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럭셔리, 링컨 M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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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럭셔리, 링컨 MKX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12.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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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재도약하는 링컨의 세 번째 날개. MKX는 최신의 럭셔리 속에 링컨만의 가치를 잘 담아냈다

시대에 따라 기준은 바뀐다. 아름다움의 상징 ‘미의 삼여신’을 예로 들어보자. 시대에 따라 조금씩 몸매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티첼리의 것은 요즘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 몸매에 비해서는 조금 통통하다. 한편,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림 속 여신들의 얼굴은 시대를 막론하고 아름답기 때문. 변하는 기준 속에서도 변치 않는 부분이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자동차들이 외치는 ‘럭셔리’의 기준은 무엇일까. 해석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수도 없이 바뀌어왔다. 아메리칸 럭셔리의 대표주자인 링컨의 차 만들기도 마찬가지. 클래식과 풍요의 아이콘이었던 브랜드다. 하지만 현대적 변화를 놓친 탓에 벼랑에 몰리기도 했다.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던 일이다. 하지만 링컨은 이제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미래지향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링컨은 역사를 바꿀 4종의 신 모델을 내놓겠다고 했다. 유례없는 충격을 안길 것이라고 기존 모델과 대비되는 분명한 선도 그었다. 첫 번째 주자는 MKZ.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속에 직렬 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과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달아 충격을 안겼다. 두 번째 주자는 MKC. 젊은 마음을 사로잡을 콤팩트 SUV로 등장했다. 차의 크기에 상관없이 링컨 브랜드에 기대하는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구현한 전략이 통했다. 작은 SUV에서도 링컨 브랜드 고유의 감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이제 세 번째 주자 MKX가 등장했다. 링컨 SUV 라인업의 가장 중요한 모델이다. 수요가 높은 중대형 시장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제원표를 봤을 때는 독특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단 생각을 했다. 휠베이스의 길이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길이가 훨씬 짧기 때문. 긴 휠베이스를 여유롭게 사용하는 5인용 SUV라는 콘셉트에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절묘한 크기다. 
 

MKX의 디자인은 MKC의 연장선이다. 차체의 크기는 훨씬 크지만 비율과 구성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커다란 크기를 날렵한 디자인에 숨기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LED를 적용한 헤드램프와 날개 모양 ‘스플릿-윙’ 그릴, 곳곳을 부풀리고 날카롭게 그은 캐릭터라인이 모여 다부진 느낌을 낸다. 전면 카메라를 링컨 로고 안에 숨겨 단 것은 위트 있는 요소. 카메라가 필요할 때는 로고를 살짝 들어 숨겨 있던 카메라를 꺼내고, 필요 없을 때는 다시 숨겨 닫는다. 멋진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일 테다. 
 

실내의 첫인상은 아주 고급스럽다. 매끈한 가죽과 결이 살아 있는 나무로 곳곳을 감쌌고, 플라스틱의 품질 또한 뛰어나다. 단차를 확인하러 각 버튼과 이음새를 손바닥으로 쓸어 봐도 모난 구석이 없다. 도어 트림을 감싼 나무의 촉감이 자연스럽다. 알루미늄으로 감싼 스피커가 실내에 포인트를 준다. 전반적으로 품질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 날개 펼치듯 매만진 가로형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왠지 링컨의 상징인 펼친 날개를 떠올리게 한다.  
 

센터 페시아의 기능적 배치는 MKC의 연장선이다. 반짝이는 터치 인터페이스로 잔뜩 멋을 부린 MKZ의 스타일을 이어받을까 했지만, MKX의 센터 페시아는 버튼을 누르는 방식. 사실 운전 중 다루기는 아무래도 손이 쉽게 기억하는 버튼이 더 편하긴 하다. 전자식 기어레버 버튼과 스크린 속 계기판은 이제 링컨 특유의 요소가 됐다. 처음에는 조금 생소했지만, 주차 한번 하고 나면 버튼 하나 눌러 기어를 바꾸는 것의 편리함을 몸소 실감하게 된다고 할까.

첫선을 보인 2012년에는 진정 ‘테크노 럭셔리’의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했던 요소. 이제 링컨은 ‘콰이트 럭셔리’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주 고급스러움을 뜻하는 캐치 프레이즈. 그들이 추구하는 고급스러움을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도, 눈과 손은 그들의 주장을 절로 이해한다. 
 

