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매력, 혼다 C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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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매력, 혼다 CR-V
  • 김동균
  • 승인 2016.03.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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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셨던 과거를 뒤로한 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CR-V.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몸놀림과 승객을 배려하는 숨겨진 매력이 돋보인다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 CR-V의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2007년에는 3,812대가 판매되며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모델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3,112대로 어코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혼다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3천 대가 대단치 않게 느껴지지만, 당시는 한 해 수입차 판매량이 5만 대 수준이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후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서 CR-V는 발목을 잡혔다. 2009년에는 판매량이 1,300대로 반 토막이 났고, 계속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2011년에는 분위기 반전을 노린 4세대 모델이 등장했지만, 과거의 영광은 이미 먼 옛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5세대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단숨에 상황을 바꿀 역전 홈런을 날리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CR-V는 꾸준히 연식 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하며 어코드와 함께 국내에서 혼다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2016년형 모델이 출시됐다.

CR-V의 현재 모습은 2014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완성됐다. 4세대 초기와 비교해 헤드램프를 보다 날렵한 인상으로 다듬었고, 그릴과 범퍼를 단장해 훨씬 세련된 인상으로 변했다. 변화의 폭은 작지만 효과는 큰 편. 반면, 뒷모습은 큰 변화가 없다. 세련미를 챙긴 얼굴에 비하면 너무 우직한 느낌이다. LED 램프라도 더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2016년형에서는 레저 활동에 요긴한 루프 레일과 조명이 들어오는 사이드스텝이 추가됐다. 더불어 시승차인 투어링 모델은 2015년형에서는 한정판으로 출시됐지만, 반응이 좋아서인지 이번에는 정규 라인업에 포함됐다. 투어링에는 전동식 테일 게이트와 메모리시트 기능,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18인치 휠이 더해진다.

실내는 수수하다. 깔끔한 조립 품질이 나쁘지 않지만, 특별함이 느껴지는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차의 주 타깃이 되어야 하는 20~40대의 오감을 자극할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 그리고 저렴하게 느껴지는 플라스틱이 매력을 반감시킨다.
 

그나마 눈에 띄는 점은 둘로 나눠진 디스플레이다. 위쪽의 i-MID(intelligent-Multi Information Display)에는 트립 정보, 시계 등이 표시되지만 단조로운 컬러에 딱딱한 폰트로 구성되어 솔직히 촌스러운 느낌이다. 아래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하는데, 완벽하게 한글화 되어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한 가지 문제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표시하기 위해 홈 또는 메뉴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내의 꾸밈새는 칭찬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숨은 매력들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우선 CR-V는 동급 SUV 중 차고가 낮아 타고 내리기가 편하고, 트렁크의 높이 역시 낮은 편이어서 짐을 싣고 내리기가 수월하다. 한 번의 레버 조작으로 뒷좌석을 평평하게 접을 수 있는 폴딩 기능도 만족스럽다.
 

엔진은 최고출력 188마력, 최대토크 25.0kg.m의 2.4L 직분사 휘발유 한 가지이고, CVT가 조합된다. 4세대 초기에는 5단 자동변속기였던 것이 변경된 것이다. 이는 첫째로 연비를 0.1km/L라도 높여보려는 노력이고, 다음은 ‘겨우 5단’이었던 변속기에 대한 따가운 시선 때문일 것이다. 실제 주행에서도 시속 100km에서 1,600rpm 수준을 유지하며 과거보다 조금 낮게 세팅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발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제법 가벼운 몸놀림이다. 급하게 뛰쳐나가는 성질은 없지만, 휘발유 엔진치고는 저속부터 묵직한 힘이 전달되며 경쾌한 느낌을 준다. CVT의 부밍 음은 다소 거슬리지만, 일상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주행 중 변속기를 아래로 내리면 ‘S’ 모드가 되는데, 기본 세팅의 한계 때문에 급격한 성격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CR-V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라면 변속기를 S 모드에 두는 것보다는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 ‘ECON’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CR-V의 AWD 시스템은 평소에 앞바퀴굴림으로 작동하다가 필요한 경우에만 뒷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연료 낭비를 방지한다. 복합연비는 11.6km/L. 휘발유 SUV로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디젤 라이벌들의 연비와 비교하기는 멋쩍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CR-V를 가장 빛나게 만드는 부분은 핸들링이다. 차체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SUV라기보다 균형이 잘 잡힌 세단에 가까울 정도로 훌륭하다. 회전각이 크지 않은 코너에서는 강한 가속을 하면서 지나도 균형을 잘 잡아나가고, 전동식 스티어링의 반응도 위화감 없이 아주 자연스럽다. 콤팩트 SUV 등급에서는 단연 최고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평소 CR-V를 타고 다니면서 이런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CR-V는 근본이 훌륭한 좋은 자동차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같은 세그먼트에 너무나 쟁쟁한 라이벌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입차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국산차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은 곳이 바로 이 세그먼트다. 하지만 시각적 요소들과 불필요한 장비들에 마음을 뺏기지 않고, 오래도록 변치 않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차를 원한다면 CR-V가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글,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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