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폴로, 개성보단 기본기로 편의장비보단 디테일 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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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폴로, 개성보단 기본기로 편의장비보단 디테일 분장으로
  • 김태천
  • 승인 2013.05.2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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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폴로는 유럽에서 B세그먼트에 속하는 소형차다. 5세대 폴로는 2009년 처음 소개되었고, 이미 페이스리프트까지 마친 모델로 올해 서울모터쇼를 계기로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도입 시기가 늦춰진 것은 아마도 그동안은 한국시장에서 그만큼 작은 차를 수용할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던 모양이다.

유럽에서도 그렇듯 골프 같은 차는 사고 싶지만 가격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뺄 것 많이 빼서 작게 만든 차가 폴로다. 전면부를 비롯해 지금의 스타일링 큐 역시 6세대 골프에서 가져온 것이다. 골프에 비하면 체구가 훨씬 작고, 지붕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예상보다 측면의 비율은 제법 괜찮다. 다만 후면부의 경우 스타일링에 대한 자유도나 별다른 특색 없이 작은 차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독일 브랜드 중에서도 폭스바겐 차들의 스타일을 보면 프랑스나 이태리 차들이 풍기는 어떤 재치나 감성적인 멋보다는 다분히 기계적이다. 그래서 화려함보다는 언제나처럼 간결하다거나 단정해 보인다는 표현이 이 차에도 어울린다. 혹자들은 무개성이 개성이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 역시 골프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실내의 레이아웃이나 눈에 보이는 편의장비들의 배치와 모노톤의 컬러 매칭 등에서도 거의 다른 폭스바겐 모델에서 많이 봤던 모습 그대로다. 그래도 플라스틱 소재들은 견고한 느낌을 주고, 체구에 비해 제법 공간적인 여유는 있어 보인다. 공인받은 표준 연비는 18.3km/L나 된다. 거짓이 아니다. 도심을 나와 고속도로까지 골고루 다녀본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달릴수록 계기판에 나타나는 평균 연비 수치가 어느새 19km/L를 넘더니 나중에는 20.6km/L로 점점 더 올라갔다. 작고 효율이 높은 차라면 당연한 결과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은 차들이 있기에 이 부분에서는 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 이 차에 얹은 1.6L TDI 엔진의 최고출력은 90마력/4,200rpm에 불과하고, 최대토크도 23.5kg·m/1,500~2,500rpm 정도로 평범한데, 변속기는 7단 DSG와 물려 있다.

연비가 좋은 이유는 가벼운 차체와 연비 중심의 파워트레인 세팅 때문인 듯하다. 일반적인 주행 수준에 맞춰 페달을 밟았을 때 1단과 7단을 제외하면 거의 시속 10km마다 기어가 변속된다. 속도를 높이지 않는 시내 주행과 교외구간에서 정속주행에 가까운 일상적인 운전에서는 사실 언제나 힘이 약간 부족한 듯하다.

평상시처럼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스피드 상승이 아주 늦은 것은 아닌데, 가속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차를 살살 달래듯 끌어나가는 게 마치 발바닥에서 약간 간지러운 느낌마저 받는다. 스포트 모드의 변속 패턴이 그렇듯 시원스럽게 가속하려면 거의 2,800rpm 이후에나 얻을 수 있다. 그래도 가속페달을 좀 밟으면 나도 잘 달릴 수 있다고 하며 잘도 내지른다. 다만 그 한계는 시속 180km까지.

서스펜션 나름 낭창낭창한 타입을 추구했다. 승차감이 편안하면서도 핸들링도 안정적인 편이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충분한데 비해 상대적으로 리어 서스펜션의 경우 부드러우면서도 스트로크는 짧고 움직임도 빠르다. 평상시는 편안하게 다니다가도 조금 높고 각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댐퍼의 리범프 동작이 너무 빨라 어느새 ‘이크!’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래쪽에서 큰 충격이 차체를 때리고 지나간다.