몸에 맞춰 시트를 조절하며 한 번 더 놀랐다. 헤드레스트의 높이와 허벅지 받침의 길이를 전동으로 조절하는 것은 호사스러워서 좋긴 한데, 사이드 불스터를 맞추는 버튼이 없어서다. 알고 보니 링컨 MKX에 적용된 컨투어 시트의 모든 사항은 센터 페시아 가운데 달린 터치스크린에서 조절할 수 있었다. 6개 항목을 일일이 맞춰 몸에 꼭 맞는 세팅을 하고 마사지 버튼을 눌렀다.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공기를 부풀리며 허리와 허벅지, 엉덩이를 눌러주는데 은근히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마사지 시트가 달린 차를 많이 타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새 꼭 갖고 싶은 편의 장비 중 하나가 됐다. 
 

천장의 파노라마 루프를 펼치고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키 180cm 성인이 앞뒤로 앉아도 뒷좌석 다리 공간은 적당한 편이다. 트렁크 공간을 조금만 더 줄였더라면 뒷좌석이 아주 호사스러운 공간이 되었을 텐데, 운전자 중심의 SUV이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등받이를 살짝 뒤로 눕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편안해진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널찍하다. 2열 뒤 적재공간은 1,053L이며, 2열까지 접으면 1,948L로 늘어난다. 버튼 하나로 2열을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링컨 MKX에는 처음으로 ‘레블’(REVEL)의 울티마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하만카돈에서 라우드 계열을 맡고 있는 브랜드로, 자동차에 순정 적용된 것은 MKX가 처음이라고. 19개 스피커로 강력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소리의 성향은 저음이 강한데, 저음의 해상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낮게 깔리는 소리를 하나씩 구분할 수 있을 정도. 하만의 음향 손실 최소화 기술 덕분에 소리가 꽤 명쾌하게 들린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곡,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았는데, 저음이 강력한 일렉트로닉 또는 팝 계열이 가장 잘 어울렸다. 
 

MKX의 엔진은 V6 2.7L 트윈 터보 에코부스트 엔진. 최고출력 340마력 5,750rpm에서, 최대토크 53kg·m을 3,000rpm에서 낸다.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네 바퀴 모두를 굴린다. 출발은 사뿐하다. 공차중량 2,170kg의 무거운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가속이 가볍다. 저회전부터 빠르게 토크를 채우는 터보차저 덕분이다. 회전 질감은 꽤 매끄러운 쪽이다. 

느긋하게 서울을 빠져나간다. 길 막히길 거듭하는 간선도로에서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기대고 싶었지만, MKX의 것은 시속 30km부터 작동하고 시속 20km에선 자동으로 꺼진다. 안전을 위해 저속에선 직접 운전하라는 세팅. 행여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경고등과 함께 제동 기능을 건다.
 

