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무한상상, 1954 포드 FX 아트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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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향한 무한상상, 1954 포드 FX 아트모스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6.01.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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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me to the Moon’이 발표된 해에 등장한, 로켓을 닮은 자동차 
 

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한 미국은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번영을 누리게 된다. 1950년대 들어 미국 가정에는 진공청소기, 세탁기, 토스터, 믹서 같은 가전제품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삶이 급속도로 윤택해졌다.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교외 인구도 함께 늘어나면서 미국의 풍경을 바꿨다. 

한편으론 소비에트 연방과 정치, 경제, 문화, 기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벌였고, 경쟁무대는 우주까지 확장됐다.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도 우주를 향하면서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포드 FX 아트모스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1954년 시카고모터쇼에서 드림카(당시에는 콘셉트 카를 이렇게 불렀다)로 선보인 FX 아트모스는 양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쇼카였다. 이름에서 FX는 ‘future experimental’(미래실험)의 약자. 아트모스는 대기를 뜻하는 ‘atmosphere’에서 왔는데, 자유롭고 제약 없는 창의적 사고를 의미하기도 했다. 

외장 디자인은 항공학의 영향을 듬뿍 받았다. 앞면의 공기흡입구는 타원형의 커다란 펜더로 확장되어 뒤쪽으로 이어진다. 끝에는 로켓 분사구를 연상시키는 테일 램프가 달렸고, 그 위에는 보조날개가 바깥쪽으로 비스듬히 섰다. 차체 중앙부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비행기 동체를 닮았고, 그린하우스 전체가 물방울 모양의 유리로 된 캐노피 형식이다. 
 

헤드램프가 있을 곳에는 계란형 공기흡입구와 함께 아주 날카로운 꼬챙이 모양의 안테나가 달렸다. 보행자 안전을 중시하는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태다. 안테나는 전방의 물체를 탐지하기 위한 것이다. 60여 년 전에 상상한 레이더 기반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인 셈. 

또한, 이 안테나는 무선통신용이기도 한데, 원격으로 차를 조종하거나 추돌사고 예방을 위해 다른 차와 통신하는 데 쓴다. 최근 연구 중인, 자동차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차량 간 무선통신(V2V : Vehicle To Vehicle) 기술과 이론적으로 같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내는 운전석이 중앙에 있고, 운전석 양옆으로 시트 2개가 약간 뒤쪽에 배치된 3인승 레이아웃이다. 훗날 고든 머레이는 이와 비슷한 반(半) 탠덤 레이아웃을 맥라렌 F1 슈퍼카에 적용했다. 

대시보드에는 ‘로다스코프’(Roadar-scope, 분명 레이더스코프에서 착안한 작명일 것이다)라는 이름의 대형 스크린이 달렸고, 스티어링 휠 대신 팔꿈치 높이에 전투기 조종간 같은 막대 모양의 기구가 달렸다. 조종간은 당시 항공 전자 공학에서 최신 기술이었다. 동력은 원자력! 물론 실제로 원자력 엔진이 달리진 않았다. 
 

FX 아트모스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이듬해 링컨이 선보인 콘셉트 카 퓨튜라(Futura)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1년 뒤인 1966년, 퓨튜라는 ‘배트맨’ TV 시리즈에서 배트모빌의 원형이 된다. 

FX 아트모스는 오늘날 사학자들로부터 상상력을 맘껏 펼친 콘셉트 카이자 초기 우주 시대의 표본으로 평가된다. FX 아트모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시카고모터쇼 이후 약 1년간 쇼 케이스에 활용된 뒤, 헨리 포드 박물관에 짧은 기간 동안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이후 어느 시점에 폐기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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