스티어링의 입력값 대비 차체가 움직이는 반응은 전반적으로 빠른 모션을 유도할 수 있는 세팅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한계치도 뚜렷하다. 대신 ESP가 일찌감치 개입해 위험 요인을 미리 잡아준다. 연비와 무난함에 치중한 모델인 만큼 거의 설정된 안전 범위 내에서만 거동할 수 있는 셈이다.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 도전적인 면은 거의 없다. 그런 느낌을 원한다면 나중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GTD나 GTI, 1.4L 트윈차저 같은 모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브레이크 페달의 리턴감은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가 놓았을 때 페달이 올라오는 동작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원인은 ‘오토홀드’(Auto Hold) 기능을 가진 브레이크 시스템 내부에서 피스톤 주변을 잡아주는 브레이크 실의 저항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오토홀드를 On/Off 하는 스위치가 있거나 다이내믹스타트 기능이 있는 차에서는 덜한데, 그런 게 하나도 없고 파워가 약한 작은 차에서는 이처럼 브레이크 페달의 리턴 딜레이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DSG 변속기의 보호 차원과 맞물려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기계적으로 세세한 감도 조절을 덜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설령 오토홀드 기능을 가진 브레이크 장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운전 편의성을 고려하면 개선할 내용임은 분명하다.

오토홀드 기능이 정작 언덕에서 출발할 때는 유용하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나 주차장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후진 또는 서서히 전·후진을 반복할 때도 불편함이 있다. 또한 신호대기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덜 밟고 있으면 변속기에서는 반 클러치 상태가 되어 차는 슬금슬금 밀고나가려 한다. 브레이크와 DSG의 원활한 연결동작을 위해 사람이 힘과 신경을 더 쓰고 있어야 하는 셈이다.

가격과 옵션, 아니 가격 대비 가치에서 약간 애매한 부분도 있다.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한 결과일까?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옵션이라는 게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기본기만 좋다면 차라리 거창한 옵션을 빼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날이 풀려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 흔한 열선 시트도 없다. 그런데도 내·외장을 좀 더 고급스럽게 꾸민 R-라인이라는 이유로 가격은 2천490만원이다. 사실 좀 애매한 포지션이다.

물론 수입차 시장에는 훨씬 더 비싼 미니 쿠퍼도 있고, 약간 더 비싼 피아트 500과 시트로엥 DS3의 경우 나름 프리미엄 지향이라는 점에서 비싼 가격이 일부 통하기도 하지만, 폭스바겐이 만든 작은 차라는 것과 연비 성능 외에는 내세울 게 부족하다.  물론 이들에 비하면 당연히 폴로의 방향은 다르다. 보다 대중적이다. 그들과의 상대는 상위 차종에 맡기고 실제로 폴로는 자기 신분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입차라는 점과 실질적으로도 가격 대비 메리트가 크다고는 보기 힘들다. 비록 시장이 다르다고는 하나, 어쩌면 적은 내부에 있을 수도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차세대 골프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이나 작은 차를 선호하는 유럽에서는 골프 다음가는 볼륨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차들의 가격이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수입차라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상대적인 가격 비교 심리 등에서 판매 볼륨을 높이기는 힘들 것이다.
또 만약 이 차를 한국에서 많이 팔려면 충분한 밑거름과 든든한 뿌리가 필요한데, 우리네 시장이 그런 분위기까지 가려면 정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따라야할 것이다.

글: 김태천

VW Polo TDI R-Line
가격: 2천490만원
크기: 3970×1685×1450mm
휠베이스: 2456mm
중량: 1550kg
엔진: 직렬 4기통, 1598cc, 터보 디젤
최고출력: 90마력/4200rpm
최대토크: 23.5kg·m/1500~2500rpm
복합연비: 18.3km/L
CO₂ 배출량: 104g/km
변속기: 7단 DSG
서스펜션(앞/뒤): 스트럿 /토션빔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 /디스크
타이어: (앞, 뒤 모두)215/45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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