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너블 스포츠카, 아우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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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너블 스포츠카, 아우디 TT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6.01.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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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는 디자인으로 아우디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가슴 뛰는 스포츠카는 아니었다. 하지만 3세대 TT는 진짜 스포츠카가 됐다. 멋진 디자인은 여전히 간직한채로...

얼마 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H&M’과 명품 브랜드 ‘발망’의 합작품이 순식간에 매진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구매를 위해 노숙을 했다는 체험기와 함께. 쉽게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자동차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멋진 디자인은 이성을 앞선다. 자동차의 디자인에 푹 빠져 상사병을 앓고 꿈을 꾼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중 하나가 1998년 등장한 아우디 TT 1세대 모델이었다. 동그란 디자인과 귀여운 인상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6년 등장했던 2세대 TT는 한결 날카로운 인상이 좋았다. 이때 처음으로 TT를 탔다. 잘 달리는 성능은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가슴을 끓게 하는 한 방이 부족했다. 여전히 사고 싶은 차이긴 하지만, 100점짜리 선택은 아니라는 기분이랄까. 
 

3세대 TT의 출시 소식을 접한 것은 2014년 가을. 1년이 지난 이제야 TT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디자인과 주행성능. 뼈대를 두리째 바꾸고 새로운 할덱스 콰트로 시스템을 얹었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가장 주목할 것은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담은 외관 디자인과 실내 구조. 아우디에게 있어 TT는 항상 변화의 시작이며, 그 디자인은 라인업에 차차 적용되기 때문이다.

붉은색으로 감싼 차체는 낮고 넓은 인상이다. 더욱 날카로워진 헤드램프와 크기를 키운 싱글프레임 그릴의 조화가 강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차체 곳곳을 휘감는 선과 면들도 다림질해 판판하게 펼쳤다. 전 세대 모델과는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비율과 몇몇 부분은 TT의 전통을 그대로 살렸다. 바퀴를 감싸는 거대한 펜더, 지붕선의 모양, 앞뒤가 비슷한 디자인과 캐릭터라인의 높이 등이 뭉쳐 TT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든다. 
 

실내는 넓은 대시보드를 평평하게 다듬고 직선의 굴곡을 강조했다. 다분히 미래 지향적이다. 곳곳의 요소들도 그렇다. 버추얼 콕핏이라 부르는 12.3인치 LCD 패널을 계기판으로 삼아, 용도에 맞춰 화면 구성을 바꾸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 비행기의 터빈을 닮은 에어컨 풍구를 직접 조작해 온도를 조절하는 부분도 신기해 자꾸 돌리고 누르게 됐다. 

단순함을 살린 디자인만큼 실내의 기능 배치도 간단하다. 주행 모드를 바꾸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버튼 등 주행 중 사용할 버튼만 남기고 나머지를 최소화했기 때문. 그래서 에어컨과 오디오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은 통합 인터페이스로 다룬다. 스티어링의 왼쪽 버튼들을 눌러 쓸 수 있고, 센터터널의 MMI 다이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으로 화면을 바꾸자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작아지며 화면 전체를 지도로 채운다. 주소를 찾을 때 터치 및 필기 인식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명칭 및 주소를 찾을 때 좀 더 다루기가 쉬워졌다. 글씨를 휘날리듯 써도 인식률이 높다.

실내공간은 적당한 수준이다. 좁지도 넓지도 않다. 몸에 딱 맞는 슈트 같은 느낌을 줘야 하는 스포츠카에서 넓은 감각을 기대하진 않는다. 불스터를 조절해 버킷 시트를 몸에 꽉 맞추니 든든하게 몸을 잡는다. 이런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
 

다만 뒷좌석을 유용하게 쓸 기대는 접는 것이 좋겠다. 날렵한 지붕선을 위해 뒷좌석 머리 공간을 줄인 데다 다리 공간 또한 여유롭지 않기 때문. 그래서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시도조차 어려웠다. 머리를 수그리고 다리를 쪼그려 겨우 앉았는데, 장거리 이동은 힘들 것 같다. 가방을 놓거나 시트를 뒤로 젖힐 수 있다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TT의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터보. 최고출력 220마력을 4,500~6,200rpm에서, 최대토크 35.7kg.m을 1,600~4,400rpm 구간에서 낸다. 최대토크를 저회전부터 끌어내 유지하고, 최고출력을 고회전대에서 유지하는 세팅이 핵심. 힘의 상승이 언제든 균일하게 느껴지는 아우디 특유의 감각이 분명하다. 자동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네 바퀴 모두를 굴린다. 신형 TT에 적용된 콰트로 시스템은 매순간 뒷바퀴로 보낼 힘을 조절하는데, 0.01초마다 150번씩 네 바퀴의 상황을 읽어낸다고.
 

주행 모드는 연비를 위한 효율(Efficient), 편안한 승차감(Comfort), 자동(Auto), 다이내믹(Dynamic), 개별설정(Individual)으로 나뉜다. 모드에 따라 성격 차이가 확연하다. 이중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하거나, 개별 설정의 콰트로 세팅을 바꾸면 뒷바퀴에 보내는 힘의 비율을 높인다. 뒷바퀴굴림의 성향을 키워 더 날카롭고 적극적인 코너링을 돕는다고. 그래서 코너링 감각이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다. 안정감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콰트로 시스템은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자들과 대결할 TT의 한 방이나 다름없다. 

