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 세단의 진수, 재규어 XF vs BMW 5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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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 세단의 진수, 재규어 XF vs BMW 5시리즈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6.01.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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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재규어 XF는 동급의 챔피언이었다. BMW 530d의 도전을 받은 신형 2세대 모델은 계속 XF의 영광을 지킬 수 있을까?

갑자기 재규어의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희망적인 미래에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모델 라인업이 늘어나 탄탄해지고, 재정상태가 좋아져 타타의 투자금액을 멋지게 상환한다. 그 다음 재규어가 우려하던 ‘다가갈 수 없는 잠재력’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과거의 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충분한 판매 실적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경영진의 누군가가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여러분. 성공입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성공이 이렇게 실현되었군요.” 
 

그 시점에 다다를 때까지 재규어가 연간 판매고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지금보다는 많아야겠지만, 그래도 흔히 비교대상이 되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 중 하나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실은 재규어가 평범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판단하기로, 재규어는 일종의 소수 마니아를 위한 자동차 회사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멋지고 매력적이면서 독일 차들과는 조금 다르게 조율된 운전자 중심의 차를 찾는 까다로운 운전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고 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준비되어 있다. 재규어가 앞서 했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가 신형 XF로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신형 XF는 2015년이 재규어에게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는 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재규어가 지난 10년 내내 거의 하지 못했던 일인 ‘통합’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차가 바로 XF이기 때문이다.

XF는 디자인을 빼면 완전히 새로운 차다. XE로부터 알루미늄을 주로 쓴 모듈형 플랫폼, 인테그럴 링크 리어 서스펜션, 인제니움 4기통 디젤 엔진,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이어받았으며, 이전 세대 모델보다 휠베이스와 실내는 더 길지만 전체적인 길이는 더 짧다. 많은 것이 바뀐 차답게 무게는 대폭 가벼워졌고 공기역학적으로는 효율이 더 크면서 경제성은 더 좋아졌다. 
 

그리고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우선 주행감각이 그렇고,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그렇다는 사실을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재규어는 신형 XF를 만들 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중요한 가치를 유지해나가는 데에 확신이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온 틈새 브랜드라는 특성을 좋아하고, 여러분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그런 특성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신형 XF를 핵심 경쟁 모델 중 하나와 비교하면 그런 느낌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조목조목 비교할수록 잘 해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더 확실해진다. 첫 비교는 XF 중 가장 주목받는 디젤 3.0d S 모델과 BMW 530d의 대조적인 모습을 찾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530d는 더 나은 성능과 품위를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선호했던 차다.
 

재규어가 신형 XF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집중했다는 주장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우선 가장 연비가 좋은 4기통 디젤 엔진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나온 경쟁차들보다 적다. 그리고 구형 XF에서 가장 강력한 디젤 엔진 모델은 대개 라이벌들의 6기통 엔진 모델보다 연비가 훨씬 나빴는데, 이 모델은 그렇지 않다. 3.0d S는 수치상으로 530d M 스포트 모델과 연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정확히 똑같다. (제원은 모두 유럽 기준) 
 

차 자체를 보면 재규어가 더 유리한 점이 있다. 탁월한 상품구성은 구형 XF의 중요한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었다. 동급에서 가장 긴 세단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러면서도 공간은 가장 좁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실내공간이 판매에 중요한 영향을 줄 차는 아니지만, 적어도 신형은 이전보다 더 짧고 공간은 더 크다. 

길이는 여전히 짧지만, 530d는 실내가 훨씬 더 크다. 재규어보다 고급스러움과 매력이 덜하지만 견고한 느낌이 강한 BMW의 실내는 더 넓고 길면서 앞뒤 모두 머리 공간이 조금 더 넉넉하다. 좌석도 BMW가 더 넓고 조절범위가 크며 몸을 더 잘 받쳐준다. 크기를 가장 중시한다면 5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대형 세단’이다. XF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XF에 탄 운전자는 넉넉한 공간 대신 스티어링 휠에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뚜렷하게 얻게 된다. 운전 자세는 무척 비슷하지만, 재규어의 도어 콘솔, 센터 터널, 지붕이 주는 느낌은 한계에 더 가깝다. 뒷좌석은 이제 아쉽지 않은 수준이고 어른 두 사람이 앉기에 충분하다. 지붕 패널을 바깥쪽으로 밀어낸 영향이 가장 크다. 그러나 BMW의 뒷좌석은 지금도 확실히 더 크고 트렁크의 너비와 깊이도 더 크다. 

