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카>가 반한 5대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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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카>가 반한 5대의 차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 승인 2016.06.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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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시장에 나온 차 가운데 최고의 5대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5대라고 해야 옳다. 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확히 말해 이들을 고르느라 장시간 논쟁을 벌였다. 특히 우리 심사위원중 일부는 포드 피에스타 1.0T 에코부스트와 페라리 488 GTB가 최종심에 들지 못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미 선택한 5대가 최종 순위결정전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차종으로는 해치백, 소형 스포츠카, SUV, 레이스-트랙 출신과 순수 슈퍼카 각기 한 대씩. 그들의 공통분모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드라이빙 머신으로 모두가 해당 차급에서 비범함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근본적인 것 이상의 무엇이 있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제작팀의 자세였다. 디자인팀과 제작팀은 동급의 제작기준을 넘어선 뛰어난 차를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성공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탁월한 차를 넘어 진정으로 비범한 차가 됐다. 이들 5개 모델이 여기 나온 이유다.

5. 레인지 로버 스포트

사실 랜드로버는 이렇게까지 좋은 레인지 로버 스포츠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이전 모델은 가장 허약한 제품이었다. 그럼에도 이보크가 나올 때까지는 이익이 가장 컸다. 고객들은 스포츠의 아이디어를 무턱대고 사랑했다. 스포츠의 경우 타협의 산물로 받아들이기 쉽다. 폭넓은 기능 탓이다. 레인지 로버 사상 첫 7인승일 뿐 아니라 운전 성능이 가장 뛰어났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오프로드에 나가지 않더라도 레인지 로버다운 오프로드 성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했다. 또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서로 다르고 충돌하는 목표를 훌륭하게 이뤘다. 즉, 디자인과 기술진의 재능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SUV 장르의 기준을 크게 끌어올렸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레인지 로버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령 무게를 400kg이나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모노코크를 받아들였다. 전통주의자만 아니라 모더니스트의 취향을 맞출 실내 디자인도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아가 상당히 무거운데도 동급 다른 차를 넘어서는 승차감과 핸들링 밸런스를 이뤘다. 우리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 레인지 로버 스포츠는 너무나 쓸모가 많았다. 사진기자에게 필요한 모든 장비를 실었고 안정된 촬영용 차량이 됐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레인지 로버 스포츠는 제 구실을 한다.


4. 마쓰다 MX-5

저스틴 호킨스는 <더 다크니스>의 유명한 리드싱어. 그가 한때 이 브랜드의 음악을 ‘뒤늦게 깨달은 축북의 록’이라 했다. 마쓰다 MX-5가 1989년 이후 영국의 전통적인 스포츠카 시장에서 그랬다고 할 수 있다. 27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앞에는 뒤늦게 그 가치를 깨달은 MX-5가 있다. 차를 만든 디자인팀과 제작팀은 그동안 합리적인 차세대, 나아가 상당히 좋은 제 3세대에 크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오늘을 위해 그들은 오리지널의 정신을 다시 잡아냈다. 보기엔 쉬워 보였다. 전통적인 앞 엔진,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이다. 단순한 로드스터 보디에 두 개의 소형 자연흡기 엔진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 안에 광적인 노력을 쏟아부었다. 
 

먼저 Mk4 MX-5는 너무 가벼워 기본형 1.5L 엔진만으로도 대다수 고객에게 충분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었다. 충돌 기준에 맞춰 옆구름방지 에어백과 크럼플존을 갖춰 환상적인 안전장치를 뽐냈다. 나아가 밸런스가 완벽했고,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수동 변속기와 가장 뛰어난 루프 매커니즘을 갖췄다. 또한 내비게이션에서 열선시트에 이르는 다양한 장비를 고를 수 있다. MX-5는 요즘 차를 즐기려면 500마력, 아니 300마력도 필요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여기 나왔다. 백만장자일 필요도 없다. 단순하고 정직하며 절묘한 기술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게 MX-5다.


3 포르쉐 911 GT3 RS

단 1명의 심사위원이 평가서에 단 한 자리만 올렸어도 포르쉐는 공동 선두가 됐을 것이다. 나는 일찌감치 차를 몰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 차는 GTS RS였다. 시간을 정확히 지켜낼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고속으로 도로를 휩쓸었다. 다른 차들이 눈에 띄지 않아 도로는 깨끗했다. 포르쉐의 광적인 모터스포츠 기술진이 911에 쏟아부은 저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실로 흐뭇한 경험이었다.
 

