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40km와 21.2km/L의 연비. 불가능한 목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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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40km와 21.2km/L의 연비. 불가능한 목표일까?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6.04.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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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카>의 시승 역사상 1마일(1.6km) 직선코스에서 시속 150마일(240km), 평균연비 50mpg(21.3km/L)에 도달한 차가 없었다. 여기 등장한 라이벌들은 그럴 수 있을까?

 

<오토카>의 어느 시승 전문기자는 환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운했던 날들의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시승차를 꽈당 했던 일, 대사고 현장 촬영, 빗나간 판정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행복했던 추억에 더 한층 매달리게 된다. 게다가 그 모든 경우에 슈퍼카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중 일부는 내가 영국 넌이튼의 MIRA 프루빙 그라운드에 처음 나갔을 때 만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내가 진정으로 잡고 싶은 유일한 밧줄이었다. 지금 맥라렌 오토모티브에서 일하고 있는 전직 도로시승 전문가 제이미 코스토핀이 내게 알려준 비결이었다. 던롭 핸들링 트랙에서 전속 질주했고, 비에 젖은 서킷에서 아찔하고 황홀한 곡예운전에 도전했다. 전속 질주 중 제동 시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트렁크 용량까지 측정했다. 아울러 MIRA 전용식당을 찾아가 풍성한 진미를 맛봤다. 비에 젖은 핸들링 트랙보다 떠나기 싫은 곳이었다. 뒤이어 시승 결과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제이미가 결코 본 적이 없었고, 내가 목격하게 되리라 예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MIRA를 찾는 모든 시승차는 완전한 로드 테스트를 치렀다. 거기에는 프루빙 그라운드의 평탄한 ‘양방향 수평 직선코스’ 가속 테스트가 들어 있다. 거기서 1.6km 가속 시험을 했다. 아울러 서킷에서 연비 시험과 함께 고속 ‘넘버 원’ 서킷 3바퀴에 걸쳐 정속 97km 테스트를 치렀다. 우리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정기적으로 MIRA를 찾아가 똑같은 가속과 연비 시험을 실시했다. 한데 지금까지 새로운 양산 로드카 가운데 단 한 대도 우리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1.6km 테스트에서 시속 150마일(240km)을 돌파하는 데 실패했다. 3주에 걸친 시속 60마일(97km) 정속주행에서 연비 50mpg(21.3km/L)에도 미달했다.

여기에는 우리 잘못도 있다고 봐야겠다. 시장에 나오는 새 차를 일일이 시승할 때마다 최고의 기록을 내기 위해 목숨을 걸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승한 차들이 반드시 빠르면서 경제적인 차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아리한 두 기준 시속 240km와 21.3km/L에 도달할 대상을 골라뽑기로 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차라도 가격표를 보고 대등한 스펙의 라이벌을 선발했다.
 

하지만 그렇게 골라낸 차가 어떤 모양인지를 알아봐야 하기에 될 수 있는 대로 그물을 널리 폈다. 그런 다음 될 수 있는 대로 확률이 높은 차를 고르기 위해 본능적인 판단력까지 동원했다. 가속 시험에 합격하기 쉬운 초강력 차를 고르면 연비테스트에 탈락할 위험이 컸다. 그리고 지나치게 조심하면 1.6km에서 시속 240km를 돌파할 가망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보디스타일 세단, 왜건과 스포츠카가 스타팅 블록에 나왔다. 한편 엔진은 가솔린과 디젤(둘다 터보)에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가 합세했다. 예술의 경지에 오른 BMW i8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막강한 다재다능형 알피나 D3 바이터보 투어링, 완전신형 아우디 A4 3.0 TDI와 경량 알파로메오 4C 스파이더가 출사표를 던졌다. 4대 라이벌 모두 스펙 상 시속 240km를 넘었다. 동시에 4대 모두 신규유럽성능시험(NEDC) 시외 연비테스트에서 21.3km/L를 웃돌았다. 그중 3대는 NEDC에서 종합연비마저 그 기준을 돌파했다. 따라서 3대는 모두 합격할 가능성이 컸다. 아니, 4대 라이벌 모두 그럴 만한 잠재력을 갖췄다.
 

