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애론 크로스. 국방부에서 은밀하게 진행하던 ‘아웃컴’의 실험대상자. 즉, 최정예 요원으로 극비리에 상상할 수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 누구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누구도 그 존재를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총상을 입고 사망한 줄 알았던 제이슨 본이 깨어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다니느라 이리저리 들쑤시는 바람에 트레드스톤의 존재가 알려지고 연관된 프로그램의 보안을 보장할 수 없게 되어 은밀하게 요원들을 하나씩 제거하려 한다. 그렇게 조직의 표적이 된 애론은 블랙 브라이어 프로젝트에 참가한 셰링 박사와 함께 생존을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본이다. 5년 전, 전 세계를 흥분으로 몰아넣으며 등장한 제이슨 본과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 여정 중에 펼쳐지는 진중하고 강렬한 액션.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 조직과 음모 그리고 그 속에서 흔들리는 가치관 등이 흥미롭고 첨예하게 시작되어 제이슨 본의 이야기가 세 편의 영화로 이어진다. 이제 또 다른 극비 프로그램 아웃컴의 애론이 바톤을 이어받아 본 레거시로 모습을 드러냈다.
본 시리즈의 스핀 오프. 프리퀄도 아니고 리빌드로 리메이크도 아닌, 그래서 제이슨과 어떻게 평행선을 달려줄까 기대하게 만든 바로 그 영화 <본 레거시>. 비슷하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세팅된 제이슨과 애론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제이슨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정체성의 의문을 던지며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졌던 전 시리즈물과는 다르다. 애론은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나 자신에게 행해진 아웃컴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나 질문을 던지며 혼란스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다가오는 상대를, 지금까지 익히고 갈고 닦은 방법을 동원해서 가볍게 물리치고 생존본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애론의 차는 뷰익 르사브르 2002년식. 눈에 확 띄는 자주색. 애론은 이 차를 타고 자신을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약을 처방해준 셰링 박사를 찾아간다. 그녀에게서 일련의 사건들의 힌트를 얻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웬걸. 박사 또한 표적이 되어 있는 걸 보니 심상치 않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박사를 데리고 뷰익에 올라타 액셀을 밟는다. 애론의 뷰익은 곧바로 표적이 되고 ‘2002년식 자주색 뷰익‘을 쫓는 조직원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카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멋지다. 역시.
글․신지혜(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