기억에 남는 게 많았다. 먼저 엔진. 수평대향 6기통 4.0L 엔진은 터보의 영향을 받지않고 507마력/8,800rpm에 도달했다. 엔진 사운드가 다른 모든 것을 봉쇄했다. 그러나 실제로 섀시가 그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 운전하기에 쉬운 차가 아니었다.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삐끗하자 그쪽에서도 삐끗했고, 그에 알맞은 재미를 보여줬다. 초고성능 스포츠카에 완전 몰입하기 위해 상대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그보다 좋은 차가 없었다.
 

신체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드는 경지에 도달하면? 당연 GT3 RS라면 당장 그 차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만일 911 GT3 RS는 상대가 함께하지 않으면 몰아내거나 차버릴 것이다. 이 경쟁에서 GTS RS는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몰고나가 달리는 도구로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2 폭스바겐 Golf R

최종 테스트를 할 브레컨 비컨스에 모이기 전 골프 R은 맥라렌과 동점이었다. 도덕적으로 승리를 안길 대상을 찾는다면 단연 골프 R이었다. 값은 미드십 슈퍼카의 4분의 1 이하였으나 우리 테스트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셈이다. 만든 솜씨가 세련됐고, 달리기는 매끈했다. 실제로 완벽한 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보기에 수더분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300마력 엔진과 네바퀴굴림 스펙만으로 이 차의 진정한 마법을 느끼기에는 뭔가 미흡했다. 때문에 직접 몰아봐야 했다.

숫자로 빠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빠른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리터당 출력 148마력/L을 뿜어내는 스로틀의 비범한 반응도 알려주지 않았다. 다른 어느 터보 엔진보다 발길을 재촉하는 배기노트도 열띠었다.이 가격대에서 달리 라이벌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차가 압도적인 성능을 과시할 무대는 따로 있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소수 슈퍼카처럼 산길을 휘몰아칠 때 골프 R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괜찮은 도로에서는 그 실력을 다 뽐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핸들링을 4개 요소로 나눌 수 있었다. 그립, 평정, 감각과 밸런스. 골프 R은 그 네 가지 요소를 모두 챙기고 있었다. 그립은 본격적인 스포츠카와 맞먹었고, 댐퍼, 섀시와 스티어링 감각은 차급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코너 진입의 밸런스야말로 골프 R을 빛내는 최대 보석이었다. 스로틀을 다스리며 코너에 진입하자 언더스티어, 오버스티어를 가리지 않고 R의 가장 비범한 자질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정숙하고 안락하며 다목적 골프가 됐다. 그 무엇보다 뛰어난 골프의 미덕이었다.


1 맥라렌 570S

요즘 거의 날마다 새로운 슈퍼카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감각의 차를 몰아볼 기회는 드물다. 그러나 맥라렌 570S는 달랐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희귀한 차가 태어났다. 부품의 합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제작진의 의도 이상으로 탁월한 걸작이었다. 내가 570S를 몰 때마다 어떤 로드카보다 쾌감을 자극받게 되는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570S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는 제대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가속은 거의 광적이라 할 정도였다. 이 차는 주니어 맥라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파워만을 계산한다면 911 GT3 RS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단 한 가지 가장 위대한 업적은 그 차를 즐기기 위해 텅 빈 산길에서 고속으로 몰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일상적인 시골 도로의 일상적인 차량대열에 끼어도 환상적이었다. 구조 강성을 느낄 수 있었고, 서스펜션이 떠받치는 탄탄한 플랫폼이 믿음직했다. 몸을 통해 도로를 느꼈고, 손가락을 통해 그 자세한 디테일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이버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조절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현대적이면서 실제로는 아주 전통적이기도 했다.
 

제작팀이 의도했던 대로 몰 수 있는 도로에 나가자 감동의 열풍이 휘몰아쳤다. GTS RS와 씨름해야 했다면, 570S는 손가락 끝으로 다룰 수 있었다. 가장 정확한 정밀장비의 능력과 정교함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밀한 액티브 서스펜션 없이도 보디 컨트롤의 차원이 달랐다.  아무튼 정통한 드라이버에게 이 차는 650S보다 뛰어난 드라이빙 머신이었다. 또다른 장점은 더 아름답고 값은 더 싸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차로 꼽는 이유의 전부다. 다른 라이벌들이 넘어서기에는 만만치 않은 장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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