컥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이상하게도 스티어링 감각은 상당히 좋았다. 잠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때 윌킨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이 차는 앞쪽에 더블위시본 서스펜션(맥퍼슨 스트럿보다 정확성이 뛰어난)을 썼다. 콤팩트 재규어에 디자인팀과 기술진이 요구하는 조건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디자인팀은 낮은 보닛라인, 기술진은 탁월한 스티어링과 승차감을 살리려 했다. 이제 다음 시승 팀에 넘겨줘야 할 때가 왔다.

시속 65km를 냈을까? 우리가 차를 세우려는데 브레이크에서 다시 투덜거리는 소리가 났다. 뒷좌석에 유령처럼 앉아 있던 엔지니어가 다시 스패너로 차를 완전히 세웠다. 우리는 재규어 안에서 발을 뻗고 운전했기 때문에 거의 굴러 떨어질 뻔했다. 다른 재규어보다 자그마치 10cm 높이 앉아 있었던 걸 깜빡한 것이다.

이건 장거리 시승이 아니었고, 상당한 속도로 몰아붙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중요한 두 가지를 알아냈다. 운전석에 앉아 시야를 즐기고 보닛 위를 내려다봤다. 거기서 이 SUV는 특별한 양산 재규어로 나가는 게 분명했다. 실내 디테일은 빗나갔지만 SUV는 과녁의 중심을 맞췄다. 이 부문은 최고속 성장의 프리미엄 섹터. 아우디와 BMW가 벌써 오래전부터 알차게 돈을 벌고 있다. 이런 성장세는 금방 멈추지 않을 것이다.

두바이 현지의 재규어 관계자들은 끝까지 신중했다. 대화 가운데 “우리가 이런 차를 만든다면”이라거나 “우리가 크로스오버를 고려한다면”이라는 말이 끼어들었다. 한데 정중하게 실상을 흐리려 초인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진실은 분명했다. 누가 말한 대로 특별히 디자인하고 제작한 외부 미러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세단이 전성기를 넘긴 2년 뒤 이름이 바뀐 양산 C-X17가 나온다. 그러면 시장을 사로잡을 대단한 차가 될 것이다.

글: 스티브 크로폴리(Steve Crop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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