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엔진 얹고 돌아온 크로스오버,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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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엔진 얹고 돌아온 크로스오버, 푸조 3008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1.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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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바뀌었어도 푸조 특유의 주행감각은 여전하다

푸조의 크로스오버 3008이 유로6 규정에 맞춘 신형 디젤 엔진을 얹고 돌아왔다. 3008의 디자인을 슬며시 보면 해치백 모델인 308을 빵빵하게 키운 것 같다. 날렵한 눈매 때문만은 아니다. 길이 4,365mm, 너비 1,835mm, 높이 1,640mm, 휠 베이스 2,615mm의 크기는 높이만 제외한다면 308과 은근 비슷하기 때문. 물론 둘의 플랫폼은 다르다. 2013년 출시된 308은 푸조의 차세대 플랫폼인 EMP2 를, 2009년 선보인 3008은 PF2 플랫폼을 사용했다.
 

4년의 시간이 차이가 남에도 둘이 주는 느낌이 비슷한 것은 3008이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했기 때문. 날 세운 디자인을 따르는 디자인 유행에 맞춰 다듬은 헤드램프가 인상적이다.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실내는 운전자 디자인의 구성이 돋보인다. 센터페시아의 테두리를 따라 경계선을 긋고, 손잡이를 달아 조수석과 분리되는 분위기를 살렸다. 시승차인 악티브의 경우 시트와 도어 트림 및 몸이 닿는 부분에 전반적으로 직물 소재를 사용했다. 고급형 모델인 알뤼르의 경우 가죽 시트를 적용하는 등 더 많은 옵션을 달았다.
 

악티브에선 특별한 편의장비를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천장의 큼지막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를 보니 아쉬움이 사라진다. 자잘한 것 대신 필요한 장비에 투자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게다가 쓰임새를 고려한 클램쉘 방식 트렁크 구조도 맘에 든다. 꼭 수납장을 보는 기분이다. 하단 트렁크 도어는 최대 200kg 무게를 버틸 수 있다고. 야외에서 2명이 앉기 딱 좋은 정도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알뤼르 모델의 경우 HUD 조작 전용의 토글 스위치를 늘어놓아 특별한 맛을 살렸는데, 시승차는 악티브 모델이기에 HUD가 없다. 그러다보니 전용 토글 스위치가 빠져 공간이 빈다. 지갑 등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지만 위치가 조금 애매하다. 
 

그리고 대시보드 위의 모니터가 너무 멀어 화면을 누르려면 팔을 길게 뻗어야 했다. 푸조의 고향인 프랑스, 유럽 사람들이야 덩치가 크니 쉽게 손이 닿겠지만 다양한 시장을 고려하는 배려가 아쉽다.

하지만 달리는 순간 이런 자잘한 아쉬움은 싹 날아가 버린다. 빡빡한 유로6 기준에 맞춰 엔진을 다시 손봤다고는 하지만, 푸조 특유의 매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 엔진의 질감은 살짝 바뀌었지만, 탄력적으로 힘을 끌어내는 성격은 그대로다. 3008의 직렬 4기통 1.6L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을 3,500rpm에서, 최대토크 30.6kg.m을 1,750rpm에서 낸다. 기존 엔진 대비 최고출력은 8마력, 최대토크는 3.1kg.m이 늘었다. 유로6 기준에 맞춰 DPF(디젤 입자 필터) 앞에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을 달았다. 미세 입자 제거율은 99.9%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90%까지 줄여준다고.
 

변속기는 자동 6단. 변속이 빠르고 힘의 연결이 자연스럽다. MCP 변속기와 같은 푸조 특유의 개성은 없지만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내부 마찰을 줄여 변속이 빠르고 저회전부터 엔진과 단단히 맞물리는 록 업 성능이 좋다. 그래서 저회전부터 빠르게 토크를 끌어내는 엔진과 잘 어울린다. 스톱-스타트 시스템으로 연비도 챙겼다. 시내 주행에서 15%의 연비 향상 효과가 있다고.

엔진의 반응성은 평균이지만, 가속페달 밟는 것에 비례해 힘을 정확히 끌어낸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2,000~3,500rpm의 중간 회전대. 풍선 부풀듯 힘을 끌어내 이어나가는 과정이 아주 탄력적이다. 속도를 크게 높이고 나면 힘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1.6L라는 배기량을 고려하면 충분 이상이다.
 

방음성은 평균 정도. 속도 낮춰 달릴 때는 엔진음이 분명하게 들린다. 디젤 엔진 자연스레 여기는 특성이 묻어난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릴 때는 엔진음이 희미했다. 방음성에 트집 잡을 요소는 없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스펜션 세팅. 최근에 푸조는 운전 질감을 바꾸고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뉴 508의 서스펜션 세팅이 그랬다. 살짝 낭창낭창한 유연성을 강조했던 그들이 독일차와 비슷한 단단한 세팅을 선택한 것은 시장에 따른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3008 은 푸조 특유의 서스펜션 세팅을 유지했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댐퍼는 부드럽게 눌리다 끝 지점에서 단단하게 버틴다.
 

그래서 코너에서 적당한 정도로 기울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고양이 발걸음’으로 유명한 푸조 특유의 핸들링 성향이 그대로다. 평소에는 편안하게 도로의 충격을 삼키면서도 적극적으로 달릴 때는 차체를 기울여 앞바퀴에 힘을 몰아준다. 자세 변화를 줄인 단단한 서스펜션에 익숙했던 사람들이라면 처음에는 어색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하중 이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달리기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을 위한 크로스오버에서도 푸조만의 핸들링은 여전하다.
 

3008은 합리적인 관점이 돋보이는 크로스오버다. 전반적으로 필요한 것만 챙겼고, 과잉의 여유는 찾기 어렵다. 도로 상황에 맞춰 구동계를 조절하는 드라이브 모드 체인지 같은 장비를 갖췄음에도, 블루투스 등 요즘 기본적으로 달리는 옵션을 찾긴 또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분이 싫진 않다. 사람들이 푸조에게 기대하는 것은 편의장비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2008이 순식간에 인기를 얻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3008은 전 세계적으로 50만대가 넘게 팔린 푸조의 스테디셀링 모델. 디자인, 연비, 성능, 운전 재미 등 다양한 요소를 두루 갖춰 은근한 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무조건 3008을 사야겠다는 압도적인 부분을 느끼긴 어려웠다. 그래서 가격대 성능비라는 강력한 한 방을 더해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3008의 가격은 3천690만원. 이전보다 300만원 내리는 강수를 뒀다.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구매를 고민할 수 있다. 운전의 재미와 경제성을 고려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었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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