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클럽맨, 보편적인 모습으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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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클럽맨, 보편적인 모습으로 진화하다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11.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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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클럽맨이 넉넉한 크기와 6개의 문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가장 특이하면서 가장 평범한 미니.’ 신형 클럽맨을 보자마자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다. 눈에 띄게 귀여운 용모와 카트 같은 주행감각으로 비일상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미니였다면, 최신형 클럽맨에선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우선 한눈에 봐도 덩치가 커졌다. 컨트리맨은 작고 앙증맞은 SUV로 보이지만, 새로 나온 클럽맨은 큰 승용차의 느낌이다. 그동안 BMW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에어 브리더(Air Breather)가 적용되는 등 새로운 조형 요소가 추가되긴 했지만, 기본 스타일링은 여전히 전형적인 미니. 길이×너비×높이는 4,253×1,800×1,441mm이고, 휠베이스는 2,670mm다. 미니 중에서 가장 큰 사이즈다. (높이는 컨트리맨이 가장 높다) 
 

미니는 5도어 해치로 역사상 처음으로 길이 4m의 벽을 깼다. 5도어 해치의 길이는 4,005m. 겨우 5mm라고? B세그먼트에서 4m는 큰 의미다. 그런데 클럽맨은 시원하게 4.2m도 넘는다. 신형 클럽맨은 폭스바겐 골프와 크기가 거의 같다. 

골프는 길이×너비×높이가 4,255×1,800×1,450mm로, 클럽맨보다 겨우 2mm 길고 9mm 높다. 너비는 완전히 같다. 1cm 이내 차이로 사실상 같은 크기. 수치만 보면 골프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휠베이스는 골프(2,640mm)보다 오히려 3cm 길다. 이전 세대 클럽맨과 비교하면 거의 30cm나 길어지고 12cm가 넓어졌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니가 C세그먼트 시장을 침공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3도어 및 5도어 해치보다 폭이 7cm 남짓 넓다는 사실이다. 이는 클럽맨이 해치 모델의 길이를 늘인 것이 아니라, 아예 골격이 다르다는 뜻이다. 모두 BMW의 UKL 플랫폼이지만, 해치는 UKL1, 클럽맨은 UKL2로 다르다. 클럽맨은 미니 해치의 파생모델이 아니라 BMW 2시리즈 투어러의 자매모델인 것이다. 

이 정도로 커진 차를 ‘미니’라고 부르는 게 아직은 어색하지만, 이제 미니는 어디까지나 브랜드 이름이지 크기를 나타내는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솔직히 미니가 B세그먼트에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클럽맨 같은 모델이 미니에게 꼭 필요한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미니는 지금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자동차 구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생애 단계의 변화다.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가족이 생기고 자녀가 태어나고 성장하기 마련. 독신 때 구입한 2인승 로드스터를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더 크고 문이 많이 달린 차가 필요해진다. 

대안으로는 컨트리맨이 있지만, 누구나 껑충한 SUV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처음 선보인 것이 5도어 해치였고, 그다음이 클럽맨이다. 가족의 성장에 따라 지금까지의 미니 크기에 불만을 느끼기 시작한 기존 고객과 미니에 관심은 있지만 너무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노린다. 
 

판매 확대를 위해선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클럽맨은 보편적인 모습으로 진화하는 길을 택했다. 신형 클럽맨은 슈팅 브레이크 내지는 브레드 밴(bread van) 형태였던 이전 세대에 비하면 평범한 외모다. 비례도 일반적인 해치백 같고, 문도 온전한 것이 4개 달렸다. 

이전 클럽맨은 앞문을 열어야만 열 수 있는 작은 뒷문이 한쪽에만 달린 비대칭 3도어 형태였지만, 신형 모델은 평범한 4도어가 됐다. 크기도 5도어 해치와 달리 정상적인(?) 것이 달렸다. 덕분에 입구가 넓어서 뒷자리 승하차가 훨씬 쉬워졌다. 
 

전통적으로 수직 형태였던 테일램프가 가로로 바뀐 점도 새롭다. 디자이너가 너비를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테일램프는 장난기 어린 눈망울 같다. 뒤에서 보는 표정이 익살맞다. 리어 해치는 양쪽으로 열리는 스플릿 도어(split door)를 고수했다. 클럽맨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이것마저 바꿨다면 뮌헨에 항의 서한을 보냈을 것이다. 

최신형답게 스플릿 도어는 자동으로 열 수도 있다. 리모컨 키의 트렁크 열림 버튼을 누르거나, 리어 범퍼 아래로 발을 넣으면 오른쪽 도어가 열린다. 걸쇠가 풀리면 가스 리프트의 힘으로 열리는데, 오른쪽이 열리면 왼쪽도 열 수 있는 구조다. 전동식이 아니므로 닫을 땐 직접 닫아야 한다. 
 

그런데 발로 여는 게 생각보다 까다롭다. 오류를 막기 위해선지 발을 두 번 밀어 넣어야 작동하는데, 인식률이 좋지 않아서 열리는 게 복불복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면 뒤쪽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기분이 된다. 사소한 것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냥 리모컨으로 열자. 