표준 시험 규정에 따르면 4대가 모두 풀 탱크로 비교시승에 나와야 했다. 한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끼어 있어 공평한 경쟁을 보장하는 데 약간 문제가 있었다. i8의 고압전기시스템은 성능과 연비에서 다 같이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데가 있었다. 투어링 테스트에는 무배기 주행거리 20km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 100마력이 넘는 전력이 가세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비교시승에서 철저히 공정한 심판을 내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 i8은 가속 시험에서 모든 파워를 허락하기로 했다. 하지만 연비 시험에서는 가솔린 파워만 쓰기로 했다.

먼저 가속 시험. 보다 짜릿하고 위험했다. 더구나 비교적 건조하던 서킷에 비가 뿌리기 시작해 위험을 더했다. MIRA의 1.6km 직선코스는 최신시설이었다. 따라서 노면은 완벽하게 매끈했다. 직선구간 거의 전부가 2차선이었고, 양쪽 끝의 뱅크가 1차선으로 좁아졌다. 거기서 달려온 구간을 다시 역방향으로 공략했다.
 

1마일(1.6km) 표지를 시속 240km 이상으로 돌파한 뒤 코너 뱅크까지 300m에서 감속한 뒤 역방향 공략에 들어갔다. 만약 그 300m에서 시속 80km를 넘으면 뱅크 밖으로 튕겨나갈 위험이 있었다. 나는 여기서 목숨을 걸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제동을 걸 때의 오싹한 전율을 맛봤다. ABS를 해제한 바퀴가 잠기면서 빗길을 신나게 미끄러졌다. 한번은 넌이튼의 꿩 한 마리와 살짝 부딪쳤다. 보안 패스를 갖지 않았다고 주위에 득실대는 꿩을 막을 길은 없기 때문이었다.
 

파워 순위를 슬쩍 살펴본 뒤 최약체이며 합격 가능성이 가장 낮은 4C 스파이더에서 시작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내세운 2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가볍고 공력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237마력으로 위력적인 그립을 약속했다. 한데 롤링을 억제하여 최대 실력을 발휘할 타이어 성능에 한계가 있었다. 한편 현대적인 축소형 터보 가솔린 엔진과 능률적인 트윈클러치 기어박스를 달았다.
 

그리고 론치컨트롤. 4기통 엔진의 반응은 약간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한데 론치컨트롤이 열심히 돌아갔다. 그러다가 바닥에 달린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액셀을 밟자 4C가 힘차게 튀어나갔다. 레드라인이 6,000rpm을 살짝 넘는 회전계를 주시했다. 토크를 누그러뜨려도 쉽게 레드라인에 도달했다. 그런 뒤 오른 패들로 다음 기어로 올라갔다.

그러자 0→시속 97km 가속에 5.1초, 160km에 12.4초.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오직 한 대만이 그보다 빨랐다. 한데 4C는 끝내 시속 240km에 도달할 수 없었다. 시속 160km를 넘어서자 공기저항이 뒤로 잡아끌었다. 최종속도는 227km.
 

다음으로 A4 3.0 TDI 콰트로. 네바퀴굴림으로 론치컨트롤이 필요 없었다. 268마력 아우디는 엔진과 네바퀴굴림을 8단 토크컨버터 자동박스와 결합했다. 반면 그보다 출력이 약한 버전은 트윈클러치를 받아들였다. 한데 완전신형 A4는 연료효율에 초점을 맞춰 라이벌 중역형 세단을 연비에서 따돌렸다.