새로운 연료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는 재규어 V6 디젤 엔진의 출력과 토크를 마법처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고, 그 덕분에 6기통 엔진의 XF를 이번에 함께 시승한 530d보다는 535d와 직접 경쟁할 만한 차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해졌다. 물론, 실제로 도로를 달릴 때에는 530d의 엔진은 쉽게 XF의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기계적인 세련미와 유연성 면에서는 두 차의 엔진이 모두 훌륭하다. 재규어 V6 엔진은 공회전 때와 저회전 때에는 진동과 소음이 잘 차단되어 있지만, 고회전 때에는 BMW 직렬 6기통 엔진보다 더 까탈스럽고 회전수가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는다. 중회전 영역대에서의 훌륭한 토크 덕분에 재규어가 더 강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BMW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실제 주행 흐름에서는 두 차의 차이는 없다. 

아주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최고출력과 최대토크에서 밀리기는 해도 전반적으로 BMW의 파워트레인이 우세하다. 그런 기준에서, 535d는 XF와 비교한다면 핫 로드처럼 느껴질 것이다. 아마도 모든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3.0L BiTDI 엔진이 올라간 아우디 A6, A7과 비슷할 것이다.
 

XF는 승차감과 핸들링 면에서 5시리즈를 능가했다.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모두 더 여유가 있고 잘 순응하며 조용하게 달린다. 차체의 상하 및 좌우 움직임은 더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이루어지며, 코너에서는 더 민첩하고 반응이 좋다. 스티어링 휠 감각도 훨씬 더 감성적으로 잘 전달된다. 어댑티브 댐핑이 재규어에는 기본 적용되는 반면 BMW는 그렇지 않다(시승차에는 달려 있지 않았다)는 운동 특성이 발휘되는 범위 면에서 XF가 그처럼 놀라운 우세를 차지하게 만드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530d은 스티어링 감각이 둔하고 무거운 반면, XF는 예리하고 산뜻하다. 스티어링의 움직임과 무게 때문에 BMW는 코너에 들어설 때 힘을 써야만 하지만, 재규어는 더 섬세하고 나긋나긋하며 정확하게 코너 정점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XF의 스티어링은 코너링 때 횡가속도가 커질수록 세련되게 무거워지고 자연스러운 무게와 더불어 가운데로 돌아온다. 

핸들링 균형은 두 차 모두 인상적이다. 풍부한 토크와 훌륭한 액셀러레이터 반응, 정교하게 설정된 접지력 덕분에 언제든지 뒷바퀴굴림 차의 매력적인 코너링을 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충격흡수 특성이 더 뛰어나고 바퀴 움직임이 더 세련된 재규어 쪽이 접지력이 더 꾸준히 유지되어 주행 흐름을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스프링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고속도로 주행 때조차 XF는 타고난 육상선수처럼 느껴진다. 
 

시작했던 곳으로 차분히 다시 돌아가 보자. 기술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지만, XF는 전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반갑다. 이전 세대 모델은 감각이 뛰어나고 운전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핸들링과 B급 도로에도 잘 어울리는 여유로움 덕분에 모델 수명의 대부분을 최고의 자리에서 보냈다. 또한, 이는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엔진과 열세인 실내공간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이유였다.

신형 XF는 아직 <오토카>의 로드테스트에서 완벽하게 파헤쳐지지 않았지만, 테스트를 받게 된다면 돋보이는 승차감과 핸들링, 경쟁력 있는 엔진과 나아진 실용성에 힘입어 다시금 고급 세단 비교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재규어가 이 차를 완전히 다른 차가 아니라 더 나은 차로 만들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조금 성가신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장재 품질 등 여러 곳에 세부적으로 더 개선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재규어는 XF를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만들었고, 재규어는 앞으로 디테일을 완벽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통합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사진 · 존 브래드쇼 (John Brads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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