차가 커지면서 트렁크 용량도 360L로 커졌다. 이전 모델보다 자그마치 100L나 늘었다. 하지만 좌우 폭이 좁아서 유모차나 골프채 같은 긴 물건은 비스듬히 세우지 않으면 싣기 어렵다. 물론, 60/40으로 분할되는 리어 시트를 모두 접어서 최대 1,250L까지 넓힐 수도 있다.
 

대시보드, 센터 페시아, 센터콘솔, 도어 트림 등은 클럽맨만의 전용 디자인. 실내는 미니 특유의 번쩍이는 크롬 장식보다는 차분하게 광이 나는 BMW의 금속 부품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고급스럽고 점잖은 분위기다. 센터콘솔에는 미니 역사상 처음으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버튼이 달렸다. 

차가 커진 만큼 실내공간도 한층 넉넉해졌다. 이제는 평범한 소형차 크기다. 뒷자리 공간도 크게 늘어나 어른 2명이 자연스러운 자세로 앉을 수 있다. 팔꿈치 높이 공간과 머리 공간은 타이트한 편이지만, 무릎 공간과 발 공간은 여유롭다. 뒷자리가 2인승 레이아웃인 3도어 해치나 2인승이나 마찬가지인 5도어 해치와 달리 완전한 3인승 구성이며, 뒷좌석용 송풍구도 갖추고 있다. 
 

골수팬이라면 원래 미니는 작고 불편해서 멋진 자동차였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반대로 더 큰 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많았으리라. 신형 클럽맨은 가족용 차로서 훨씬 폭넓은 소비자에게 어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앞좌석 시트 포지션은 여전히 낮으니 걱정할 것 없다. 클럽맨에는 미니 최초로 앞좌석에 전동식 메모리 시트가 적용됐는데(선택품목), 국내 사양에는 빠져서 아쉽다. 

시승차는 쿠퍼 S.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휘발유 터보로 쿠퍼 S 해치와 같다.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을 낸다. 달려보면 힘이 남아돈다는 느낌이다. 저회전부터 모든 영역에 걸쳐 골고루 견인력이 좋고, 특히 중간 영역에서 즐겁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언제든 시원하게 가속하고, 인상적으로 질주한다. 
 

엔진은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항상 멋진 소리를 들려주지만, 특히 3,500rpm을 넘어가면서 속이 뻥 뚫리는 끝내주는 소리를 낸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7.1초로 평범한 편이지만, 멋진 사운드 때문인지 실제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다. 주행모드는 스포트, 미드(노멀), 그린(에코) 세 가지를 지원한다. 

같은 엔진을 나눈 쿠퍼 S 해치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변속기. 해치는 자동 6단인 반면, 신형 클럽맨에는 미니 최초로 아이신AW의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엔진과 변속기 궁합은 아주 좋다. 기어비는 산길과 도심, 고속도로 환경을 모두 아우르고, 변속은 매우 매끄럽고 빠르다. 
 

다단화로 잘게 쪼개진 탓에 6단 변속기 대비 쭉 밀어주는 맛은 다소 덜하지만, 변속감이 고급스러운 것이 장점. 수동 모드에서도 빠르고 깔끔하게 작동하지만, 패들시프트가 달리지 않아서 아쉽다. 

시속 100km로 항속하면 1,800rpm을 유지하고,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떼자마자 엔진회전수가 공회전 수준인 800rpm으로 뚝 떨어진다. 유유자적 달리면 조용하고 고급스럽고 연비도 좋지만, 멋진 소리를 듣고 싶어서 자꾸만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승차감은 탄탄하고, 예리하게 충격을 전달하는 법이 없다.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감각이다. 미니 역사상 최고의 승차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편안함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통통 튀는 미니다운 감각도 확실하게 살리고 있다. 

BMW 그룹의 일원인 만큼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깔끔하며 생생하다. 그런데 노멀 모드에서 약간 가벼운 편. 순간적으로 느슨하게 느껴질 때가 간혹 있다. 이런 건 미니답지 못한 부분이다. 스포트와 노멀 중간 정도의 무게감이면 좋겠다. 
 

차는 길어졌지만, 뒤가 아주 잘 따라와서 길이를 실감하긴 어렵다. 민첩성이 이전 세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뒤를 날리는 느낌으로 탈 수 있는 감각과 자꾸만 달리고 싶게 부추기는 기질은 여전하다. 역대 가장 크고 부드러운 미니지만, 핸들링은 동급에서 가장 날카로운 축에 속한다. 

신형 클럽맨은 이전보다 색다른 매력은 줄었지만, 대신 보편성과 실용성을 크게 끌어올린 덕분에 주류 시장에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판 모델은 쿠퍼 S와 3기통 1.5L 휘발유 136마력의 쿠퍼, 그리고 이후 3기통 1.5L 디젤 116마력의 쿠퍼 D가 예정되어 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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