이 차는 기어 변환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토크 컨버터가 브레이크 페달을 묶은 뒤 변속기를 작동했다. 그러자 신속하고 매끈하게 기어를 타고 올랐다. 한데 비교적 난폭하게 출발한 뒤에는 결코 사력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분명히 경쾌했지만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점차 긴박감이 떨어졌다. 시속 160km까지 15.0초가 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동을 걸 때까지 최고속도를 끌어내어 시속 219km에 도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전할 차례가 왔다. 내가 다음 승진할 때 월급을 몽땅 걸고 싶은 대상이 D3 바이터보. 성능과 경제성을 가장 잘 아울렀다. 우리는 6기통 BMW 디젤로 도로에서 여러 차례 연비 21.3km/L를 넘어섰다. 아울러 최신 알피나 버전의 강력한 스피드를 직접 체험했다. 한데 우리는 그 차의 뒷바퀴굴림 버전을 갖고 있었는데 론치컨트롤을 달고도 그립을 찾는 데 약간 힘이 들었다.

일단 3단에 들어가자 BMW 디젤 6기통은 싸늘한 겨울날에도 30℃의 건조한 트랙처럼 치고 나갔다. 엔진은 디젤이 아닌 듯 거침없이 회전대를 타고 올랐다. D3은 0→시속 100km 가속시간 4.6초를 빗나간 뒤 13.0초 미만에서 시속 160km에 도달했다. 좀 더 거리를 줬다면 240km를 거뜬히 넘어설 기세였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지금 여기서는 아니었다. 직선코스 끝에서 왕복 평균 시속 232km에 그쳤다.
 

이제 오직 한 대만 남았다. 나는 어느 차도 제로 1.6km 시속 240km 문턱을 넘지 못해 테스트가 불발로 끝날까봐 마음을 졸였다. 아무튼 우리는 탄소섬유 터브의 와일드카드를 끝으로 돌렸다. 메이커 스펙에 따르면 4대 라이벌 중 가속력 최고인 i8이었다. 하지만 최적 파워로 쉽게 출발할 차가 아니었다. BMW에는 론치컨트롤 모드가 있었다. 한데 이 차의 전기모터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두 페달로 차를 다루자니 마치 두 쪽으로 갈라 몰고 가는 듯했다.
 

그러나 변속과 제동 변환이 빨랐고, 모두가 순조로웠다. 좋았어. 차상위보다 0→시속 97km 가속에 0.4초 빨랐다. 시속 160km까지는 1.5초 앞섰다. 본격적인 스포츠카 페이스였다. 최종 1.6km 돌파 스피드가 시속 243km. 할렐루야! 마침내 첫째 목표를 달성한 도전자가 나왔다.

이제 다음 연비 목표에 도전해야 한다. 우리 4대 라이벌은 빠짐없이 공식 투어링 테스트에 필요한 MIRA ‘넘버 원’ 서킷을 정속 97km 3랩 주행을 마쳤다. 4대 모두 트립 컴퓨터로 연비를 계산했다. 그런 다음 풀탱크 사이의 오차를 계산하여 정확한 연비를 산출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여기서 정속 97km에서 가장 경제적인 차는? 4C 스파이더. 놀랍도록 인색했을 뿐 아니라 아주 겸손했다. 비교시승에 나온 라이벌 중 트립 컴퓨터가 실제보다 낮은 연비를 기록한 유일한 모델이었다. 앞으로 현대적인 스포츠카는 진정으로 경제적이 아니면 스포츠카일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얼마 동안 아우디가 기준으로 제시한 21.3km/L를 웃도는 듯했다. 한데 트립 컴퓨터는 터무니없이 낙관적이었다. 알피나는 단 한 번도 우리가 고대한 연비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씨가 더 따뜻하고 건조한 날이라면 0→시속 97km 가속시간 5.0초 미만의 슈퍼왜건이 악조건에서 일궈낸 18.1km/L는 결코 빈약한 성과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오직 한 가지 의문만 남았다. i8이 <오토카>의 첫 번째 시속 240km와 21.3km/L에 도달하는 영광의 자리에 오를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다. 트립 컴퓨터의 18.0km/L의 오차를 수정하자 17.4km/L가 나왔다. 대담한 스피드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연비였지만 우리 목표에 비춰 승리의 트로피를 안기기에는 적잖이 미흡했다. 따라서 또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오토카> 시승자가 시승을 거듭해야 그 목표에 도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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