경고, 제동 기능의 민감성 또한 세팅으로 조절 가능하다. 시승을 할 때는 안전 기능을 최대한 예민하게 설정한다. 최대한 많이 써보고 유용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갈 때 꽤 삑삑거렸다. 행여나 실수라도 했나 싶어 자꾸 살펴보게 됐다. 이런 안전 장비들은 평소에 그 진가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분명 필요한 장비 중 하나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여유롭게 달린다. 회전수를 크게 낮추는 항속에서는 엔진음이 잘 들리지 않지만, 속도를 낮춰 달릴 때 잘 다듬은 소리를 작게 들려주는 것은 포드, 링컨 차종들의 특징. 우렁찬 소리 뿜어내는 V8의 고장이라 그런 것일까.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을 얹은 MKC도 나름 브라스 소리를 냈었다. 소음 줄이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을 달았어도 엔진음은 듣기 좋게 살려야 한다는 가치관이다. V6 터보 엔진 얹은 MKX의 소리는 좀 더 나지막하게 깔린다. V형 엔진 특유의 기분 좋은 고동감도 살짝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엔진에는 폭풍이 분다. 부스트압을 꽉 채워 시원하게 달려 나간다. 빠른 가속을 위해 초반 기어비를 짧게 잡은 것이 주효했다. 0→시속 97km 가속에 5.9초가 걸리는 성능은 차급과 성향을 고려하면 빠른 축에 속한다. 출력을 뽑아내는 과정은 자연스럽다. 균일하게 가속페달 밟은 만큼 힘을 내준다. 저회전대부터 중간회전대까지 활발하게 힘을 보태다 고회전에서는 힘을 유지한다. 터보를 달아 가장 많이 쓰는 회전대에서의 토크 특성을 강화한 것. 그래서 언제든 원하는 만큼 쉽게 가속할 수 있다. 토크 증대가 자연스러워 다루기도 쉽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노멀, 스포트의 세 가지. 스티어링의 세팅과 서스펜션의 댐핑 제어 기능을 바꾼다. 1년 전 링컨의 콤팩트 SUV인 MKC를 탔을 때도 감탄했던 부분인데, 순식간에 세팅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링컨의 전진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됐다. 성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MKC의 컴포트 모드에서는 분명 살짝 출렁이는 감각을 남겨놨던 링컨이다. 노멀부터 살짝 단단하게 바뀌었다. 당시에는 이를 ‘클래식 링컨의 향수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컴포트 모드를 남겼다’라고 표현했다. 전반적인 미국 차의 세팅을 그대로 갖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MKX는 컴포트 모드에서도 여유롭게 자세를 유지한다. 나긋하게 달리면서도 기울임을 크게 줄였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진동을 남기지 않고, 기울임을 억제하는 모습에 유럽산 라이벌들이 떠올랐다. 노멀 모드에서는 한층 안정적인 움직임. 단단하게 노면을 눌러대진 않지만, 그렇다고 두둥실 떠가는 느낌도 아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낮게 떠가는 기분이랄까. 운전 감각도 실내 못지않게 호사스럽다는 생각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꿔 하중을 실어 코너로 뛰어들 때는 확실히 차가 눌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생각 외로 절묘하게 자세를 잡고 코너를 돌아나간다. 토크 벡터링 기능을 더한 네바퀴굴림 구동계 덕분이다.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이 좋다. 스티어링 세팅은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데, 컴포트 모드에서는 중간 유격을 크게 두고 초기 조타각을 여유롭게 둔 반면, 노멀 모드에서는 일반적인 감각이었다. 스포트 모드에서는 중간 유격이 거의 없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자식 스티어링의 이점을 살려, 각 주행 모드의 차이를 크게 키웠다. 
 

다양한 안전장비 또한 매력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 링컨 최초로 MKX에 360° 카메라 시스템이 적용됐다. 앞, 뒤, 양쪽 사이드 미러에 달린 4개 카메라를 통해 2m 반경의 주변 환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앞 카메라의 180° 스플릿 뷰 기능을 통해 주행 중 전방 교차로 교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앞뒤 센서와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으로 보행자와 다른 차량 등을 살피고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걸어 충돌 위험을 최소화한다.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는 평행, 직각, 출차 모두를 지원한다. 아직은 직접 기어 레버를 바꾸고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밟아줘야 하지만, 주차 자리 인식 및 주차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 

링컨 MKX는 아쉬운 곳을 찾기 아주 어려운 차였다. 링컨이 추구하는 여유와 안락함, 그리고 미래적인 감각의 아메리칸 럭셔리를 모두 담고 있다. 게다가 한층 더 세련미를 더한 주행감각이 꼭 마음에 들었다. 현대적인 전자 장비를 잔뜩 담고 편안하게 사용하게 만든 패키지도 뛰어나다. 휘발유 엔진이라는 점도 그다지 발목을 잡지 못한다. 힘 좋고 효율 좋은 에코부스트 엔진 덕분이다. 순항 시에는 11~12km/L의 연비를 기록하는데다 주행거리가 짧은 편이라면 연비 차이로 디젤 엔진의 가격차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
 

럭셔리의 기준은 계속 바뀐다고 했다. MKX는 가장 최신의 기준을 완벽히 넘어서는 차다. 하지만 링컨이 추구하는 여유와 안락함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차 만드는 철학을 이해한다면 절로 마음이 동할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자를 찾기 힘든 6천300만원이란 가격도 메리트 있는 요소 중 하나. 솔직히 말하면 가격 대비 아주 호사스러운 실내와 주행감각만으로도 마음을 사로잡는 차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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