몸놀림은 가볍다. 알루미늄 등 복합 소재를 사용해 만든 뼈대로 이전 모델에 비해 무게를 50kg 가까이 줄였다. 무게를 줄인 만큼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쿠페는 0→시속 100km 가속을 5.3초에 끊고, 95kg이 더 무거운 로드스터는 5.6초가 걸린다. 둘의 출력 및 기어비가 같은 것을 고려하면 무게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힘의 굴곡 없이 꾸준히 힘을 더하는 엔진은 아우디답다. 회전수와 비례해 균일하게 힘을 끌어내는데, 이는 아우디의 다른 엔진에서도 느낄 수 있는 특성 중 하나다. 언제든 일관성 있게 움직이기에 다루기 쉽다. 세팅으로 가능한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평탄한 세팅을 만들긴 아주 어렵다. 최대토크를 낮은 회전대부터 끌어내고, 최고출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은 터보 엔진의 이점이다. 

가속페달을 밟고 떼길 거듭하며 달린다. 반응 속도가 빨라 자연스럽다. 엔진은 작은 터보차저를 맹렬하게 돌려 힘을 쥐어짠다. 부스트압을 채우는 속도도 빠르고, 최대 부스트압을 조금 높게 쓰는 쪽이다. 부스트압은 1.2바. 압축비는 9.6:1다. 대용량 터보차저를 달았다면 최고출력을 높일 수 있었겠지만, 반응성에서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220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의 선을 그어놓고 반응성과 재미 모두를 고민한 세팅이다. 
 

승차감은 살짝 단단하고 노면에 따라 튕기기도 하지만, 스포츠카 쪽에서는 편한 축에 든다. 자성으로 댐퍼의 탄력을 조절하는 기능은 달리지 않았다. TTS에만 달린다. 그럼에도 기울임은 최소화하면서도 충격을 잘 흡수한다. 아우디 특유의 서스펜션 세팅이다.

모드별 주행감각 차이가 꽤 컸다. 이피션트 모드에서는 수시로 타력 주행을 통해 연비를 높이는데, 가속도 한 발 여유롭게 내딛는 느낌. 자동이나 컴포트 모드로 달릴 때는 엔진음이 너무 조용해 의아하기도 했다. 스포츠카 분위기는 맞는데, 너무 편하게 느껴져서다. 세련미를 중시하는 이들이 만들어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자 운전의 재미가 확 살아난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의 반응성은 더 날카로워졌고, 소리 또한 커져 듣는 즐거움을 안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네바퀴굴림 구동계 ‘콰트로’의 성격을 확 바꿔버린다는 것. 이는 기존 모델과 신형 모델의 주행방식을 바꾸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신형 TT를 스포츠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코너에 진입하는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  

이전 세대 TT의 네바퀴굴림은 앞바퀴의 구동력이 줄어들 때 뒷바퀴의 구동력을 늘려 안정적인 감각을 만들어내는 쪽이었다.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를 최대한 줄이면서 깔끔하게 의도한 주행 궤적을 그려내는 것은 만족스럽지만, 큰 재미를 안겨주진 못했다. 하지만 신형 TT의 네바퀴굴림은 이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달릴 때는 안정감을 중시한 기존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뒷바퀴에 더 많은 힘을 실어 빠른 방향 전환을 돕는다. 그만큼 코너링은 빠르고 자극적이다. 
 

이제야 가슴이 끓는 한 방이 생겼다. 마치 뒷바퀴가 살아 움직이듯 구동력을 조절하며 빠르게 코너의 정점을 향한다. 굽이진 길을 연속으로 파고들 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코너를 통과하며 주행 궤적을 갑자기 수정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한다고 해도 문제없다. 움찔하듯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민첩하게 파고든다. 스티어링을 마구 비틀어대도 마찬가지.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 모두 일어나지 않는다.

엉망인 운전에 접지력을 잃을 법해도 그럴 기색 없이 탄력적인 움직임으로 코너를 빠져나온다. 두려움 없이 구불대는 도로를 마음껏 달렸다. 이제 멋진 디자인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주행 성능을 갖춘 100점짜리 선택이 됐다는 생각이다. 
 

이전 세대까지 TT가 피해갈 수 없던 비교대상은 폭스바겐 골프였다. 같은 플랫폼을 쓰는, 성능이 비슷한 차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신형 TT의 뛰어난 주행성능이나 패키지 구성은 이제 둘 사이의 연계를 잊게 만든다. 그리고 가격을 비교해도 그렇다. TT의 가격은 쿠페 5천750만원, 로드스터 6천050만원이다. 쿠페 기준으로 골프와 비교하면 GTI보다는 약 1천500만원이, R에 비해서는 약 600만원이 더 비싸다.

하지만 TT는 네바퀴굴림 ‘콰트로’ 시스템과 아우디 특유의 세련미를 갖췄다. 아우디의 아이콘이라는 특별한 정체성, 미래적인 디자인, 버추얼 콕핏과 MMI, 노트북과 태블릿 연결을 위한 4G LTE 와이파이 핫스팟 등 다양한 장비 등 여러 장점을 고려해보면 충분한 가치를 갖췄단 생각이다.
 

그리고 가치를 따진다면 TT 라인업 중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는 역시 로드스터다. 쿠페에 비해 300만원 더 비싼데, 지붕을 열 수 있는 대가라 생각하면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 6천만원짜리 차에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붕을 열고 상쾌하게 달릴 수 있는 네바퀴굴림 스포츠카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리고 TT 로드스터와 비슷한, 혹은 낮은 가격대에도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3세대로 거듭난 아우디 TT는 이제 디자인만큼 운전의 재미를 안겨주는 진짜 스포츠카가 됐다. 여전히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차를 원하고 사랑하겠지만, 이젠 자동차 마니아로서도 고민할 수 있는 차가 됐다. 그래서 수요가 2배로 늘어 물량이 부족할까 걱정이다. 다행히도 TT는 한정판이 아니라는 점에서 살짝 안도한다. 적어도 TT를 사기 위해서 아우디 매장 앞에서 노숙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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