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적인 변화, 포드 올 뉴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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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적인 변화, 포드 올 뉴 퓨전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1.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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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한 모든 모델 중에 가장 극적으로 변신한 자동차는 포드 퓨전의 몫이다. 전작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한 외모는 흡인력이 충만했다. 평범한 중형 세단이 영락없는 애스턴 마틴의 이미지를 품고는 날카롭고 강렬한 눈빛을 내쏠 줄이야. 일찍이 포드는 역동성을 의미하는 디자인 슬로건인 ‘키네틱’을 통해 변신을 꾀한 바 있다.

퓨전이 내세우는 ‘키네틱 2.0’은 수장 앨런 머랠리가 내세우는 미국과 유럽 포드의 일체화 전략인 ‘원 포드’의 첨병인 셈이다. 퓨전의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크리스 해밀튼은 “북미에서 팔리는 전형적인 중형차를 벗어난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이미지를 원했다”고 술회한다. 실제 차를 만나보니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퓨전의 가장 큰 매력은 다름 아닌 외모다. 미국차에서 디자인을 논할 줄을 그 누구도 몰랐을 거다.

분명한 건 외모만큼이나 잘 달린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굴곡만큼 와인딩 로드를 잘 다스렸고 푹신하고 무른 승차감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없애는 전형적인 미국차의 단점이 사라졌다. 유럽에서 빚어낸 것처럼 승차감은 단단하고 서스펜션은 직설적이다. 미국차가 유럽차의 경향을 답습하는 기분. 노면 굴곡이 심한 도로에서는 차가 좌우로 쉽게 흔들릴 정도로 죄어놓았다. 그렇지만 요철이 스스로 튕겨나는 느낌이 아닌, 슬쩍 매만져 기분 좋게 표현하는 스포츠 감각으로 묘사할 수 있다.

한 술 더 떠 전자식 스티어링은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맞물려 있어 핸들링은 앞바퀴굴림 세단 중에는 꽤 정밀한 편에 속한다. 스티어링 감각이 이질적이고 견디기 힘든 쏘나타 터보와 승차감이 너무나 거칠기만 해서 고급스러운 감각이 전무한 기아 K5 터보, 독일 태생이지만 특유의 정밀함이 무뎌진 파사트에 비해 훨씬 제대로 조율해 놓은 흔적이 역력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특성이다. 6단 자동변속기는 때때로 늘어지는 감각을 주지만 내구성이 좋은 유닛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변화의 핵심에 2.0L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이 있다. 포드의 전 차종에 두루 쓰는 전천후 유닛으로 토크와 출력 모두 나무랄 데 없다. 234마력을 내면서도 연비는 10.3km/L를 담아냈다. 고속주행을 일삼는다면 연비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속 시원한 가속력이 이를 위로해줄 것이다. 직분사 터보차저 특유의 잡소리가 공회전 때 갈갈대며 드러나는 걸 제외하고는 정숙성마저 탁월하다. V6 엔진을 대체한 고성능 트윈 터보는 최신 기술의 반영이자 환경규제에 적응하는 결과물이다. 오너로 하여금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과거 볼보와 애스턴 마틴을 보유했던 포드의 이력은 실내에서도 발견된다. 센터 페시아의 형상과 뒤쪽에 자리한 수납함이 그 증거. 아쉬운 건 볼보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인터페이스 대신 온갖 터치형 디지털방식이 차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조장치, 열선시트, 오디오 등 모든 조작이 디지털 터치로 이뤄진다. 심지어 선루프를 여닫을 때조차 전자식 터치 방식으로 조작한다.

젊은 세대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차는 패밀리카를 표방하는 중형 세단임을 감안하라. 시트의 형상은 만족스러웠고 착좌감 또한 얇은 형태에 비해 몸을 잘 받쳐준다. 앞뒤 모드 레그룸이 넉넉해 성인 네 명이 타더라도 공간은 협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머스탱 계기판에 백여 가지 컬러를 도입해 입맛에 따라 바꿀 수 있게 해둔 포드는 퓨전에서도 디지털 계기판을 선보였다. 속도계만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할 뿐 모두 액정에 표시된 디지털 정보다. 내 입맛에 따라 정보 세팅을 바꿀 수 있어 기분 내기에 좋다. 그리고 그들의 자랑인 마이포드 터치는 인식률이 좋아 운전자의 충실한 비서를 꿈꿀 만하다.
 
마치 시리처럼 아이폰에 영어로 저장된 이름은 대부분 음성으로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8인치 터치스크린의 단점은 먼지가 아주 잘 달라붙는다는 점. 터치 느낌이나 해상도는 만족스러웠다. 볼보의 직관적이고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익숙한 내게는 낯설었지만 흡사 최신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라면 환영할 만한 방식이다.

휴대폰과 완벽하게 연동되는 편리함은 물론이다. 한번 써보면 꽤 쓸 만한 기능인 키패드 방식의 보안장치 또한 예전의 고무패드를 버리고 투명한 패널로 바뀌었다. 연료 캡이 없는 이지퓨얼 시스템은 주유 시 증발하는 휘발유를 아껴주는 포드의 기술이지만, 실질적으로 연료비만을 생각한다면 파사트 디젤을 구매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다만 셀프 주유를 즐기는 오너들의 심리적인 만족감은 분명 충만할 거다.

결론을 내리자면 평범한 중형차의 수준을 한껏 넘어서는 수준이다. 구형 포드, 그러니까 몬데오는 한층 작고 운전재미가 살아있었던 중형차였다. 퓨전은 그 정신은 계승하되 한층 커진 덩치를 자랑하는 패밀리 세단으로 거듭났다. 전작과 수치상 바뀌지 않은 건 다소 좁은 듯한 뒷좌석 헤드룸뿐이다. 현대 쏘나타 터보와 기아 K5 터보가 북미에서는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되겠지만 국내에서의 라이벌은 토요타 캠리와 닛산 알티마, 현대 그랜저, 폭스바겐 파사트 등이 손꼽힌다. 다소 열세인 브랜드 가치와 그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남은 숙제인 셈이다.

글: 최민관, 사진: 이근영

FORD ALL NEW FUSION
가격: 3천715만원
크기: 4870×1850×1485mm
휠베이스: 2850mm
무게: 1645kg
엔진: 직렬 4기통, 1999cc, 휘발유
최고출력: 234마력/5500rpm
최대토크: 37.3kg‧m/3000rpm
복합연비: 10.3km/L
CO2 배출량: 172g/km
변속기: 6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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