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 05, 세련된 운동 성능의 트랙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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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 05, 세련된 운동 성능의 트랙용 차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5.11.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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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스타트업 자동차 회사가 첫 도전작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트랙용 차 경쟁에 뛰어든다

'부울(Vuhl) 05'는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트랙용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또 하나의 도전자다. 서킷용 차를 사는데 슈퍼카를 살 정도의 비용을 들일 생각이라면 래디컬(Radical) RXC500과 BAC 모노(Mono) 같은 차를 살 수 있고, 저렴한 차를 사려고 하면 제노스(Zenos) E10, 에리얼 아톰, 새로 단장한 케이터햄 세븐 라인업 쪽이 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다. 
 

부울은 신나게 운전할 수 있는 극단적 스포츠카의 범주에 드는 자동차이지만, 탄소섬유로 만든 차체나괴물 같은 힘을 내는 다기통 터보 엔진은 없다. 그리고 이것이 5만9천995파운드(약 1억900만원)에 부울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대신, 이 차에는 멋진 모습의 차체, 접착 방식으로 만든 알루미늄 구조, 285마력의 최고출력과 42.9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2.0L 포드 에코부스트 엔진이 담겨 있다. 변속기 역시 포드에서 가져온 6단 수동이고, 무게는 오일류를 포함해 700kg이 조금 넘는다.
 

부울은 속된 말로 '뻑이 갈' 정도로 멋지다. 그리고 만듦새는 소규모 트랙용 자동차 제작업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실한 마무리와 비교하면 놀랄 만하다. 빠듯한 운전석은 기능에 충실하지만 마무리는 굉장히뛰어나다. 각종 계기는 단색 디지털 표시장치에 표시되고, 주요 기능을 조절하는 버튼과 스위치들은 얇은 금속 센터 스택에 모여 있다.
 

운전석 시트는 얇으면서 충분히 편안하고, 지지력이 있기 때문에 평균적인 체형의 운전자라면 알맞은 운전 위치를 잡기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키가 190cm인 나는 무릎 공간이 약간 답답했고 헬멧이 반원형 롤오버 바에 자주 닿았다. 페달 주변 공간도 조금만 더 넓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상대적인 트집거리들로, 부울 관계자들은 초기 구매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시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첫 느낌은 예상 밖으로 점잖고 다루기가 쉽다. 클러치 페달은 가벼우면서 고르게 반응하며 움직이고, 회전보조동력이 없는 스티어링은 무게가 적당하다. 다만, 속도를 높이면 금세 바람을 더 잘 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속 80km 이상으로 속도가 높아지면 윈드 디플렉터는 평균적인 기능밖에는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헬멧을 쓰면 견딜 만하다. 
 

빠르다는 점은 예상한 그대로였지만, 친절한 움직임과 편안한 주행감각은 예상 밖이었다. 이 차를 만든 이케(Iker)와 기예르모(Guillermo) 에셰베리아(Echeverria)는 주변 도로가 심하게 망가진 멕시코시티의 공장에서 작업을 한다. 부울의 지상고가 트랙용 차로서는 꽤 높은 110mm인 이유가 그 때문이고, 그런 특성은 승차감과 핸들링에도 영향을 주었다. 주요 수치도 마찬가지다. 휠베이스는 로터스 엘리스만큼이나 짧지만, 트랙은 포르쉐 911 터보만큼 넓다.
 

부울은 이 차를 '일반 도로용'과 '레이스용' 규격으로 내놓는다. 우리가 시승한 시제차는 후자로, 엔진이 운전자 귀 바로 뒤에 놓이는 에어 필터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인다. 덕분에 흡기 시스템의 효율은 높아지지만, 엔진의 매력적인 소리는 상쇄된다. 크랭크샤프트가 3,000rpm을 넘겨 회전하면 엔진이 액셀러레이터에 훌륭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회전수가 그 두 배에 이를 때까지 시원하게 작동하고, 그 덕분에 이 차는 두 배는 더 비싼 슈퍼 스포츠카만큼이나 모든 면에서 빠르게 느껴진다. 중간 회전수 영역에서도 반응이 빨라, 도로 위에서 꾸준히 가속할 수 있다. 
 

섀시도 목이 부러질 듯한 급가속 때는 물론, 점잖게 달릴 때에도 운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접지력이 꽤 뛰어나고 회전 반응도 예리하지만, 두 가지 특성 모두 지나치게 날뛰거나 예민하지는 않다. 바늘 끝처럼 날카롭고 적극적이지만 감각적으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덕분에 턴틴이 정확하고 코너링 때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된다. 아마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차체 기울어짐과 더 심하게 씨름을 해야겠지만, 롤링 때문에 일어나는 오버스티어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노면 추종성도 뛰어나서, 요철이나 잘 다듬어진 연석은 거의 느끼지 못한 채 달릴 수 있고 일반도로에서도 달리기 좋다.
 

멕시코시티 출신의 두 형제가 첫 도전에서 운동 특성이 아주 세련된 무언가를 만들어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다. 부울 05는 예상치 못한 성숙미를 지닌 차다. 물론 완벽한 차는 아니다. 실내공간이 조금만 더 넉넉했어도 아쉽지 않았을 것이다. 엔진 소리 역시 좀 더 엔진의 색깔을 잘 살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으로서는 훌륭하다. 그리고 앞으로 내놓은 더 끈끈한 접지력과 강력함을 지닌 버전을 기대하게 되는 시작 지점으로도 마찬가지다. 

글 · 맷 샌더스 (Matt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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