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올 뉴 카렌스, 미니밴 껍질 벗고 무정형 패밀리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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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올 뉴 카렌스, 미니밴 껍질 벗고 무정형 패밀리카로
  • 최주식
  • 승인 2013.05.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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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신형 카렌스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세그먼트를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객층은 준중형에서 중형으로 넘어가는 수요를 타깃으로 한다고.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 즉 가치소비를 원하는데 카렌스야말로 여기에 잘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1999년 처음 등장한 카렌스는 소형 미니밴을 표방하고 나왔다. 2006년 뉴 카렌스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후 7년 만에 등장한 올 뉴 카렌스는, 일단 미니밴이 아니다. 미니밴의 기준은 워크스루, 즉 차내에서 앞뒤 좌석 사이를 왕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칼럼식 시프트를 쓰거나 센터페시아에 기어박스를 단다. 플로어에 기어박스를 없앰으로써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카렌스는 센터페시아에 기어박스를 달아 워크스루 기능을 살렸다. 아무튼 소형 미니밴의 조건에 부합해온 것이다. 하지만 신형 카렌스는 플로어에 기어박스를 배치함으로서 미니밴 성격이 사라졌다.

기아에서 세그먼트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아의 논리는 현재 국내 미니밴 시장이 인기가 없다는 것. 그래서 승용 라이프와 RV의 공간성을 추구한 것이 신형 카렌스의 성격이고, SUV의 파워풀한 동력성능보다는 세단 감각의 정숙성과 경제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쉐보레 올란도와 새로 진입하는 소형 SUV와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본다. 기아 관계자는 고객들의 수요가 다양해지는 만큼 특정한 장르로 설명할 수 없는 차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카렌스도 그중 하나라는 얘긴데, 어쩌면 영리한 전략이라고 해야 할까.

시승차는 1.7 디젤 모델로 5인승이다. 7인승 모델은 2.0 LPi 엔진이 얹힌다. 가격대는 2.0 LPi가 1천800만원부터, 1.7 디젤은 2천85만원부터 시작된다. LPG 엔진을 유지함으로써 패밀리카든 작업용이든 다양한 포석을 깔아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올 뉴 카렌스는 높이를 40mm 낮춘 스타일부터 승용 감각이 물씬하다. 차체 길이는 20mm 짧아졌지만 휠베이스는 50mm 늘어났다. 실내에 들어서 운전석에 앉는다. 카울 포인트가 멀고 대시보드 상단이 운동장처럼 넓다. A필러 쪽으로 삼각창을 내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구성은 최근 기아 승용차에서 익숙하게 보던 그대로. 능숙하게 반죽한 베테랑 주방장의 솜씨다. 달리기 시작하면 하체는 좀 소프트하다는 인상이다.

가벼운 차체는 여러 사람이 탔을 때의 무게를 생각한 것일까. 차체가 출렁이는 데 비해 버킷타입 시트가 잘 잡아주는 편이다. 시트는 의외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시트 조절이 수동식이라는 게 불편하지만 스티어링 휠의 두툼한 그립은 괜찮다.

조수석 글로브박스는 낮게 위치해 열면 무릎에 걸린다. 센터콘솔은 높은 위치가 암레스트 역할을 하는데 속은 깊지만 넓지는 않다. 원터치로 열리는 선루프는 가운데서 양옆으로 크게 열리는데, 운전석 머리 위까지 개방되어 시원스럽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을 나타내고 시속 110km에서 2,000rpm에 머문다.

속도를 조금 높여 시속 140km에 이르면 2,500rpm 정도를 나타낸다. 중형 세단의 주행감과 비슷한데 아무래도 약간 떠 있는 느낌이다. 가속할 때 플로어에서 진동이 조금 느껴진다. 하체는 좀 더 견고했으면 좋겠다. 브레이크 답력은 중간 정도. 전반적인 스티어링은 약간 가벼운 쪽이다.

유틸리티에서 구형과의 가장 큰 차이는 2열 시트의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 기능이 추가된 것이다. 도어 패널에는 페트병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그 옆으로는 좁아서 다른 물건을 두기 곤란하다.

패키징으로 보면 소형 미니밴에서 출발해 승용 감각 플러스 레저 용도의 복합기능을 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짬짜면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처럼. 짬짜면은 먹을 때는 좋지만 먹고 나면 뭘 먹었는지 모른다는 게 단점이지만.

글: 최주식

KIA ALL NEW CARENS 1.7 DIESEL
가격: 2천420만원(프레스티지)
크기(길이×너비×높이): 4525×1805×1610mm
휠베이스: 2750mm
엔진: 직렬 4기통, 디젤, 1685cc
최고출력: 140마력/4000rpm
최대토크: 33.0kg·m/1750~2500rpm
복합연비: 13.2km/L
CO₂배출량: 150g/km
변속기: 자동 6단
서스펜션(앞/뒤): 스트럿/토션빔 액슬
브레이크: 모두 디스크
타이어: 225/45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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